AI와 대화하는 기술
강의 대본 (구어체) · 전체 11강

AI와 대화하는 기술

강사가 카메라 앞에서 들려주는 톤의 전체 대본입니다. 🎙️ 현장 노트는 강사 경험담(본인 사례로 채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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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AI는 '이해'하지 않는다 — 그래서 요령이 필요하다

제1강. AI는 '이해'하지 않는다 — 그래서 요령이 필요하다

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첫 시간이네요.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제가 질문 하나만 드려볼게요. 혹시 이런 경험 있으세요? 챗GPT 같은 AI한테 뭔가를 물어봤어요. 그런데 답이 어딘가 좀 시원찮은 거예요. 그래서 "에이, 이거 별로 똑똑하지 않네" 하고 창을 닫아버린 적. 아니면 반대로, 어제는 분명히 기가 막힌 답을 줬는데, 오늘 똑같이 물어보니까 영 엉뚱한 소리를 해서 "얘 왜 이래?" 했던 적. 아마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실 거예요.

저는요, 이 강의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이 하나 있어요. 그건 바로, "AI가 답답하게 구는 게 여러분 탓이 아니다"라는 거예요. 그렇다고 AI가 고장 난 것도 아니에요. 사실은요, AI라는 녀석이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겁니다. 태생이 그래요. 그리고 바로 그 '태생' 때문에, 우리가 AI를 다루는 데 약간의 요령이 필요한 거예요.

오늘 이 첫 시간에 제가 여러분께 꼭 심어드리고 싶은 생각이 딱 하나 있어요. 이거 하나만 가져가셔도 오늘 시간은 성공입니다. 그게 뭐냐면, "AI는 말을 이해하는 게 아니다"라는 거예요. 어, 이게 무슨 소리냐. 말을 척척 받아주는데 이해를 못 한다니. 이 얘기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풀어드릴게요.

사전학습 (생각해보기!)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다 같이 한번 생각해 봅시다.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하다는 AI를 우리가 쓰고 있는데요. 그런데 어떨 땐 박사처럼 굴다가, 어떨 땐 아주 단순한 걸 자신 있게 틀려요.

많은 분들이 여기서 "아, AI가 아직 덜 발전했네" 하고 넘어갑니다. 그런데요, 그게 아니에요. 오늘 제가 좀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나 드릴 텐데, 사실 AI는 우리 말을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 비밀을 지금부터 풀어볼게요.

학습내용 및 목표

오늘 우리가 갈 길을 먼저 보여드릴게요. 크게 세 단계예요. 먼저 AI가 머릿속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아주 쉽게 들여다봅니다. 그다음 거기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네 가지 약점을 짚고요. 마지막으로 그 약점들을 다루기 위해 우리가 앞으로 10주간 배울 여섯 가지 요령의 지도를 펼쳐 보일 거예요.

오늘의 진짜 목표는 지식 암기가 아니에요. "아, AI가 이런 애구나" 하고 관점이 바뀌는 것. 그게 오늘의 목표입니다.

[본학습] AI한테 '배신'당한 적, 있으시죠?

다들 한 번씩은 겪어보셨을 장면들이에요. 분명 어제는 척척 해주던 AI가 오늘은 딴소리를 하고, 방금 한 얘기를 까먹고요. "보고서 요약해줘" 했더니 엉뚱한 부분만 요약해 오고, "어제 얘기한 거 기억하지?" 하고 물으면 "무슨 말씀이신지…" 하고 되묻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제는 분명히 잘 됐던 요청이 오늘은 안 되기도 하고요.

그때마다 우리는 "AI가 멍청하네" 하고 탓했죠. 그런데 오늘 이 시간이 끝나면, 그게 AI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AI가 원래 그렇게 만들어져서'라는 걸 아시게 될 거예요. 범인을 제대로 알아야, 잡을 수 있겠죠?

그리고 이건 앞으로 열 번의 강의 내내 반복될 태도이기도 합니다. AI가 이상하게 굴 때 "얘 왜 이래" 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아, 이건 구조상 이럴 수밖에 없구나" 하고 원인을 짚는 것. 그게 오늘 우리가 첫걸음을 떼는 지점입니다.

[본학습] AI의 정체: '다음 단어 맞히기' 게임

자, 우리가 흔히 'AI', 'LLM', '거대 언어 모델'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뭔가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곰곰이 생각해서, 의미를 헤아린 다음에 답을 주는 똑똑한 두뇌. 대충 이런 그림이 그려지죠. 그런데 여기서 제가 좀 김 빠지는 얘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사실 이 녀석이 속으로 하고 있는 일은요, 생각보다 훨씬 단순해요.

이 친구가 하는 일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거예요. "지금까지 나온 말 다음에, 어떤 단어가 올 확률이 가장 높을까?" 이걸 계속, 끊임없이 맞히는 거예요. 그게 전부예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제가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___" 이렇게 말을 하다 말았어요. 그럼 빈칸에 뭐가 들어갈 것 같으세요? 여러분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이를 닦았다", "밥을 먹었다" 이런 게 떠오르죠. AI도 똑같아요. 수많은 글을 미리 봐 뒀기 때문에, "세수를 하고" 다음에는 "이를 닦았다"가 올 확률이 높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그걸 내놓는 거예요. 그리고 그 다음 단어, 또 그 다음 단어. 이렇게 한 단어 한 단어를 확률로 이어 붙이면서 문장을 만들어 가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이 친구는 "세수"가 뭔지, "이를 닦는다"는 게 어떤 행동인지, 그 의미를 진짜로 아는 게 아니에요. 그냥 "이 단어 다음엔 저 단어가 자주 나오더라" 하는 통계적인 감, 그걸로 움직이는 거예요. 비유하자면요, 외국어를 한마디도 모르는 사람이 그 나라 노래를 하도 많이 들어서, 가사 뜻은 하나도 모르는데 발음만은 기가 막히게 따라 부르는 거랑 비슷해요. 소리는 완벽한데, 무슨 뜻인지는 몰라요.

그러면 이런 질문이 나오죠. "아니, 뜻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렇게 똑똑한 답을 하지?" 맞아요, 이게 진짜 신기한 지점이에요. 인류가 써놓은 어마어마한 양의 글을 학습하다 보니까, 단어와 단어 사이의 관계를 너무너무 정교하게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결과만 놓고 보면, 마치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진짜 똑똑해 보입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의미를 헤아린 게 아니라 '확률 좋은 다음 단어'를 계속 고른 것뿐이에요. 제가 왜 이 얘기를 첫 시간부터 이렇게 길게 하느냐. 이게 이 강의 전체의 출발점이기 때문이에요. AI가 이렇게 '확률로 다음 단어를 맞히는 기계'라는 걸 받아들이고 나면요, 그동안 답답했던 일들이 싹 설명이 되거든요.

[본학습] 비유: 스마트폰 자동완성의 '끝판왕'

방금 얘기가 너무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우리 스마트폰에서 문자 칠 때 다음 단어 추천해 주는 기능 있죠? AI는 그거의 어마어마한 끝판왕이에요. 단어 하나가 아니라 문장, 문단을 통째로 추천해 주는 거죠.

학습한 글의 양이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똑똑해 보이는 거지, 원리 자체는 '다음 단어 맞히기'에서 한 발짝도 안 벗어났습니다. 자동완성 기능이 우리가 자주 쓰는 표현을 학습해서 다음 단어를 미리 보여주는 것과, AI가 문단 전체를 써 내려가는 것은 규모만 다를 뿐 원리는 똑같습니다.

이걸 기억하시면, 앞으로 AI가 왜 그러는지가 다 설명이 돼요. 지금부터 그 '이해가 아니라는 증거'를,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답답한 순간들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본학습] '이해'가 아니라는 증거 두 가지

증거를 하나씩 보여드릴게요. 첫 번째. 똑같은 질문을 두 번 던져보세요. 답이 미묘하게, 어떨 땐 아예 다르게 나와요. 사람한테 "2 더하기 2는?" 하고 두 번 물으면 두 번 다 4라고 하죠. 그런데 AI는 매번 그 '확률 주사위'를 새로 굴립니다. 그래서 답이 흔들려요. 이게 바로 AI가 정답을 '아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그럴듯한 걸 '고르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예요.

두 번째 증거는 결이 좀 달라요. 예전 AI 모델들은요, 아주 복잡한 보고서는 척척 요약하면서, "'번데기'라는 단어에 받침이 몇 개야?" 같은 아주 단순한 질문을 의외로 자주 틀렸어요. 좀 황당하죠? 이유가 재미있어요. AI는 글자를 우리처럼 한 글자 한 글자로 보는 게 아니라, '덩어리'로 뭉쳐서 봐요. 그러니까 글자를 세는 건 원래 약한 구조예요. 참고로 요즘 모델은 이런 흔한 질문엔 많이 좋아졌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맞혔다고 해도 원리는 똑같습니다. '이해해서' 맞힌 게 아니라, 이런 질문이 워낙 자주 나오다 보니 패턴으로 익혀둔 것뿐이에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AI는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랑 다르게 본다는 거예요. 그래서 가끔 우리 상식으론 이해 안 되는 실수를 하는 겁니다. 두 증거 모두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AI는 의미를 곱씹어서 답하는 게 아니라, 확률이 높은 단어를 빠르게 골라 이어 붙이고 있을 뿐이라는 것. 이 사실 하나가 오늘 강의 전체를 관통합니다.

[본학습] 정리하면: AI는 '기억력 없는 천재 신입사원'

자, 지금까지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래요. AI는 '기억력은 없는데 머리는 좋은 신입사원'이에요. 일머리는 좋은데, 매일 아침 어제 일을 싹 잊고 출근하는 신입이요. 배경 설명을 안 해주면 엉뚱한 데서 헤매고, 지시를 두루뭉술하게 하면 결과물도 딱 그만큼만 두루뭉술하게 나옵니다.

이런 직원한테 일을 잘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배경을 잘 설명해주고, 명확하게 지시하고, 결과를 한 번 확인해야겠죠? 맞아요. 그게 바로 우리가 이 강의에서 배울 'AI와 대화하는 기술'이에요. AI를 바꾸는 게 아니라, 이 친구를 다루는 우리의 요령을 기르는 거죠.

이 '기억력 없는 천재 신입사원'이라는 비유를 머릿속에 넣어두시면, 지금부터 짚어볼 네 가지 구조적 한계가 훨씬 쉽게 와닿을 겁니다. 신입사원한테 화를 내는 대신, 왜 그 친구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부터 이해해 보죠.

[본학습] [한계 1] 매번 답이 달라진다 (불안정성)

이제 이 '다음 단어 맞히기' 구조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약점 네 가지를 짚어볼게요. 이게 오늘의 핵심 뼈대예요. 첫 번째 답답함. 똑같은 질문을 두 번 했는데 답이 다르게 나와요. 이거 겪어보신 분들 분명히 있으실 거예요. 어제 받은 답이 좋아서 동료한테 "야, 이거 한번 물어봐" 했더니, 동료 화면에선 전혀 다른 답이 나와요. 그럼 좀 당황스럽죠.

이게 왜 그러냐. 방금 말씀드렸죠? AI는 '확률'로 다음 단어를 고른다고요. '확률'이라는 말 안에 이미 답이 들어 있어요. 매번 무조건 1등 단어만 고르는 게 아니거든요. 1등이 나올 확률이 제일 높지만, 2등, 3등 단어한테도 가끔 기회를 줘요. 그래야 글이 자연스럽고, 사람 같고, 창의적으로 보이니까요. 만약 매번 1등만 딱딱 고르면, 글이 너무 뻔하고 로봇 같아져요.

쉽게 말하면, AI 안에는 살짝 '주사위'가 들어 있는 거예요. 답을 만들 때마다 이 주사위를 굴려요. 그래서 큰 줄기는 비슷하지만, 디테일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거죠. 이건 버그가 아니에요. 일부러 그렇게 만든 '기능'이에요.

그럼 우리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AI는 매번 똑같은 답을 주는 정답 자판기가 아니다." 이렇게 생각을 바꿔야 해요. 오히려 매번 조금씩 다른 초안을 뽑아주는 부지런한 조수에 가까워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답이 나왔으면 그걸 잘 챙겨두는 습관, 그리고 한 번에 만족스러운 답이 안 나와도 "한 번 더 해줘" 하고 다시 굴려보는 습관, 이게 필요해진 거예요. 이 첫 번째 한계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최대한 명확하고 재현 가능하게 시키는 법 — 2강, 3강에서 다룰 '프롬프트'입니다. AI가 확률 기계라서 → 우리가 이렇게 대응한다. 이 인과관계, 앞으로 계속 나올 거예요.

[본학습] [한계 2] 매번 '백지'에서 시작한다 (기억 없음)

두 번째. 이게 어쩌면 제일 중요할 수도 있어요. AI는요, 기본적으로 매번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요. 어제 우리가 두 시간 동안 나눈 그 깊은 대화, 다음 날 새 창을 열면요, 깨끗하게 다 잊어버립니다. "어제 그거 있잖아요" 하면 "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래요.

이걸 직장 비유로 설명해 드릴게요. 여러분 회사에 신입 사원이 한 명 들어왔다고 쳐요. 그런데 이 신입이 좀 특이해요. 머리는 비상하게 좋아요. 어떤 일을 시켜도 척척 해내요. 그런데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어요. 퇴근하고 다음 날 출근하면, 어제 일을 하나도 기억을 못 해요. 우리 회사가 뭐 하는 회사인지, 자기가 어제 무슨 일을 했는지, 백지예요. 매일매일이 입사 첫날인 거예요.

이런 직원한테 일을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제 그거 마저 해주세요" 이렇게 말하면 절대 안 되겠죠. 그 사람은 어제를 모르니까요. 대신 매번 이렇게 해야 해요. "우리 회사는 이런 회사고요, 지금 하려는 일은 이런 거고, 이런 자료가 있고, 결과물은 이런 형식으로 주시면 됩니다." 필요한 배경을 그때그때 다 깔아줘야 해요.

AI가 딱 이 신입 사원이에요. 머리는 좋은데 기억을 못 해요. 전문적으로는 이걸 '작업 기억이 부족하다'고 표현하기도 해요. 컴퓨터로 치면 책상 위에 펼쳐놓고 일할 수 있는 공간, 그게 좁은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AI한테 일을 시킬 때, "네가 알아서 기억하겠지" 하고 기대면 안 되고, 필요한 정보를 매번 친절하게 같이 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예요. 이게 나중에 우리가 배울 '맥락을 충분히 주는 기술'의 뿌리예요. 그게 4강, 5강의 '컨텍스트'입니다. AI가 백지에서 시작하니까 → 우리가 배경을 깔아준다. 또 나왔죠, 이 인과관계.

[본학습] [한계 3] 긴 내용은 '중간'을 잊는다

세 번째는 두 번째랑 사촌지간이에요. 대화가 길어지거나, 긴 문서를 통째로 던져주면요, AI가 중간 부분을 슬그머니 잊어버려요.

재밌는 게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누가 전화번호를 쭉 불러주면, 우리가 보통 앞자리랑 끝자리는 기억하는데 가운데가 헷갈리죠. AI도 비슷한 구석이 있어요. 긴 내용을 주면, 맨 앞에 한 말이랑 맨 끝에 한 말은 비교적 잘 챙기는데, 중간에 묻혀 있는 내용은 흐릿해져요. 그래서 분명히 문서 한가운데에 똑똑히 적어준 조건인데도, AI가 그걸 못 보고 지나치는 일이 생겨요.

제가 예전에 이걸 모르고 한참 헤맨 적이 있어요. 열 몇 페이지짜리 자료를 통째로 붙여넣고, "이거 읽고 요약해 줘" 했거든요. 그런데 요약본을 보니까, 제일 중요했던 가운데 부분 내용이 쏙 빠진 거예요. 처음엔 "얘가 일을 대충 하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중간이 약한 거였어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이 또 자연스럽게 나오죠. 첫째,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던지지 말고 일을 잘게 쪼개서 주자. 둘째, 진짜 중요한 조건은 한 번만 말하고 묻어두지 말고, 맨 앞이나 맨 뒤에 다시 한번 강조해 주자. "특히 이거 잊지 마" 하고요. 이것도 전부, AI가 긴 내용의 중간을 잊는다는 그 한계에서 나온 우리의 대응책인 거예요. 이 요령은 4강에서 같이 연습합니다.

[본학습] [한계 4] 모르면서, 그럴듯하게 지어낸다 (환각)

자, 네 번째. 이게 아마 제일 무서운 거예요. AI는요,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대신, 모르면서도 그럴듯하게 지어내요. 이걸 좀 멋있는 말로 '환각'이라고 부르는데요, 어려운 말 쓸 거 없이 그냥 "AI가 자신 있게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게 왜 그러는지, 이제 여러분은 설명하실 수 있어야 해요. 우리 첫머리에 뭐라고 했죠? AI는 의미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다음에 올 법한 그럴듯한 단어'를 고른다고 했잖아요. 이게 핵심이에요. 이 친구한테는 '진실'이라는 잣대가 없어요. 오로지 '그럴듯함'이라는 잣대만 있어요. 그러니까 진짜 정보든 가짜 정보든, 문장으로서 매끄럽고 그럴듯하기만 하면 똑같이 술술 만들어 내는 거예요. 본인은 거짓말한다는 자각조차 없어요. 그냥 확률 좋은 단어를 이어 붙였을 뿐이니까요.

그 신입 사원 비유로 돌아가 볼게요. 머리 좋은 이 신입한테 제가 물어요. "김 대리, 우리 작년 3분기 매출 얼마였지?" 그런데 이 친구가 진짜 모르는데, 모른다고 하기가 좀 민망한 거예요. 그래서 아주 자신 있는 표정으로 "아, 그거 한 23억쯤 됐습니다" 이래요. 숫자도 딱 떨어지고 말투도 확신에 차 있으니까, 우리는 깜빡 속아요. AI의 거짓말이 딱 이래요. 너무 자연스럽고, 너무 자신만만해서 진짜 같아요. 오히려 어설프게 거짓말하면 우리가 의심이라도 할 텐데, 너무 매끄러워서 안 걸려요.

그래서 결론은요. AI가 준 답, 특히 숫자, 날짜, 사람 이름, 법 조항, 출처 같은 '사실 정보'는요, 절대 그냥 믿으면 안 돼요. 반드시 우리 눈으로 한 번 더 확인해야 해요. AI는 초안을 빠르게 뽑아주는 데까지가 일이고, 사실 확인이라는 마지막 도장은 사람인 우리가 찍는 거예요. 이게 AI 시대에 일하는 사람의 가장 기본자세예요. 이 대응법은 6강, 7강의 '하네스', 즉 검증 기술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AI가 그럴듯함만 좇는 기계라서 → 우리가 사실 확인을 한다. 네 번 연속 같은 구조죠.

[본학습] 핵심 전환: 한계가 있으니까, 요령이 있다

여기까지 네 가지를 봤어요. 한번 쭉 정리해 볼게요. 첫째, 물어볼 때마다 답이 달라진다. 둘째, 매번 백지에서 시작해서 기억을 못 한다. 셋째, 긴 내용은 중간을 잊는다. 넷째, 모르면서 그럴듯하게 지어낸다.

이 네 가지가 따로따로 노는 별개의 문제처럼 보이세요? 아니에요. 사실 뿌리는 딱 하나예요. "AI는 의미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확률로 다음 단어를 맞히는 기계다." 이 한 문장에서 네 가지가 전부 가지처럼 뻗어 나온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이 강의 내내 계속 강조할 게 뭐냐면요, 우리가 앞으로 배울 모든 요령은, 무슨 마법의 주문이나 비밀스러운 꿀팁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AI가 이렇게 생겨먹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이렇게 맞춰줘야 하는 것"이에요. AI가 기억을 못 하니까 배경을 깔아주고, 중간을 잊으니까 일을 쪼개고, 거짓말을 하니까 확인을 하고. 전부 다 그래요. 이 인과관계만 머릿속에 박아두시면, 앞으로 나올 기법들이 "아, 그래서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고 술술 이해될 거예요. 외울 게 아니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래서 결론은 이거예요. AI가 더 똑똑해지길 손 놓고 기다릴 게 아니라, 지금 이 '답답한 천재'를 잘 부려 쓰는 요령을 우리가 익히면 됩니다. 그리고 이 강의의 진짜 가치가 여기 있어요. 단순히 "이럴 땐 이렇게 쳐라"를 외우는 게 아니에요. "아, AI가 이런 애니까 내가 이렇게 대해줘야겠구나" 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기르는 거예요. 그게 진짜 실력이고, 어떤 AI가 새로 나와도 안 흔들리는 힘입니다.

[본학습] 우리가 함께 배울 6가지 요령 (전체 지도)

자, 이제 이 강의 전체 지도를 쫙 펼쳐서 보여드릴게요. 우리가 열 번에 걸쳐 무슨 여행을 떠나는지, 미리 한눈에 봐 두면 길을 안 잃거든요. 오늘 1강에서는 AI가 어떤 녀석인지, 그 정체와 네 가지 한계를 봤어요. 이게 모든 것의 토대예요.

앞으로 이어질 강의들은요, 큰 흐름이 이래요. 먼저 우리는, 그 '백지에서 시작하는 신입'한테 일을 제대로 시키는 법을 배울 거예요. 어떻게 배경을 깔아주고, 어떤 역할을 맡기고, 결과물의 형식을 어떻게 지정하는지. 한마디로 '말을 거는 기본기'죠. 그다음엔, AI가 곧장 답으로 직진하다가 실수하는 걸 막기 위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생각하게 만드는 법을 배워요. 그리고 AI가 거짓말을 하는 그 환각 문제를, 우리가 실무에서 어떻게 걸러내고 막는지도 다룰 거예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검증하다 걸린 실수를 이번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지시서 자체에 되먹여서 다음번엔 같은 실수가 안 생기게 만드는 법도 배우고요. 그다음엔 위험한 정보를 덥석 주지 않도록 선을 긋는 법, 그리고 반복되는 일을 흐름으로 굴리고 나만의 비서를 만드는 법까지 갈 거예요. 마지막엔 이 모든 걸 여러분의 실제 업무에 어떻게 녹여 쓰는지까지 갈 거예요.

보세요. 이게 전부 오늘 우리가 본 네 가지 한계랑 하나하나 연결돼요. 기억을 못 하니까 배경 까는 법을 배우고, 직진하다 실수하니까 단계 밟는 법을 배우고, 거짓말하니까 걸러내는 법을 배우고. 따로 노는 기술 열 개가 아니라, 오늘 깐 이 토대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한 채의 집이에요.

구체적으로 여섯 가지만 짚으면 이렇습니다. 명확하게 시키는 '프롬프트'는 2·3강, 맥락을 챙겨주는 '컨텍스트'는 4·5강, 거짓말을 거르는 '하네스'는 6·7강, 검증한 실수를 지시서에 되먹이는 '하네스 루프'은 8강, 안전하게 다루는 '가드레일'은 9강, 흐름으로 일하는 '워크플로우'는 10강에서 다루고, 11강에서는 이 여섯을 전부 합쳐 실제 업무 하나를 끝까지 끝내 봅니다. 어렵게 들리시죠? 걱정 마세요. 여러분이 직접 코딩하지 않아도, AI에게 시켜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전부 당장 내일 업무에서 쓸 수 있는 것들로만 채웠어요.

[현장 노트] 검색창인 줄 알았는데, '대화'였습니다

여기서 제 부끄러운 옛날 얘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솔직히 저도 처음엔 이걸 전혀 몰랐거든요. 제가 AI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요, 저는 이걸 그냥 좀 똑똑한 '검색창'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썼느냐. 네이버나 구글 검색하듯이, 단어 몇 개만 툭 던졌어요. "신년사 작성", "마케팅 보고서" 이런 식으로요. 그러고는 멋진 결과가 짠 하고 나오기를 팔짱 끼고 기다린 거죠.

그런데 결과가요, 늘 어딘가 붕 떠 있고, 두루뭉술하고, 영혼이 없는 거예요. "에이, 다들 AI AI 하길래 대단한 줄 알았더니 별거 없네." 솔직히 이렇게 생각했어요. 한동안 거의 안 썼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정말 우연한 계기로 생각을 한번 바꿔봤어요. '이걸 검색창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옆자리에 앉은 똑똑한 신입 직원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하고요. 그래서 단어만 던지는 대신, 사람한테 일 부탁하듯이 말을 걸어봤어요. "내가 중소기업 대표인데, 직원 50명 앞에서 읽을 신년사가 필요해. 분위기는 너무 딱딱하지 않게 따뜻했으면 좋겠고, 올해 우리가 힘들었지만 내년엔 같이 잘해보자는 메시지를 담고 싶어. 길이는 2분 정도 분량으로 해줘." 이렇게요.

그랬더니요, 와,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거예요. 같은 AI, 같은 도구인데, 나오는 게 천지 차이였어요. 그때 제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 "아, 이건 검색이 아니구나. 이건 대화구나. 내가 그동안 질문을 못 한 게 아니라, 애초에 대화를 안 하고 있었구나." 이게 무슨 거창한 기술이 아니에요. 그냥 마음가짐을 바꾼 거예요. AI를 '정답 뱉어내는 자판기'로 보던 걸, '내가 잘 설명해 주면 잘 일해주는 동료'로 보기 시작한 거죠. 그 작은 관점의 전환 하나가 제 AI 활용을 완전히 바꿔놨어요. 그리고 이 강의는요,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얘기예요. "검색하지 말고, 대화하세요." 이거 하나입니다.

[비교표] 4대 한계, 한눈에 보기

표로 정리하겠습니다. 왼쪽이 AI의 약점, 가운데가 그 원인, 오른쪽이 우리가 할 일이에요.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오른쪽 '우리의 대응'이 전부 왼쪽 '약점'에서 나왔다는 거예요.

우리가 배울 모든 기술은 누가 만든 꿀팁이 아니라, "AI가 이런 약점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이렇게 해주는 것"이에요. 이 인과관계가 오늘 강의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표를 한 번 더 눈으로 훑어보시면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화살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확인해 보세요.

[실습] ✋ 직접 해보기: AI의 '맨얼굴' 확인하기

자,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해보는 게 낫죠. 지금 각자 핸드폰이나 노트북으로 평소 쓰시는 챗봇 하나 열어보세요. 딱 두 가지만 해볼게요.

먼저, 아무 질문이나 하나 던지고, 똑같은 질문을 한 번 더 던져보세요. 어때요? 답이 미묘하게 다르죠? 어떤 분은 아예 다르게 나올 거예요. 네, 방금 그게 '확률 주사위'를 다시 굴린 겁니다.

그다음, "'번데기'에 받침 몇 개야?" 하고 물어보세요. 예전 모델들은 박사 논문도 요약하면서 이 단순한 걸 의외로 잘 틀렸어요. 지금 여러분이 쓰는 모델은 어떨지 한번 확인해 보세요. 맞혀도 괜찮습니다 — 오히려 좋은 신호예요. 맞혔든 틀렸든, 이유는 똑같습니다. AI는 애초에 글자를 우리처럼 한 글자씩 보는 게 아니라 '덩어리'로 뭉쳐서 보거든요. 맞혔다면 '이해해서'가 아니라 이런 질문을 워낙 많이 봐서 패턴으로 익힌 거예요.

자, 지금 직접 보신 이 두 장면이 오늘 강의 전부입니다. 신기하죠? 이 두 가지를 몸으로 확인하고 나면, 앞으로 AI가 답답하게 굴 때마다 "아, 얘가 확률 기계라서 그렇지" 하고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실 거예요.

02

2강. 같은 질문인데, 답이 다른 이유: AI한테 '제대로 말 거는' 법 [프롬프트]

제2강. 같은 질문인데, 답이 다른 이유: AI한테 '제대로 말 거는' 법 [프롬프트]

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다시 만났습니다. 2강 시작할게요.

오늘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제가 질문 하나 던져볼게요. 혹시 이런 경험 있으세요? 친구가 옆에서 챗GPT 같은 걸 쓰는데, 뭔가 답이 기가 막히게 잘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어? 나도 저거 해봐야지" 하고 거의 똑같이 물어봤는데, 나한테는 영 시원찮은 답이 나오는 경험. 분명히 비슷하게 물어본 것 같은데 말이죠.

아니면 더 황당한 경우도 있어요. 어제 똑같은 질문을 했더니 멀쩡한 답이 나왔는데, 오늘 다시 물어보니까 전혀 다른 소리를 하는 거예요. "어제는 잘 됐는데 얘가 왜 이러지?"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오늘 2강에서 우리가 풀어볼 수수께끼가 바로 이겁니다. 같은 질문 같은데, 왜 답이 다를까. 그리고 더 중요한 거,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올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이걸 오늘 같이 배워보겠습니다.

사전학습 (생각해보기!)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같이 생각해 봅시다. 같은 AI한테, 비슷하게 물어본 것 같은데 누구는 잘 나오고 누구는 안 나와요. 어제는 됐는데 오늘은 안 되기도 하고요.

많은 분들이 여기서 "역시 AI가 아직 별로네" 하고 덮습니다. 그런데 오늘 끝나고 나면 생각이 바뀌실 거예요. 사실 문제는 AI가 아니라, 우리가 말을 거는 방식에 있었거든요. 그 비밀을 지금부터 풀어볼게요.

학습내용 및 목표

오늘 갈 길을 먼저 보여드릴게요. 크게 세 단계예요. 먼저 AI가 왜 우리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지, 1강에서 배운 한계랑 연결해서 짚습니다. 그다음 좋은 요청에 꼭 들어가야 할 핵심 네 가지 요소를 배우고, 여기에 출력 형식까지 얹어 다섯 가지를 완성합니다. 마지막으로 못 쓴 질문 하나를 같이 고쳐보면서, 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눈으로 확인할 거예요.

오늘 목표는 멋진 주문을 외우는 게 아니에요. "아, 내가 운전대를 쥐어야 하는구나" 하는 관점, 그걸 가져가시는 게 목표입니다.

[본학습] 지난 시간 복습 — AI는 '이해'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지난 시간 잠깐 복습할게요. 제가 1강에서 그렇게 강조했죠. AI는 우리 말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다음에 올 단어를 확률로 맞히는 기계라고요.

거기서 약점 두 개 기억하세요. 두루뭉술하게 시키면 두루뭉술하게 해온다는 거, 그리고 같은 걸 물어도 답이 흔들린다는 거. 오늘 배울 '프롬프트'가 바로 이 약점에 딱 대응하는 첫 번째 요령이에요. 약점에서 요령이 나온다, 이 흐름 그대로 갑니다.

[본학습] AI는 왜 '말귀'를 못 알아듣는가

여러분, 우리가 사람한테 말을 할 때는요, 사실 말 안에 안 들어 있는 정보가 엄청 많아요. 무슨 말이냐면, 제가 회사에서 옆자리 김 대리한테 "어제 그거 어떻게 됐어요?" 하고 물으면, 김 대리는 '아, 어제 회의에서 얘기한 그 거래처 건이구나' 하고 딱 알아들어요. 우리가 '그거'라고만 말해도 알아듣는 거죠. 왜? 같은 공간에서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사람은 눈치라는 게 있잖아요. 분위기 파악이라는 게 되잖아요.

그런데 AI는 이게 안 됩니다. AI한테 "어제 그거 어떻게 됐어요?" 하면, 얘는 '어제'가 언제인지도 모르고, '그거'가 뭔지도 몰라요. 얘가 가진 건 딱 하나, 여러분이 지금 입력한 그 글자들뿐이에요. 그 글자만 보고, 그다음에 올 가장 그럴듯한 단어를 확률로 줄줄이 뽑아내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모호하게 말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AI 입장에서는 '그럴듯한 답'의 경우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지는 거예요. "보고서 써줘" 이렇게만 던지면, 세상에 보고서가 몇 종류입니까. 한 줄짜리도 보고서고, 열 장짜리도 보고서예요. 딱딱한 것도 있고 부드러운 것도 있고요. AI는 그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그냥 '확률적으로 제일 무난한 거' 하나를 골라서 내놓는 거예요. 그게 여러분이 진짜 원하던 거랑 같을 확률은? 낮죠. 당연히 낮습니다.

그래서 오늘 강의의 첫 번째 핵심이 이겁니다. AI는 말귀를 정확히 못 알아듣는다. 그러니까 우리가 정확히 시켜줘야 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요령'을 배워야 하는 이유예요. AI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눈치가 없어서, 우리가 친절하게 다 떠먹여 줘야 하는 거죠.

[본학습] 좋은 요청의 네 가지 요소 (한눈에)

자, 그럼 어떻게 정확히 시킬까요? 외우기 쉽게 네 가지로 정리해 드릴게요. 저는 이걸 '신입 사원한테 일 시키는 법'이라고 불러요. 사람한테 일을 맡길 때 자연스럽게 챙기는 것들인데, AI한테는 이상하게 다들 생략하고 던지시더라고요. 이유는 뒤에서 말씀드릴게요.

누구 입장에서, 무엇을, 어디까지, 이런 예시로. 이 네 개예요. 이거 네 개만 챙겨도 답변 품질이 확 달라집니다. 하나씩 뜯어볼게요.

[본학습] ① 역할 — 누구 입장에서 말하게 할까

첫 번째, 역할이에요. 누구 입장에서 말해 줄 거냐를 정해 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똑같이 "건강하게 살을 빼는 방법 알려줘"라고 물어도, 앞에다가 "당신은 20년 경력의 영양사입니다"라고 붙여주는 거랑, "당신은 헬스 트레이너입니다"라고 붙여주는 거랑, 답이 달라집니다. 영양사한테 물으면 식단 얘기를 주로 할 거고, 트레이너한테 물으면 운동 얘기를 주로 하겠죠.

왜 이게 효과가 있을까요? 다시 1강으로 돌아가 봅시다. AI는 확률로 단어를 뽑는다고 했죠. "당신은 영양사입니다"라는 말을 앞에 깔아주면, AI는 영양사들이 쓸 법한 단어들, 영양사 글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들 쪽으로 확률이 확 쏠려요. 다음 단어를 뽑을 때 참고할 '동네'를 정해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답이 그쪽 색깔로 나오는 거죠.

그래서 여러분, 질문할 때 "너는 누구야"를 먼저 정해주세요. "당신은 친절한 고객 상담원입니다", "당신은 깐깐한 회계사입니다", "당신은 초등학생도 이해하게 설명하는 과학 선생님입니다." 이렇게요.

[본학습] ② 목표 — 무엇을 원하는지 콕 집기

두 번째는 무엇을 원하는가, 목표예요. 방금 역할로 '동네'를 정했다면, 이번엔 그 동네 안에서 정확히 어디로 갈지를 정하는 단계입니다. 너무 당연한 거 아니냐고요? 그런데 의외로 여기서 많이들 뭉뚱그립니다.

"마케팅 좀 도와줘"가 아니라, "우리 회사 신제품 텀블러를 20대 직장인한테 알릴 인스타그램 게시글 문구를 만들어줘." 이렇게 구체적인 결과물이 뭔지를 딱 박아주는 거예요. 도와달라고 하면 AI는 '뭘 도와달라는 거지' 하면서 또 무난한 일반론을 늘어놔요. 결과물을 명확히 말해주면 거기에 딱 조준이 됩니다.

[본학습] ③ 제약 — 울타리를 쳐 주기

세 번째는 제약 조건이에요. 어디까지 할 거냐, 무슨 조건을 지킬 거냐. 이게 정말 중요해요. 예를 들면 "전문 용어 빼고 쉽게", "300자 이내로", "초등학생 눈높이로", "예산 10만 원 안에서." 이런 울타리를 쳐주는 거예요. (말투는 뒤에 나올 다섯 번째 요소, 출력 형식에서 다시 다룰게요.)

생각해 보세요. 제약이 없으면 AI는 무한대의 자유를 갖게 돼요. 근데 그 자유가 우리한테는 독이 됩니다. 왜냐? 1강에서 배웠듯이 AI는 가능성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애예요. 울타리를 안 쳐주면 엉뚱한 데까지 헤엄쳐 가버려요. 제약은 그 바다를 좁혀서, 우리가 원하는 작은 연못 안에서만 답을 찾게 만드는 장치예요.

[본학습] ④ 예시 — 제일 강력한데, 제일 안 쓰는 것

네 번째, 예시예요. 이게 사실 제일 강력한데 사람들이 제일 안 써요. 말로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이런 느낌으로 해줘" 하고 샘플 하나 보여주는 게 훨씬 잘 통합니다. 예를 들어 "제품 설명 문구를 써줘"라고만 하지 말고, "예를 들면 '하루의 시작을 바꾸는 한 잔' 이런 느낌의 감성적인 문구로 세 개 만들어줘." 이렇게 본보기를 하나 던져주는 거죠.

왜 예시가 강력할까요? AI는 글자를 보고 그다음 글자를 뽑는다고 했잖아요. 예시를 보여주면 AI는 '아, 이런 패턴, 이런 길이, 이런 말투구나' 하고 그 패턴을 그대로 이어서 따라 그려요. 말로 "감성적으로 해줘" 하면 그 '감성적'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근데 예시를 보여주면 오해의 여지가 확 줄어듭니다.

자, 정리할게요. 누구 입장에서, 무엇을, 어디까지, 이런 예시로. 이 네 가지. 이거 네 개만 챙겨도 여러분 답변 품질이 확 달라집니다.

[본학습] ⑤ 한 발 더 — 출력 형식까지 정해 주기

자, 네 가지 요소를 챙겼어요. 그런데 한 가지를 더 얹으면 결과물이 진짜 깔끔해집니다. 바로 출력 형식이에요. 결과물을 어떤 '모양'으로 받을지를 정해주는 거죠. 똑같은 내용이라도 줄글로 주는 거랑, 표로 주는 거랑, 번호 목록으로 주는 거랑 완전히 다르잖아요. 그걸 우리가 미리 지정해 주는 거예요.

몇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표로 받고 싶으면 "장점과 단점을 표로 정리해줘"라고 하면, 좌우로 딱 나눠서 한눈에 비교되게 줘요. 여러 개를 비교할 땐 표가 최고예요. 목록으로 받고 싶으면 "다섯 가지를 번호 매겨서 알려줘"라고 하세요. 줄글로 주르륵 받으면 읽기 힘든데, 번호로 끊어주면 훨씬 보기 좋죠. 말투를 지정하고 싶으면 "사장님께 보고하는 정중한 말투로" 혹은 "친한 친구한테 카톡 하듯이 편하게"라고 하면, 같은 내용이라도 톤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분량을 지정하고 싶으면 "딱 세 문장으로", "A4 한 장 분량으로", "트위터에 올릴 거니까 짧게"라고 하세요. 분량을 안 정해주면 AI가 끝없이 늘어놓거나, 반대로 너무 짧게 줘서 답답할 때가 많아요.

이걸 왜 따로 강조하냐면요, 사람들이 내용은 신경 쓰는데 '형식'은 AI한테 그냥 맡겨버리거든요. 그러면 AI는 또 확률적으로 제일 무난한 형식, 보통 줄글로 길게 늘어놓는 걸 택해요. 근데 우리가 진짜 필요한 건 표 한 장일 때가 많잖아요. 그러니까 형식까지 우리가 운전대를 쥐고 있어야 합니다.

[본학습] [Case] 워크숍 장소 추천, Before와 After

말로만 들으면 와닿지 않으니까, 제가 못 쓴 요청 하나를 같이 고쳐보겠습니다. 이게 오늘 강의의 하이라이트예요. 상황을 하나 드릴게요. 여러분이 회사에서 워크숍을 가게 됐어요. 장소를 정해서 팀장님께 추천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AI한테 도움을 받으려고 합니다.

먼저 우리가 흔히 쓰는 Before 방식입니다. "워크숍 장소 추천해줘." 이렇게 물으면 어떻게 될까요? AI는 막막해요. 인원이 몇 명인지, 어디 지역인지, 예산이 얼마인지, 뭘 하는 워크숍인지 아무것도 몰라요. 그러니까 "강원도 펜션, 제주도 리조트, 가평 풀빌라..." 이렇게 세상 모든 무난한 답을 그냥 나열해 줄 거예요. 받아 보면 '음... 그래서 뭘 어쩌라고' 싶은, 영양가 없는 답이 나옵니다. 이게 바로 가능성의 바다에 그냥 던져버린 결과예요.

이제 우리가 배운 걸 다 넣어서 고쳐볼게요. 역할은 "기업 워크숍을 많이 기획해 본 전문 플래너", 목표는 "우리 팀 15명이 1박 2일 팀워크 워크숍을 갈 장소 추천", 제약은 "서울에서 차로 2시간 안쪽, 1인당 예산 10만 원 이내, 세미나실과 바비큐 공간 필수", 예시는 "'가평 OO펜션 – 세미나실 완비, 바비큐장 있음' 이런 식으로", 마지막 출력 형식은 "후보 세 곳을 장점·예상 비용과 함께 표로 정리." 이 다섯 가지를 다 넣어서 하나의 요청으로 이어 붙이는 겁니다.

자, 어떠세요? 느낌이 확 다르죠? 글자 수는 좀 늘었지만, 이 안에 AI가 헤맬 구석이 거의 없어요. 인원도 알고, 지역도 알고, 예산도 알고, 필요한 시설도 알고, 어떤 모양으로 답할지까지 다 알려줬어요. 같은 AI인데, 받는 답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본학습] 왜 달라질까 — 확률이 '좁은 길'로 모인다

AI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봅시다. 1강에서 배운 대로, AI는 우리가 준 글자를 보고 확률을 계산하는 애예요. Before에서는 참고할 글자가 너무 적어서 확률이 사방으로 퍼졌어요. After에서는 우리가 단서를 잔뜩 줬으니까, 확률이 우리가 원하는 좁은 길로 쫙 모입니다. 그러니까 원하는 답이 나올 확률이 확 올라가는 거예요.

여기서 오늘의 가장 중요한 깨달음. AI가 답을 잘 못 한 게 아니라, 내가 질문을 잘 못 한 거다. 우리가 첫 질문에 운전대를 얼마나 단단히 쥐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천지 차이로 달라집니다.

[현장 노트] 열다섯 장짜리 보고서를 받은 날

여기서 제 옛날 얘기를 하나 해야겠어요. 왜 제가 이걸 이렇게까지 강조하는지 이유가 있거든요.

제가 예전에 말이죠, 팀에 신입 사원이 한 명 들어왔어요. 아주 성실하고 똑똑한 친구였어요. 그런데 그날 제가 좀 바빴어요. 정신없이 일하다가 지나가면서 툭 던졌죠. "김 사원, 지난달 매출 관련해서 보고서 좀 써와요." 딱 이 한마디였어요. "보고서 좀 써와." 저는 속으로 '알아서 잘 해오겠지' 했죠. 그리고 오후에 그 친구가 보고서를 가져왔어요.

근데 제가 받아보고 좀 당황했어요. 제가 원했던 건 임원 회의에 올릴, 한 장짜리 핵심 요약본이었거든요. 숫자 몇 개랑 그래프 하나면 됐어요. 그런데 이 친구는요, 정말 열심히, 무려 열다섯 장을 써왔어요. 지난달 거래처별 매출을 하나하나 다 풀어서, 분석에 의견까지 빼곡하게요.

이 친구가 일을 못 한 걸까요? 아니에요. 오히려 정반대예요. 주어진 정보 안에서 정말 최선을 다한 거예요. 너무 열심히 한 거죠. 문제는 누구한테 있었을까요? 저예요. 제가 "누가 볼 보고서인지", "몇 장으로", "뭘 강조해서" 이걸 하나도 안 알려줬어요. 그 친구는 제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알 방법이 없었던 거예요. 저는 당연히 알겠거니 했지만, 제 머릿속은 저만 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날 저는 그 친구를 탓하지 않고 속으로 좀 앓았어요. '아, 내가 잘못 시켰구나' 하고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일을 시킬 때 항상 풀어서 말했어요. "이건 다음 주 임원 회의에 올릴 거고, A4 한 장이면 돼요. 매출 추이 그래프 하나랑, 전월 대비 증감 핵심만. 말투는 보고용으로 간결하게." 이렇게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딱 제가 원하는 걸 가져오더라고요. 똑같이 똑똑한 친구가요. 달라진 건 그 친구가 아니라, 제 지시였어요.

자, 그리고 몇 년 뒤에 제가 AI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는데요. 어느 날 무릎을 탁 쳤어요. "어? 이거 그때 그 신입이랑 완전히 똑같잖아!" 생각해 보세요. AI도 똑같아요. 모호하게 시키면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엉뚱한 열다섯 장을 가져와요. AI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제가 제 머릿속 그림을 안 알려줬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1강에서 배웠죠. AI는 우리가 준 글자밖에 못 봐요. 우리 머릿속은 절대 못 들여다봐요. 그러니까 사람한테 친절하게 일 시키듯이, AI한테도 친절하게, 떠먹여 주듯이 시켜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여러분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이거예요. AI한테 답이 이상하게 나왔을 때, "에이, AI 별거 없네" 하고 덮지 마세요. 그 대신 "내가 그 신입한테 보고서 써오라고 던지듯이, 너무 두루뭉술하게 시킨 거 아닐까?" 하고 한 번 돌아보세요. 그리고 아까 그 네 가지, 누구 입장에서, 무엇을, 어디까지, 이런 예시로. 이걸 넣어서 다시 한번 시켜보세요. 십중팔구 결과가 달라집니다.

[비교표] 오늘의 다섯 요소, 한 표로

자, 오늘 배운 다섯 가지를 한 표에 모았어요. 누구 입장에서(역할), 무엇을(목표), 어디까지(제약), 이런 예시로(예시), 그리고 어떤 모양으로(출력 형식). 이 다섯 개예요.

다 외우려고 부담 갖지 마세요. 질문 쓰기 전에 이 표 한 번 쓱 훑고, "내가 빠뜨린 거 없나?" 점검만 해도 충분해요. 이게 습관이 되면 여러분 프롬프트가 확 달라집니다.

[실습] ✋ 직접 해보기: 거래처 사과 이메일 만들기

자, 배운 걸 손으로 직접 해볼 시간이에요. 상황을 하나 드릴게요. 우리 쪽 사정으로 거래처 납기가 3일 늦어졌어요. 거래처 담당자한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는 이메일을 보내야 하는,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곤란한 상황이죠.

두 번 시켜볼 거예요. 먼저 평소처럼 툭, "거래처에 보낼 사과 메일 써줘." 이렇게만 해보세요. 받아보면 누구한테 보내는지, 뭘 사과하는지도 모르니까 두루뭉술하고 어디서 본 듯한 맹맹한 메일이 나올 거예요.

이번엔 오늘 배운 다섯 요소를 다 넣어서 다시 시켜보세요. 역할은 우리 회사 영업 담당자, 맥락은 자재 차질로 납기 3일 지연, 톤은 정중하되 변명은 최소로, 분량은 10줄 내외, 그리고 꼭 넣을 것 두 가지 — 새 납기일이랑 재발 방지 약속. 예시 톤까지 한 줄 깔아주면 더 좋고요.

자, 두 결과를 나란히 놓고 보세요. 다섯 요소를 넣은 두 번째 게 얼마나 '바로 보낼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왔는지, 특히 새 납기일이랑 재발 방지 같은 구체적인 요청이 메일의 무게를 어떻게 바꿨는지 느껴보세요. 자, 5분 드릴게요. 직접 해보시죠!

03

3강. 한 번에 시키지 말고, 단계로 시켜라

제3강. 한 번에 시키지 말고, 단계로 시켜라

자, 다들 오셨나요? 지난 2강에서 우리가 뭘 배웠죠? "정확하게 요청하기"였습니다. 역할 주고, 목표 주고, 제약 걸고, 형식 정해주고. 모호하게 "보고서 써줘" 하지 말고, 누가 읽을 보고서인지, 몇 장짜리인지, 어떤 톤으로 쓸 건지를 또박또박 알려주자는 거였죠.

그런데 말이죠, 2강에서 배운 대로 아무리 또박또박 요청해도, 여전히 결과가 어딘가 엉성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명 역할도 줬고 형식도 줬는데, 결과물을 받아보면 "이게 뭐지?" 싶을 때가 있어요. 특히 일이 좀 복잡할 때요. 단순한 일은 잘하는데, 머리를 좀 굴려야 하는 일,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일을 던지면 AI가 갑자기 바보가 됩니다.

오늘은 바로 그 지점을 다룹니다. 같은 일을 시키는데, '어떻게' 시키느냐에 따라 결과가 거짓말처럼 달라지는 세 가지 요령이에요. 첫째, 한 번에 시키지 말고 단계로 쪼개서 시키기. 둘째, 잘된 예시를 하나 보여주기. 셋째, AI한테 역할과 말투를 입혀주기. 이 세 가지를 오늘 손에 쥐고 가시면, 여러분이 AI한테서 뽑아내는 결과물의 품질이 한 단계가 아니라 두세 단계는 올라갈 겁니다.

그런데 이 요령들, 그냥 "이렇게 하면 좋대요~" 하는 꿀팁이 아닙니다. 전부 다 AI라는 기계가 가진 한계에서 그대로 나온 이야기예요. 그 한계를 먼저 이해하면, 왜 이렇게 시켜야 하는지가 머리에 쏙 들어옵니다. 자, 시작해 볼까요?

사전학습 (생각해보기!)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다 같이 생각해 봅시다. 똑같은 자료를 주고 똑같은 AI한테 보고서를 시켰는데, 어떤 날은 멀쩡하고 어떤 날은 엉망이에요. 왜 그럴까요?

많은 분들이 "AI가 변덕스럽네" 하고 넘어갑니다. 그런데 사실은요, 우리가 일을 '한꺼번에' 던졌느냐, '단계로' 나눠 줬느냐. 그 차이일 때가 정말 많아요.

오늘 이 한 가지만 손에 쥐고 가셔도, 결과물 품질이 한 단계가 아니라 두세 단계는 올라갈 겁니다. 그 비밀을 지금부터 풀어볼게요.

학습내용 및 목표

오늘 갈 길을 먼저 보여드릴게요. 먼저 AI가 왜 복잡한 걸 한 방에 못 푸는지, 1차시에서 배운 원리랑 연결해서 봅니다. 그다음 한 번에 시킨 결과랑 단계로 시킨 결과를 직접 비교해 볼 거예요. 차이를 눈으로 보면 안 까먹습니다. 그다음 일을 단계로 쪼개는 법, "먼저 이거 하고 그다음 저거 해줘" 하고 길을 까는 법, 그리고 중간 점검하는 법까지 손에 쥐여 드릴게요. 여기까지가 첫 번째 요령이고요, 이어서 두 번째 요령인 '잘된 예시 하나 보여주기'와 세 번째 요령인 '역할과 말투 입히기'까지 오늘 한 번에 다 가져가실 거예요.

오늘 목표는 용어 암기가 아니에요. "아, 큰일은 쪼개서 시키고, 형식은 예시로 보여주고, 결은 역할로 잡아주는 거구나" 하는 감각, 그걸 가져가시는 게 목표입니다.

[본학습] 분명 잘 시켰는데, 왜 또 엉성할까

2강에서 배운 대로 아무리 또박또박 요청해도 결과가 엉성하게 나올 때가 있어요. 분명 역할도 줬고 형식도 줬는데, 받아보면 "이게 뭐지?" 싶죠. 특히 일이 좀 복잡할 때요.

단순한 일은 AI가 잘합니다. 그런데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일, 머리를 굴려야 하는 일을 던지면 갑자기 바보가 돼요. 이번 시간이 끝나면, 그게 AI 탓이 아니라 우리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던졌기 때문이라는 걸 아시게 될 거예요. 범인을 알아야 잡겠죠?

[본학습] 다시 1차시로: AI는 '생각'이 아니라 '맞히기'를 한다

1강에서 우리가 뭐라고 했죠? AI는 "다음에 올 단어를 확률로 맞히는 기계"라고 했습니다. 의미를 깊이 이해해서 곰곰이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나온 말들을 보고 "그 다음엔 이 단어가 올 확률이 제일 높겠네" 하면서 한 단어 한 단어를 이어 붙이는 거예요.

자, 그러면 한번 생각해 봅시다. 이런 기계한테 "여러 단계를 거쳐야 답이 나오는 복잡한 문제"를 통째로 던지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으로 치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안 주고 "자, 바로 답!" 하고 다그치는 거랑 똑같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이런 문제를 냈다고 칩시다. "어떤 가게에 사과가 23개 있었는데, 오전에 7개를 팔고, 오후에 한 박스 15개를 새로 들여왔다가, 그중에 4개가 상해서 버렸어요. 지금 사과가 몇 개죠?" 여러분 머릿속에서 어떻게 푸시나요? 23에서 7 빼서 16, 거기에 15 더해서 31, 거기서 4 빼서 27. 이렇게 단계를 밟아서 푸시죠? 절대 한 번에 "27!" 하고 튀어나오지 않습니다. 종이에 끄적이든 머릿속으로든, 단계를 거쳐요.

예전 AI한테 이걸 던지고 "답만 숫자로 말해" 하면, AI는 그 중간 계산 과정을 머릿속에서 펼칠 기회도 없이 바로 첫 단어부터 뱉어야 했습니다. "다음에 올 확률이 높은 숫자"를 그냥 찍는 거죠. 그러면 엉뚱하게 25, 26 이런 게 툭 나왔어요. 그럴듯한데 틀린 거죠. 요즘 모델은 이런 계산 문제에 많이 좋아졌는데, 왜 좋아졌는지가 중요해요. '한 방에 맞히는 능력'이 생긴 게 아니라, 답만 시켜도 속으로 몰래 단계를 밟은 다음에 결과만 보여주도록 학습됐기 때문이에요. 즉, 오늘 배울 '단계로 풀기'라는 요령을 아예 기본값으로 내장해버린 거죠. 다르게 말하면, AI가 좋아진 게 아니라 오늘 배울 요령이 맞았다는 게 증명된 셈입니다.

[본학습] "차근차근 단계로" 한 마디의 힘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정말 간단합니다. 똑같은 문제를 던지면서 이 한 마디만 붙이는 거예요. "차근차근 단계를 나눠서 풀어줘." 또는 "바로 답하지 말고, 생각하는 과정을 하나씩 적어가면서 풀어줘."

이 한 마디를 붙이면 무슨 일이 일어나냐면요. AI가 답을 바로 안 뱉고, "먼저 23개에서 7개를 팔았으니 16개입니다. 여기에 15개를 들여왔으니 31개입니다. 4개가 상했으니 빼면 27개입니다." 이렇게 풀어 씁니다. 그리고 풀어 쓰는 그 과정 자체가, AI한테 생각할 자리를 깔아주는 거예요.

이게 왜 먹히냐면, 아까 말씀드린 그 원리 때문입니다. AI는 한 단어 한 단어를 앞의 말에 이어서 만들어내잖아요? 그러니까 "16개입니다"라는 말을 먼저 적어두면, 그 다음 단어를 만들 때 그 16이라는 숫자를 발판으로 삼습니다. 중간 과정을 글자로 펼쳐놓으면, AI가 그걸 딛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요. 풀어 쓰게 하는 것 자체가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겁니다.

이걸 어려운 말로 "생각의 사슬"이라고 부릅니다. 영어로는 체인 오브 쏘트라고 하는데, 용어는 안 외우셔도 돼요. 그냥 "한 번에 답 내라고 다그치지 말고, 단계로 풀어가게 해라" 이거 하나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본학습] 계산만이 아니다: 모든 '복잡한 일'에 적용

"에이, 강사님. 저는 사칙연산 같은 거 AI한테 안 시켜요." 이러실 수 있어요. 맞습니다. 그런데 이게 계산 문제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머리를 여러 번 굴려야 하는 일은 다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이 고객 불만 메일을 읽고, 답변 메일을 써줘." 이거 복잡한 일이에요. 고객이 화난 포인트가 뭔지 파악하고, 우리 쪽 입장을 정리하고, 사과할 건 사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답을 써야 하잖아요. 이걸 통째로 "답장 써줘" 하면, AI가 핵심을 놓치고 두루뭉술한 답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키면 달라져요. "먼저 이 고객이 화난 핵심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해 줘. 그 다음에 각각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방향을 잡아줘. 마지막으로 그걸 바탕으로 정중한 답장 메일을 써줘." 단계를 나눠준 거죠. 그러면 AI가 화난 이유를 먼저 짚고, 대응 방향을 세우고, 그걸 발판으로 메일을 씁니다.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져요.

기획안 쓸 때도, 보고서 쓸 때도, 자료 분석할 때도 다 똑같습니다. 큰일은 그냥 던지지 말고, "1단계로 이거, 2단계로 이거, 3단계로 이거" 하고 길을 깔아주는 것. 이게 오늘의 첫 번째 핵심입니다.

[본학습] 큰일을 단계로 쪼개는 법

그럼 큰일을 어떻게 쪼개느냐. 어렵지 않아요. 먼저 큰일을 '결과물이 딱 나오는 작은 덩어리'로 나눠요. 그다음 순서를 정합니다. 앞 단계에서 나온 결과가 뒤 단계의 재료가 되도록요. 그리고 한 번에 한 가지만 시켜요. AI한테 한 가지에만 집중하게 하면 정확해집니다.

쪼개는 게 막막하면 이 질문을 던져 보세요. "이 일을 내가 사람한테 시키면, 무슨 순서로 손대게 할까?" 그 순서가 바로 단계예요. 우리가 일머리로 아는 걸 그대로 AI한테 깔아주는 거예요.

[본학습] "먼저 ~하고, 그다음 ~해줘" 한 문장 공식

실제로 시킬 때는 이 한 문장 공식을 쓰시면 돼요. "먼저 A를 해줘. 그다음 B를 해줘. 마지막으로 C로 정리해줘." 순서를 지시문 안에 그냥 박아 넣는 거예요.

예를 들어 "먼저 핵심 추이 세 개만 뽑고, 그다음 각각의 원인을 붙이고, 마지막으로 한 장으로 요약해줘." 이렇게요. 번호를 매겨도 좋아요. "1단계, 2단계, 3단계." AI는 이렇게 길을 깔아주면 그 길을 따라 차근차근 갑니다. 거창한 거 아니에요. "먼저, 그다음, 마지막으로." 이 세 마디면 됩니다.

[본학습] 중간 점검: 단계마다 눈으로 확인하라

단계로 쪼개면 따라오는 진짜 큰 이득이 하나 있어요. 바로 중간 결과를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거예요. 1단계 결과가 이상하면 거기서 바로잡고 2단계로 넘어가면 되죠. 그런데 한 방에 통째로 던지면, 어디서 틀어졌는지조차 모른 채 결과 전체가 망가져 버려요.

특히 숫자나 사실이 들어가는 일은요, 단계마다 "자료에 없는 숫자는 절대 만들지 마"라고 한 번씩 못을 박아주세요. 1차시에서 배운 '환각', 그 그럴듯한 거짓말을 단계 점검으로 잡아내는 거예요. 중간 점검, 이게 단계로 시키기의 숨은 핵심입니다.

[본학습] 한 번에 한 가지 = '생각하면서 답하게' 만들기

오늘 내용을 한 줄로 꿰면 이거예요. 단계로 쪼갠다는 건, AI를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일이에요. 집중하면 생각할 자리가 생기고, 펼쳐 쓰면서 답하니까 정확해져요.

1차시에서 배운 '중간 망각' 기억나시죠? 한꺼번에 많이 주면 가운데 핵심을 슬쩍 빠뜨린다고요. 그런데 단계로 나누면 매 단계가 짧아지잖아요. 빠뜨릴 '중간'이 아예 사라지는 거예요. 그래서 단계로 시키면 품질이 확 올라가는 겁니다.

[본학습] 이럴 때 특히 효과가 크다

그럼 이 단계로 시키기가 특히 빛을 발하는 경우를 짚어 볼게요. 첫째, 여러 자료를 종합해야 할 때예요. 매출 데이터, 설문, 보고서를 한꺼번에 녹여야 하는 일이요. 둘째, 분석하고, 판단하고, 글로 쓰는, 성격이 다른 일이 섞여 있을 때. 셋째, 숫자나 사실의 정확도가 중요할 때. 단계마다 점검이 생명이죠. 넷째, 기획안이나 보고서처럼 길고 구조가 있는 문서를 만들 때.

반대로 "한 문장으로 인사말 써줘" 같은 단순한 일까지 굳이 쪼갤 필요는 없어요. 복잡할수록 쪼개라. 이게 감각입니다.

[본학습] 잘된 예시 하나면, 말이 필요 없다 — 퓨샷

두 번째 요령으로 갑니다. 이건 2강에서 '정확하게 요청하기'의 다섯 요소 중 하나로 잠깐 다뤘던 '예시'를 한 걸음 더 깊이 파고드는 심화판이에요. 2강에서는 지시문 한 줄에 예시를 짧게 곁들이는 정도였다면, 오늘은 예시 하나로 형식·톤을 통째로 넘기는 법까지 가봅니다. 이번엔 이런 상황이에요. 여러분이 AI한테 뭔가 형식이 정해진 걸 시킬 때가 있죠. 매번 같은 틀로 나와야 하는 거요. 그런데 말로 그 틀을 설명하려면 한참 걸립니다. 신입 직원한테 거래처 정보 정리하는 일을 가르친다고 생각해 보세요. "회사 이름을 먼저 쓰고, 옆에 담당자를 쓰고, 괄호 안에 직급을 넣고…" 이렇게 한참 설명해도 신입은 잘 못 알아들어요. 그럴 때 베테랑 선배들은 뭐라고 하죠? "말로 하니까 복잡하지? 이거 봐, 이렇게 정리된 거 하나 줄게. 이거랑 똑같이 하면 돼." 잘 정리된 샘플 하나가 백 마디 설명보다 빠릅니다.

AI도 똑같아요. AI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패턴을 따라가는" 기계거든요. 그래서 잘된 예시를 하나 딱 보여주면, 그 예시의 패턴을 기가 막히게 따라옵니다. 톤도, 길이도, 형식도 따라와요. 예를 들어 제품 후기를 한 줄로 요약하는 일을 시킨다고 합시다. 그냥 "후기 요약해 줘" 하면 AI가 마음대로 길게도 짧게도 들쭉날쭉합니다. 그런데 "다음 형식으로 요약해 줘. 예시 ─ 후기: '배송도 빠르고 포장도 꼼꼼했어요. 근데 색깔이 사진이랑 좀 달라요.' → 요약: 배송·포장 만족, 색상은 사진과 차이. 이제 이 후기를 요약해줘 ─ 후기: '가격 대비 품질이 훌륭하고 재구매 의사 있습니다. 다만 설명서가 부실해요.'" 이렇게 잘된 예시를 하나 박아주면, AI가 그 패턴 그대로 "가격 대비 품질 만족, 설명서는 부실." 이렇게 답을 줍니다. 말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예시 하나가 훨씬 정확하게 먹혀요. 이걸 어려운 말로 "퓨샷"이라 부르는데, 용어는 잊으셔도 됩니다. "말로 길게 설명하지 말고, 원하는 결과물 샘플을 하나 보여줘라." 이거 하나면 됩니다.

예시는 하나만 줘도 효과가 큽니다. 그런데 좀 더 까다로운 일, 경우가 여러 가지로 갈리는 일은 예시를 두세 개 주면 더 좋아요. 고객 문의를 분류하는 일이라면, "이런 건 환불 문의, 이런 건 배송 문의, 이런 건 단순 칭찬" 이렇게 서로 다른 예시를 두세 개 보여주면, AI가 그 결을 잡아서 새로운 문의도 척척 분류합니다. 여기서 진짜 중요한 포인트 하나. 예시는 반드시 "잘된" 예시여야 합니다. AI는 보여준 예시를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에, 어설픈 예시를 주면 어설픈 결과를 그대로 복제해요. 좋은 샘플을 보여주면 좋은 결과가, 대충 만든 샘플을 보여주면 대충 만든 결과가 나옵니다. 예시 하나는 공들여 잘 만들어 주세요.

[본학습] AI에게 역할과 말투를 입혀라 — 페르소나

세 번째 요령으로 갑니다. 이건 2강에서 잠깐 맛본 "역할 주기"의 심화 버전이에요. AI한테 단순히 일만 시키는 게 아니라, "당신은 누구입니다" 하고 캐릭터를 입혀주는 겁니다. 어려운 말로 "페르소나"라고 하는데, 그냥 "역할 가면 씌우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왜 이게 먹힐까요? 다시 1강으로 돌아가 봅시다. AI는 세상의 어마어마한 글을 학습한 기계예요. 변호사가 쓴 글, 카피라이터가 쓴 글, 초등학교 선생님이 쓴 글, 깐깐한 회계사가 쓴 글, 다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설명해 줘" 하면, AI는 이 모든 말투를 뭉뚱그린 평균치, 그 밍밍한 한가운데서 답을 골라요. 그래서 어디서 본 듯한, 영혼 없는 답이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당신은 20년 차 카피라이터입니다"라고 역할을 딱 정해주면, AI가 그 카피라이터스러운 말투, 그쪽 동네의 단어들 쪽으로 확 쏠려서 답을 합니다. 가면을 씌우면 그 가면에 맞게 연기하는 거예요.

실제로 이렇게 달라집니다. 똑같이 "건강보험에 대해 설명해 줘"라고 물어도, "당신은 어려운 걸 쉽게 풀어주는 초등학교 선생님입니다. 초등학생도 알아듣게 건강보험을 설명해 줘." 이러면 비유를 들어가면서 아주 쉽고 따뜻하게 설명해 줍니다. 반면에 "당신은 꼼꼼한 보험 전문가입니다. 정확한 용어로 건강보험을 설명해 줘." 이러면 정확한 제도 용어를 써서 빈틈없이 설명해요. 똑같은 질문인데 누구한테 묻느냐에 따라 답이 완전히 달라지죠.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당신은 깐깐한 우리 회사 임원입니다. 이 기획안에서 허점을 찾아내 날카롭게 지적해 줘." 이렇게 시키면, 그냥 "검토해 줘" 했을 때보다 훨씬 매섭게 약점을 짚어냅니다. 발표 전에 예행연습 상대로 쓰기 딱 좋아요.

역할을 줬으면, 거기에 말투까지 얹어주면 금상첨화입니다. "친근한 반말로", "정중한 존댓말로", "전문적이고 간결한 톤으로", "유머를 살짝 섞어서". 이런 걸 한 줄 더 붙이는 거죠. 정리하면, 세 번째 핵심은 이겁니다. AI한테 "당신은 누구다"라고 역할을 주고, "어떤 말투로 하라"고 톤을 정해줘라. 그러면 밍밍한 평균치 답에서 벗어나, 여러분이 원하는 결의 답이 나옵니다.

[현장 노트] 제가 '그럴듯하게' 망했던 이야기

제 부끄러운 경험담을 하나 풀어볼게요. 예전에 어떤 회사의 1년 치 사업 성과를 정리하는 일을 맡은 적이 있었어요. 자료가 산더미였습니다. 매출 데이터, 고객 설문, 부서별 보고서, 경쟁사 동향… 이걸 다 녹여서 깔끔한 연간 성과 보고서를 만들어야 했어요. 그때 제가 AI를 막 신나게 쓰기 시작할 무렵이었거든요. "이거 AI한테 통째로 던지면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자신만만했죠.

그래서 그 자료를 와르르 다 집어넣고 한 줄로 시켰어요. "이 자료들 다 분석해서 연간 성과 보고서 완성해 줘." 한 방에 끝내려고 한 거죠.

결과가 어땠을 것 같으세요? 겉보기엔 정말 그럴듯한 보고서가 나왔어요. 제목도 멋있고, 문장도 매끄럽고, 표도 들어 있고. "오, 역시!" 하고 그대로 윗선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검토하던 팀장님이 딱 한 마디 하시더라고요. "이 매출 숫자, 어디서 나온 거야? 우리 자료엔 이런 숫자 없는데?" 식은땀이 쫙 났죠. 다시 보니까, AI가 자료에 없는 숫자를 그럴듯하게 지어냈고, 부서별 성과도 뒤섞여 있고, 결론은 두루뭉술한 좋은 말 잔치였어요. 그럴듯하게, 아주 완벽하게 망한 거예요. 형식만 번지르르하고 알맹이는 엉망이었던 거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 한 번에 통째로 던진 게 잘못이었구나." 너무 큰일을,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시키니까 AI가 길을 잃은 거예요. 그래서 다음 날, 마음을 다잡고 단계로 쪼갰습니다. 먼저 매출 데이터만 주고 "이 숫자만 가지고 핵심 추이 세 가지만 뽑아줘. 자료에 없는 숫자는 절대 만들지 마." 그다음 설문 자료만 주고 "고객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불만 세 가지 정리해 줘." 부서별 보고서도 하나씩 따로. 그렇게 단계별로 중간 결과물을 차곡차곡 받아놓고, 마지막에 그것들을 모아서 "이 정리된 내용들만 가지고 보고서로 엮어줘. 톤은 임원 보고용으로 간결하게." 이렇게 시켰어요.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풀렸습니다. 단계마다 중간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틀린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잡고 넘어갈 수 있었어요. 지어낸 숫자도 없고, 부서별로 안 섞이고, 결론도 또렷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똑같은 AI, 똑같은 자료였는데 말이죠. 차이는 딱 하나, 통째로 던졌느냐 단계로 쪼갰느냐. 그것뿐이었습니다.

[비교표] 단계로 시키기, 한눈에 정리

오늘 핵심을 한 표에 모았어요. 큰일을 작은 덩어리로 쪼개고, "먼저, 그다음, 마지막으로" 하고 순서를 깔고, 한 단계에 한 작업만 시키고, 단계마다 눈으로 점검한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이 네 가지가 전부 1차시에서 배운 'AI는 생각이 아니라 맞히기를 한다'는 그 한 줄에서 나왔다는 거예요. 누가 만든 꿀팁이 아니라, AI가 그렇게 생겼으니까 우리가 이렇게 해주는 겁니다. 이 인과관계가 오늘 강의의 뼈대예요.

[실습] ✋ 직접 해보기: 회의록 단계로 정리하기

머리로만 듣지 말고 지금 직접 한번 해봅시다. 다들 회의 끝나고 메모 두서없이 받아 적어본 적 있으시죠? 그 너저분한 메모를 깔끔한 회의록으로 만드는 일, 오늘 배운 걸로 해볼 거예요.

먼저 일부러 한 방으로 해보세요. 메모 와르르 붙여넣고 "이거 회의록으로 정리해줘." 받아보면 안건이랑 결정이랑 할 일이 뒤죽박죽 섞여서, 누가 언제까지 뭘 하는지가 흐릿하게 나올 거예요. 자, 그럼 이제 단계로 끊어 봅시다. 첫째, "핵심 안건만 추려줘." 둘째, "그 안건들 중에 결정된 것만 뽑아줘." 셋째, "그걸 담당자별로, 기한까지 붙여서 표로 만들어줘." 한 단계씩 받아서 눈으로 확인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세요.

다 해보셨으면 두 결과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세요. 분명히 단계로 시킨 쪽이 담당자랑 기한을 덜 빠뜨리고 훨씬 또렷할 거예요. 왜 그럴까요? 맞아요, 매 단계가 짧아지니까 AI가 빠뜨릴 '중간'이 없어지는 거예요. 오늘 배운 게 바로 손끝에서 느껴지시죠?

04

4강. AI는 내가 알려준 만큼만 안다 — [컨텍스트] 맥락 제공

제4강. AI는 내가 알려준 만큼만 안다

자, 다시 만났습니다. 반갑습니다.

지난 시간까지 우리가 뭘 했는지 잠깐 떠올려 볼까요? AI한테 일을 시킬 때, 두루뭉술하게 말하지 말고 정확하게 시키자, 그리고 복잡한 일은 한 방에 던지지 말고 단계로 쪼개서 시키자. 여기까지 했죠. 한마디로 "어떻게 말을 거느냐"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오늘은요,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하나 드리려고 합니다. 아무리 말을 예쁘게, 정확하게 걸어도 AI가 영 엉뚱한 소리를 할 때가 있어요. 분명히 시키는 대로 했는데도요. 왜 그럴까요?

사전학습 (생각해보기!)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같이 생각해 봅시다. 새로 들어온 신입한테 "어, 그 김 부장님이 어제 말한 그 건, 정리해서 오후까지 줘요" 하면 이 친구가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못 하죠. 김 부장이 누군지, 어제 무슨 말을 했는지, 그 '건'이 뭔지 하나도 모르거든요.

우리 머릿속엔 다 들어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너무 당연한 걸 시킨 기분이에요. 그런데 듣는 사람 머릿속은 백지인 거죠. 오늘 이야기가 정확히 이겁니다. 우리가 AI한테 딱 이렇게 시키고 있더라는 거예요.

오늘 우리가 다룰 이야기가 바로 이겁니다. AI는 내가 알려준 만큼만 압니다. 딱 그만큼만요. 제목 그대로예요. 오늘 이 한 문장만 가져가셔도 여러분의 AI 결과물은 확 달라집니다.

학습내용 및 목표

오늘 갈 길을 먼저 보여드릴게요. 크게 세 가지예요. 첫째, AI는 왜 매번 백지에서 시작하는지. 그래서 '맥락'을 우리가 챙겨줘야 한다는 것. 둘째, 그렇다고 무작정 다 주면 안 된다는 것. 셋째, 긴 자료를 줄 땐 중요한 걸 어디에 둬야 하는지.

오늘 목표는 단순해요.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지, 그 키를 여러분 손에 쥐여드리는 것." 그게 끝나면 똑같은 AI인데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

[본학습] 분명히 시켰는데, 왜 엉뚱한 소리를? — 범인은 '실력'이 아니라 '배경'

자, 한 번씩은 겪어보셨을 장면이에요. 분명히 말은 또박또박 정확하게 걸었어요. 그런데도 AI가 영 엉뚱하거나, 너무 뻔한 답을 줘요.

우리는 그때 "에이, 역시 AI는 이런 거 못 하네" 하고 탓했죠. 그런데 오늘 끝나면 아시게 될 거예요. AI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이 친구 책상 위에 아무것도 안 올려줘서 그런 거라는 걸요. 범인을 제대로 알아야 잡겠죠.

그 실마리를 풀려면 1강으로 잠깐 돌아가야 합니다. 1강에서 우리가 AI를 뭐라고 했죠? '기억력은 없는데 눈치는 빠른 신입 사원' 같다고 했어요. 오늘은 그중에서 '기억력은 없다'는 이 부분을 제대로 파볼 거예요. 여러분이 어떤 동료랑 3년을 같이 일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동료한테 일을 시킬 땐 굳이 처음부터 다 설명 안 하죠. "아, 그거 지난번처럼 해줘." 이 한마디면 끝나잖아요. 왜? 그 동료가 우리 회사 사정, 그동안의 히스토리, 내 스타일을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AI는 그게 없어요. AI한테는 어제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매번 대화를 시작할 때마다 이 친구는 완전히 백지 상태예요. 어제 나랑 무슨 일을 했는지, 우리 회사가 뭘 하는 회사인지, 내가 누군지, 하나도 모르는 채로 출근하는 거죠. 매일 아침이 입사 첫날인 신입 사원, 딱 그겁니다.

[본학습] '알아서 알겠지'라는 착각, 그리고 '맥락'이라는 말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이 뭐냐면요. "AI니까 알아서 다 알겠지" 하는 거예요. 똑똑하다고 하니까, 인터넷에 있는 거 다 학습했다고 하니까, 내 사정도 대충 알 거라고 기대하는 거죠. 그런데 천만에요. 인터넷에 있는 일반적인 지식은 알지 몰라도, '지금 내 책상 위에서 벌어지는 일'은 하나도 모릅니다. 우리 팀 분위기, 이번 프로젝트 마감, 저번 주에 사장님이 한 말, 이런 건 인터넷에 없잖아요. 그러니 모를 수밖에요.

자, 그래서 우리가 쓰는 말이 하나 있어요. '맥락'이라는 말이에요. 영어로는 '컨텍스트'라고 하는데, 어렵게 생각하실 거 없어요. 그냥 "이 일을 하려면 이 친구가 알아야 하는 배경 설명"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김 부장님이 누군지, 그 '건'이 뭔지, 마감이 언제인지. 이걸 우리가 그때그때 손에 쥐여줘야 하는 거예요.

제가 비유를 하나 들어볼게요. 책상 위 공간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일할 때 우리가 책상 위에 자료를 쫙 펼쳐 놓잖아요. 지금 당장 보고 있는 서류, 메모, 참고 자료. 그게 책상 위에 올라와 있는 동안만 우리가 그걸 보면서 일을 하죠. 서랍에 넣어버리면? 안 보이니까 그 내용으로 일을 못 해요. AI한테 '맥락을 준다'는 건요, 바로 이 책상 위에 자료를 올려놓는 행위예요. 내가 올려놓은 것만 AI가 보면서 일을 합니다. 책상에 안 올려놓은 건, 이 친구한테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예요.

[본학습] [Case] 카파시의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이 말, 사실 2025년에 새로 자리 잡았다

재밌는 사실 하나 알려드릴게요. 지금 우리가 쓰는 '컨텍스트'라는 말, 사실 오래된 말이 아니에요. 2025년 6월 25일, 안드레이 카파시라는 사람이 트위터에 한 줄을 올려요. 이 사람, OpenAI 창립 멤버이자 테슬라 자율주행 AI를 이끌었던 사람인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보다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라는 말에 한 표 던진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해요. "프롬프트"라고 하면 사람들이 짧은 한두 마디만 떠올리는데,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게 아니라 "다음 단계에 딱 맞는 정보로 화면을 채워 넣는 정교한 기술이자 안목"이라는 거예요. 우리가 방금 배운 '책상 위에 자료를 올려놓는다'는 비유랑 정확히 같은 얘기죠. 다만 카파시는 이걸 기술이자 안목(art and science)이라고 부른 겁니다.

신기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쇼피파이 CEO도 똑같은 말을 했고요, 석 달 뒤엔 앤트로픽이라는 회사가 공식 블로그에서 이 말을 정식 용어로 채택해요. 그렇게 지금 우리가 배우는 '컨텍스트'라는 말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거예요. 오늘 여러분이 배우는 게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라, 딱 1년 전에 막 이름이 붙은 아주 최신 개념이라는 거죠.

[본학습] 책상이 좁다: AI의 '작업 기억'

이걸 좀 멋있는 말로 '작업 기억'이라고도 불러요. 우리가 잠깐 머릿속에 띄워놓고 일하는 그 임시 메모리 있잖아요. 전화번호 외울 때 잠깐 머릿속에 띄워놓는 거, 그런 거요. AI한테 맥락을 준다는 건, 이 친구의 작업 기억에 필요한 걸 올려준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작업 기억은 대화가 끝나면 싹 비워집니다. 새 대화를 열면 또 백지예요. 1강에서 '중간 망각'이랑 '기억 없음'을 얘기했는데, 바로 이 좁은 작업 기억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책상이 좁으니까, 그리고 일 끝나면 책상을 싹 치워버리니까. 그래서 매번 챙겨줘야 하는 거죠.

자, 여기까지 정리하면요. AI가 일을 못 하는 게 멍청해서가 아니에요. 우리가 책상 위에 자료를 안 올려줘서 그래요. 배경을 안 알려줘서 그런 거예요. 이게 오늘의 첫 번째 포인트입니다. AI는 내가 책상 위에 올려준 것만 보고 일합니다.

[본학습] 그럼 무슨 맥락을 줘야 하나 — 5가지

그럼 대체 뭘 줘야 하느냐. 다섯 가지만 기억하세요. 목적, 대상, 배경, 제약, 예시입니다.

목적은 이걸 왜 하느냐, 어디 쓸 거냐 하는 겁니다. 대상은 누가 읽느냐, 고객인지 상사인지에 따라 글이 완전히 달라지죠. 배경은 회사 사정이나 그동안의 히스토리고요. 제약은 분량, 마감, 톤, 피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 예시는, 잘된 샘플 하나를 "이런 느낌으로" 하고 보여주는 거예요. 이게 사실 제일 강력해요. 말로 백 마디 하는 것보다 예시 하나가 낫거든요. 전부 다 줄 필요는 없습니다. 이 일에 필요한 것만 골라서 주면 됩니다.

[본학습] 많이 준다고 좋은 게 아니다 — 신호와 잡음

자 그럼 여러분,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어요. "아, 그럼 다 주면 되겠네! 책상 위에 자료 다 올려놓으면 되겠네!" 회의록도 주고, 작년 자료도 주고, 관련될 것 같은 건 몽땅 다 던져주면 AI가 알아서 다 보고 똑똑하게 일하겠지. 그렇게 생각하기 쉬워요.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그런데요, 여기서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많이 준다고 좋은 게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많이 주면 일을 더 못 합니다. 이거 의외죠?

다시 책상 비유로 가볼게요. 책상 위에 지금 당장 필요한 서류 딱 두 장만 올려놓으면 일이 잘되죠. 그런데 책상 위에 서류를 100장 쌓아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정작 중요한 그 두 장이 어디 있는지 안 보여요. 산더미 속에 파묻혀 버리는 거예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자료가 너무 많으면 핵심을 놓치죠. AI도 똑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나와요. '신호'와 '잡음'이라는 거예요. 신호는 지금 이 일에 진짜 필요한 핵심 정보, 잡음은 별로 상관없는데 괜히 끼어 있는 정보. 우리가 자료를 잔뜩 주면요, 신호 한 줌에 잡음이 한 무더기로 섞여 들어가요. 그러면 AI 입장에선 뭐가 중요한 건지 헷갈리는 거예요. "어, 이 사람이 이걸 다 줬으니까 다 중요한가 보다" 하고 엉뚱한 데 집중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볼게요. AI한테 "이번 분기 매출 보고서 요약해줘" 하면서 매출 데이터만 주면 깔끔하게 요약을 잘해요. 그런데 거기다가 창립 역사도 같이 있고, 직원 복지 규정도 있고, 작년 워크숍 사진 설명도 있고 하는 걸 다 같이 던지면요? AI가 "이 사람이 창립 역사를 넣은 걸 보니 그것도 요약에 넣어야 하나?" 하고 헷갈려요. 그래서 매출 얘기에 갑자기 회사 역사가 섞인, 누가 봐도 이상한 보고서가 나오는 거죠.

[본학습] 골라내는 기준: "이게 없으면 일을 못 하나?"

그래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요, "다 주자"가 아니라 "이 일에 진짜 필요한 것만 골라서 주자"예요. 자료를 더하는 게 능력이 아니라, 빼는 게 능력이에요. 이거 정말 중요합니다. 무엇을 넣을지보다, 무엇을 뺄지를 정할 줄 아는 사람이 AI를 잘 다룹니다.

그럼 어떻게 골라요? 간단한 기준 하나 드릴게요. 자료를 책상에 올리기 전에 스스로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게 없으면 AI가 이 일을 못 하나?" 없어도 일이 되면, 그건 잡음이에요. 빼세요. 이게 있어야만 일이 제대로 된다, 그러면 그건 신호예요. 넣으세요. 이 질문 하나만 습관처럼 던져도 결과물이 확 깨끗해집니다.

신입 사원한테도 그렇잖아요. 일 시키면서 "아 이것도 참고하고, 저것도 보고, 그건 그렇고 옛날에 이런 일도 있었는데…" 막 다 쏟아내면 이 친구 머리가 하얘져요. 핵심만 딱 짚어서 "이거랑 이거만 보면 돼요" 해줘야 일을 잘하죠. AI도 똑같습니다. 친절하게 다 주는 게 아니라, 핵심만 깔끔하게. 그게 진짜 배려예요.

[본학습] 긴 자료를 주면, 꼭 '중간'을 까먹는다 — 그래서 어떻게 배치할까

자, 이번 이야기는 좀 재미있어요. AI한테 아주 긴 자료를 줄 때가 있죠. 예를 들어 열 장짜리 회의록, 긴 계약서, 두꺼운 보고서. 이런 걸 통째로 주면서 "여기서 중요한 거 뽑아줘"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 AI라는 친구한테 묘한 습성이 하나 있어요. 긴 자료를 주면요, 꼭 '중간'을 까먹습니다.

신기하죠? 맨 앞에 있는 내용이랑 맨 뒤에 있는 내용은 잘 기억하고 잘 챙기는데, 가운데 끼어 있는 내용은 슬쩍 빠뜨려요. 이거 사실 사람도 비슷해요. 긴 회의 들으셨을 때 생각해 보세요. 회의 처음에 한 말, 끝나기 직전에 한 말은 잘 기억나죠? 그런데 한 시간짜리 회의 중간에 무슨 얘기 오갔는지는 가물가물하잖아요. 책을 읽어도 그래요. 첫 챕터랑 마지막 챕터는 기억나는데 중간은 흐릿하죠. AI도 신기하게 이런 경향이 있어요. 1강에서 말한 '중간 망각'이 바로 이거예요. 길게 줄수록 가운데가 묻힙니다.

그럼 우리가 이걸 알았으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해요. 진짜 중요한 건 맨 앞이나 맨 뒤에 두세요. 가운데 파묻지 마세요. 가장 중요한 지시 사항, "이건 꼭 지켜줘" 하는 핵심을 자료 한가운데에 슬쩍 끼워 넣으면 안 됩니다. 까먹거든요. 대신 맨 앞에 딱 적어주거나, 자료를 다 준 다음 맨 끝에 한 번 더 짚어주는 거예요. "다시 강조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이거야." 이렇게 끝에 한 번 더 못을 박아주면 훨씬 잘 챙깁니다.

좋은 요령 하나 더 드릴게요. 긴 자료를 주실 땐, 자료를 먼저 쭉 붙여놓고 맨 마지막에 지시를 적으세요. "위 내용을 바탕으로, 이러이러하게 정리해줘." 이렇게요. 자료가 앞에 있고, 내 진짜 요청이 맨 끝에 오는 거죠. 그러면 AI가 방금 읽은 따끈따끈한 지시를 들고 일을 시작하니까 훨씬 정확해요. 반대로 지시를 맨 앞에 길게 적고 자료를 뒤에 산더미로 붙이면, 정작 내 지시를 잊어버린 채 자료에 파묻히기 쉬워요.

그리고 이게 앞서 배운 신호와 잡음 이야기랑도 연결돼요. 애초에 자료가 너무 길면 중간이 묻힌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가능하면 자료 자체를 짧게, 핵심만 추려서 주는 게 제일 좋아요. 열 장을 통째로 주는 것보다, 정말 필요한 두 장만 골라서 주는 게 결과가 훨씬 좋습니다. 길이를 줄이는 것, 그 자체가 이 '중간 까먹기' 문제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에요. 정리하면 긴 자료 대응은 세 가지입니다. 가능하면 짧게 추려주고, 진짜 중요한 건 앞이나 뒤에 배치하고, 핵심 지시는 맨 끝에 한 번 더 짚어주는 것.

[현장 노트] "AI가 못 한 게 아니라, 내가 말을 안 한 거였다"

제 부끄러운 옛날이야기 하나 할게요. AI를 한참 신나게 쓰던 시절, 제안서 초안을 잡아야 했어요. 그래서 다짜고짜 "제안서 초안 좀 써줘" 딱 한 줄 쳤어요. 제 머릿속엔 우리 회사가 뭐 하는지, 어떤 고객한테 내는 건지, 예산이 얼만지 다 있었거든요. 너무 당연한 걸 시킨 기분이었죠.

그랬더니 AI가 뭘 줬겠어요? 어디 붙여도 말이 되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세상에서 제일 평범한 제안서 한 장을 줬어요. "우리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뭐 이런 거요. 보고 한숨이 나왔죠. 그래서 저는 "에이, 역시 AI는 이런 거 못 하네" 하고 혀를 찼어요. AI 탓을 한 거예요. 이 친구가 무능하다고 결론을 내린 거죠.

그러고 며칠 뒤에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만, 내가 이 친구한테 우리 회사가 뭐 하는 회사인지 말해준 적이 있었나?" 없었어요. "고객이 누구인지 알려준 적은?" 없었어요. "예산이나 마감,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강점, 이런 걸 단 한 번이라도 책상 위에 올려준 적이 있나?" 하나도 없더라고요. 저는 제 머릿속에 다 있으니까, 이 친구도 당연히 알 거라고 멋대로 믿어버린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다시 해봤어요. 이번엔요, "우리 회사는 이런 일을 하는 곳이고, 이번 제안서는 이런 고객한테 내는 거고, 예산은 이 정도고, 우리가 꼭 강조하고 싶은 건 이거야." 이렇게 배경을 쫙 깔아주고 나서 "자, 이걸 바탕으로 초안 써줘" 했어요. 그랬더니요? 완전히 다른 물건이 나왔어요. 우리 회사 색깔이 묻어나고, 그 고객한테 딱 맞는, 손볼 데가 거의 없는 초안이요. 똑같은 AI인데요. 달라진 건 딱 하나, 제가 맥락을 챙겨준 거였어요.

그때 제가 깨달은 게 있어요. AI가 답을 못 한 게 아니라, 내가 말을 안 해준 거였구나. 일을 못 하는 신입을 탓하기 전에, 내가 제대로 알려줬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그날 이후로 제 머릿속에 딱 박힌 문장이 하나 있어요. "맥락을 챙겨주는 게, 일의 절반이다." 진짜예요.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어떤 배경을 깔아주느냐가 결과를 좌우하더라고요.

여러분도 혹시 AI한테 실망하셨던 적 있다면, 한번 돌아봐 주세요. 그 친구가 무능했던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책상 위에 아무것도 안 올려준 걸까요. 십중팔구 후자일 거예요. 저처럼요.

[비교표] 맥락 없이 vs 맥락 주고

자,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표 왼쪽을 보세요. "제안서 초안 써줘" 딱 한 줄. 그러면 AI가 뭘 줄까요? "우리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같은, 세상에서 제일 평범한 제안서를 줘요. 어디 붙여도 되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거요.

표 오른쪽을 보세요. "우리 회사는 이런 일을 하고, 고객은 누구고, 예산은 이 정도고, 강조할 건 이거야" 하고 배경을 쫙 깔아준 다음에 "이걸 바탕으로 써줘" 한 거예요. 그러면 완전히 다른 물건이 나와요. 똑같은 AI인데요. 달라진 건 딱 하나, 내가 맥락을 챙겨준 거예요.

이 표 하나가 오늘 강의의 절반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백지 상태, 작업 기억, 신호와 잡음, 중간 망각까지, 결국 전부 이 한 장의 비교로 압축됩니다.

[실습] ✋ 직접 해보기: 맥락 줘서 맞춤 기획서 단락 쓰기

자, 눈으로만 보면 안 남아요. 지금 다섯 손가락 펴서 직접 해봅시다. 여러분 회사에서 곧 할 사내 행사 하나, 아니면 신제품 하나 떠올려 보세요. 그 기획서 맨 앞 도입 단락, 그거 AI한테 시켜볼 거예요.

먼저 ㉠. 아무 맥락 없이 "행사 기획서 도입 단락 써줘" 딱 한 줄만 쳐보세요. 나오죠? 보나마나 "본 행사는 임직원의 화합을 도모하고…" 같은, 어느 회사에 갖다 붙여도 되는 맹탕이 나올 거예요. 자, 이제 ㉡. 이번엔 책상 위에 자료를 올려주는 거예요. 이 행사 목적이 뭔지, 누가 읽을 건지—임원한테 보고할 건지 직원한테 공지할 건지, 예산이랑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우리 회사 강점은 뭔지, 피해야 할 제약은 뭔지. 쫙 깔고 "이걸 바탕으로 다시 써줘" 해보세요.

두 개 나란히 놓고 보세요. ㉡이 얼마나 우리 얘기가 됐는지. 오늘 배운 맥락 5종, 목적·대상·배경·제약·예시. 이걸 줬더니 결과가 확 좁혀지죠? 똑같은 AI예요. 달라진 건 내가 알려준 양 하나. 'AI는 알려준 만큼만 안다', 지금 손으로 느끼셨을 거예요. 옆 분이랑 ㉡ 결과 한번 비교해 보셔도 좋아요.

05

5강. 내 문서를 읽혀서 대화하기 — 자료에 근거하게 만들기

제5강. 내 문서를 읽혀서 대화하기 — 자료에 근거하게 만들기

자, 오늘도 반갑습니다. 5강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컨텍스트'라는 말이 2025년 6월 카파시의 트윗 한 줄에서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 기억나시죠. 지난 4강에서 우리가 뭘 배웠죠? "AI는 내가 알려준 만큼만 안다." 맥락을 줘야 한다는 거였어요. 오늘은 거기서 딱 한 발 더 나아갑니다. 맥락을 말로 설명하는 걸 넘어서, 아예 내 손에 있는 진짜 자료 — 회의록, 보고서, 견적서 — 이걸 AI한테 직접 보여주고, 거기에 근거해서 답하게 만드는 법을 배웁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자기 머릿속에 든 것,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두루뭉술하게 배운 것까지만 말할 수 있는 게 AI의 가장 큰 한계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내 책상 위에 있는 회의록, 내 메일함에 있는 보고서, 내가 방금 찍은 계약서 사진, 이런 건 AI가 못 봅니다. 안 보여줬으니까요. 오늘은 바로 이 빈틈을 메우는 시간입니다.

코딩요? 한 줄도 안 합니다. 그냥 보여주는 거예요. 그런데 이거 하나만 익혀도 여러분 AI 활용이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올라갑니다. 오늘 끝나고 나면, 막연하게 물어보던 습관에서 벗어나서, "내 자료를 근거로 답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실 거예요. 자, 가보겠습니다.

사전학습 (생각해보기!)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같이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 AI한테 "우리 회사 작년 3분기 매출이 얼마였지?" 물어본 적 있으세요? 그러면 AI가 뭐라고 답하느냐. 그럴싸하게, 아주 자신만만하게, 숫자까지 딱딱 넣어서 답을 해줍니다. 문제는요, 그 숫자가 우리 회사 숫자가 아니라는 거예요. AI는 우리 회사 매출을 알 리가 없잖아요. 그런데도 답을 해버립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가 1강부터 계속 이야기했죠. AI는 다음에 올 단어를 확률로 맞히는 기계다. 그러니까 "우리 회사 3분기 매출은..." 다음에 뭐가 오면 그럴듯할까, 이걸 계산해서 그럴듯한 숫자를 만들어 채워 넣는 거예요. 사실을 아는 게 아니라, '말이 되게' 만드는 거죠.

오늘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AI가 빈칸을 그럴듯함으로 채우지 못하도록, 애초에 진짜 근거를 손에 쥐여주는 방법을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학습내용 및 목표

오늘 갈 길을 먼저 보여드릴게요. 크게 네 갈래예요. 먼저 AI가 왜 내 자료를 모르는지, 그래서 어떻게 보여주는지를 봅니다. 그다음 무작정 다 주지 말고 핵심만 추리는 요령을 살펴보고요. 이어서 글뿐 아니라 사진·표까지 읽히는 법, 마지막으로 받은 답에 "근거 대봐" 하고 되묻는 습관까지 다룹니다.

오늘의 진짜 목표는요, "막연하게 물어보던 사람"에서 "내 자료를 근거로 답하게 만드는 사람"으로 바뀌는 겁니다. 강의가 끝날 즈음이면 여러분은 내 문서·이미지·표를 AI에게 직접 보여주고 근거로 삼게 할 수 있고, "이 자료 안에서만 답해줘"식 지시로 환각을 줄일 수 있고, 받은 답의 출처를 되물어 지어낸 답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 시작하죠.

[본학습] AI는 우리 회사 사정을 '하나도' 모른다

다시 한번 짚고 갈게요. AI는 똑똑한데, 우리 회사 사정은 하나도 모릅니다. AI가 아는 건 인터넷에서 두루뭉술하게 배운 일반 지식까지예요. 내 책상 위 회의록, 메일함 보고서, 방금 찍은 계약서 사진 — 이런 건 못 봐요. 우리가 안 보여줬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AI의 고약한 버릇이 나옵니다. 모르면 "모릅니다" 하면 되는데, 자꾸 지어내는 쪽으로 가요.

비유를 하나 들어볼게요. 여러분 회사에 엄청 똑똑한 신입사원이 한 명 들어왔다고 해봅시다. 명문대 나오고, 아는 것도 많고, 말도 청산유수예요. 그런데 이 친구가 오늘 첫 출근이에요. 우리 회사 작년 실적도 모르고, 지난주 회의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도 모르고, 거래처 김 부장님 성향이 어떤지도 모릅니다. 당연하죠, 오늘 왔으니까.

이 신입한테 "지난주 회의 내용 정리해서 보고서 써와" 하면 어떻게 됩니까. 회의에 안 들어왔는데 어떻게 씁니까. 둘 중 하나예요. "저 그 회의 못 들어가서 모릅니다" 하든가, 아니면 눈치껏 지어내든가. 그런데 AI는 솔직하게 "모릅니다" 안 하고, 자꾸 지어내는 쪽으로 가는 친구예요. 이게 핵심입니다.

그러면 이 똑똑한 신입을 제대로 굴리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간단해요. 회의록을 손에 쥐여주는 거예요. "자, 이게 지난주 회의록이야. 이거 읽고 정리해줘." 그러면 이 친구, 회의에 안 들어갔어도 회의록 보고 기가 막히게 정리해 옵니다. 머리는 좋으니까요. AI도 똑같습니다. AI의 머리는 빌리되, 내용은 내가 주는 거예요. "이걸 근거로 말해줘." 이 한 마디가 오늘의 핵심 문장입니다.

[본학습] 자료를 보여주는 법 두 가지: 붙여넣기와 파일 첨부

자, 그럼 실제로 어떻게 보여주느냐.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아주 쉽습니다. 첫 번째, 복사해서 붙여넣기입니다. 회의록이든 메일이든 짧은 글이면, 그냥 마우스로 드래그해서 복사하고, AI 대화창에 붙여넣는 거예요. 그리고 그 밑에 이렇게 씁니다. "위 회의록을 근거로, 다음 주에 누가 뭘 해야 하는지 할 일 목록으로 정리해줘." 끝이에요. 이게 다입니다. 카톡으로 글 복사해서 붙이는 거랑 똑같습니다.

두 번째, 파일을 통째로 올리기입니다. 요즘 AI 대화창 보시면 클립 모양 아이콘이나 플러스 버튼이 있어요. 거기를 누르면 내 컴퓨터에 있는 파일을 그대로 올릴 수 있습니다. 워드 문서, PDF 보고서, 엑셀 표, 이런 걸 통째로 올리고 "이 문서를 읽고 요약해줘" 하면 됩니다. 코딩요? 전혀 없습니다. 카톡으로 사진 보내는 거랑 똑같은 동작이에요.

두 방법을 언제 쓸지는 간단하게 나눠 생각하시면 됩니다. 회의록 몇 줄, 짧은 메일처럼 분량이 작으면 복사·붙여넣기가 빠르고, 워드·PDF 보고서나 표가 많은 엑셀처럼 긴 자료일수록 첨부 방식이 훨씬 편합니다. 어느 쪽이든 핵심은 같습니다. AI가 스스로는 볼 수 없는 내 자료를, 내가 직접 눈앞에 갖다 놓는다는 것이죠.

[본학습] 핵심 습관: "이 자료 안에서만 답해줘" — 울타리 치기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자료를 보여줄 때는 꼭 "이걸 근거로", "여기 있는 내용만 가지고", "이 문서 안에서만" 이런 말을 붙여주세요. 왜냐? 안 붙이면 AI가 또 자기가 아는 일반 지식이랑 섞어버리거든요. 자료를 분명히 줬는데도, 그 자료에 없는 내용을 은근슬쩍 자기 지식으로 채워 넣어서 답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 문서에 적힌 내용만 가지고 답해줘. 문서에 없는 건 없다고 말해줘." 이렇게 울타리를 쳐주는 겁니다. 이 한 마디가 진짜 중요해요. 지어내는 걸 확 줄여줍니다. 오늘 슬라이드 중에 이거 하나는 꼭 메모하세요.

왜 이 한 줄이 이렇게 효과가 큰가 하면, AI 입장에서는 "여기까지가 근거의 전부다"라는 경계선이 명확해지기 때문입니다. 경계선이 없으면 AI는 자료와 일반 지식 사이를 마음대로 넘나들면서 그럴듯한 답을 만들어내지만, 경계선을 그어주면 그 선 밖으로는 나가지 말라는 지시가 되는 거죠. 자료를 주는 것과 울타리를 치는 것, 이 둘은 한 세트로 묶어서 습관을 들이시는 게 좋습니다.

[비교표] 자료 없이 vs 자료 주고 울타리 친 때

자, 차이를 한눈에 보여드릴게요. 왼쪽은 자료 없이 그냥 물어본 거예요. AI가 그럴듯한 항목들을 쭉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출처를 물으면? 못 대요. 지어낸 거니까요. 이걸 그대로 임원 보고에 넣으면 그건 사고죠.

오른쪽은 회의록을 첨부하고 "이 안에서만" 울타리를 친 거예요. 똑같이 정리를 해주는데, 이건 실제 우리 회의록에서 나온 거예요. 출처도 짚어줍니다. 똑같은 AI, 똑같은 질문인데 결과 신뢰도가 하늘과 땅 차이예요. 차이를 만든 건 'AI'가 아니라 '내가 자료를 줬느냐'입니다.

[본학습] 무조건 다 주지 마세요 — 핵심만 정확하게

자, 한 단계 더 들어갑니다. "그럼 무조건 다 올리면 되는 거 아니에요?" 하실 수 있어요. 그게 또 항상 좋은 건 아닙니다. 이게 오늘 두 번째 요령이에요.

생각해보세요. 100페이지짜리 두꺼운 사업계획서가 있어요. 그런데 내가 궁금한 건 딱 하나, "예산 관련 부분"이에요. 이 100페이지를 다 올리고 "예산 어떻게 돼?" 물어보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 AI의 또 다른 한계가 나옵니다. AI는 한 번에 들여다볼 수 있는 분량에 한계가 있어요. 그리고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던지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치거나 엉뚱한 데를 봅니다.

이것도 비유로 가볼게요. 바쁜 팀장님한테 결재 받으러 갈 때를 떠올려보세요. 100페이지 서류 뭉치를 통째로 책상에 턱 올려놓고 "팀장님 이거 검토 좀요" 하면, 팀장님이 그 자리에서 다 읽어주시나요? 안 읽으세요. 시간도 없고, 어디가 핵심인지 모르니까요.

잘하는 직원은 어떻게 합니까. "팀장님, 여기 3페이지 예산 부분만 봐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참고용이에요." 이렇게 콕 집어서 드리잖아요. 그래야 팀장님도 빠르고 정확하게 봐주시죠. AI도 똑같아요. 핵심만 추려서 주면, AI가 더 정확하게, 더 빠르게 답합니다.

[본학습] '핵심만 추리는' 3가지 방법

그럼 어떻게 추리느냐.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하나, 필요한 부분만 잘라서 붙이기입니다. 100페이지 중에 예산 부분 두세 페이지만 복사해서 붙이는 거예요. 나머지는 굳이 안 줘도 됩니다.

둘, 못 자르겠으면 AI한테 먼저 시키기입니다. "이게 너무 길어서 그러는데, 먼저 이 문서에서 예산이랑 관련된 부분만 찾아서 보여줘." 이렇게 1차로 추리게 하고, 그다음에 "좋아, 그 부분을 가지고 이제 분석해줘." 이렇게 단계를 나누는 거예요. 한 번에 다 시키지 말고, 좁혀가는 거죠.

셋, 군더더기 빼고 주기입니다. 회의록이라고 해도, 인사말이나 잡담, 날씨 얘기 이런 건 빼고 결정사항 위주로만 줘도 충분할 때가 많아요. 깔끔한 재료를 줄수록 깔끔한 결과가 나옵니다. 요리랑 똑같아요. 좋은 재료 손질해서 주면 좋은 요리가 나오죠.

정리하면요, "많이 보여주기"가 아니라 "정확하게 보여주기"가 핵심입니다. 양보다 질이에요. 이 세 가지 요령만 있으면, 아무리 두꺼운 문서라도 AI 앞에서 겁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본학습] 이미지·표도 보여주세요

자, 이제 세 번째. 글만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요즘 AI는 눈이 생겼습니다. 그림도 보고, 표도 읽고, 사진도 해석해요. 이거 진짜 강력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거래처에서 받은 견적서를 사진으로 찍었어요. 표가 복잡하게 막 들어가 있죠. 이 사진을 그대로 올리고 이렇게 묻는 거예요. "이 견적서 사진을 보고, 항목별 금액을 깔끔한 표로 다시 정리해줘. 그리고 합계가 맞는지도 확인해줘." 그러면 AI가 사진 속 숫자를 읽어서 정리해줍니다.

또, 엑셀 표를 통째로 붙여넣고 "이 표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 세 개랑, 매출이 줄어든 달을 짚어줘." 이렇게 분석을 시킬 수도 있어요. 그래프 이미지를 올리고 "이 그래프가 무슨 추세를 보여주는지 말로 설명해줘." 이것도 됩니다. 손으로 그린 메모, 화이트보드 사진, 명함, 다 가능해요.

[본학습] 가장 중요한 습관: "어디 보고 한 말이야?"

그런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습관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오늘 강의에서 이거 하나만 가져가셔도 됩니다. 바로 "어디 보고 한 말이야?" 하고 되묻는 습관이에요.

왜 이게 중요하냐. 아까 말씀드렸죠. AI는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버릇이 있다. 사진이나 표를 읽을 때도, 숫자 하나를 잘못 읽거나, 없는 걸 슬쩍 만들어 넣을 수 있어요. 사람도 흐릿한 사진 보면 잘못 읽잖아요. AI도 그래요.

그래서 답을 받고 나면 꼭 한 번 더 물어보세요. "방금 그 합계 금액, 견적서 어느 항목들을 더한 거야? 하나하나 짚어줘." "매출이 줄었다고 했는데, 표의 몇 월 숫자를 보고 그렇게 말한 거야?" 이렇게요.

이게 무슨 효과가 있냐면, 두 가지예요. 첫째, AI가 진짜 자료를 보고 말한 건지, 아니면 지어낸 건지 바로 들통이 납니다. 근거를 못 대면 그건 지어낸 거예요. 둘째, AI가 "출처를 대야 한다"는 걸 알면, 다음부터 더 조심해서 답합니다. 우리가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아는 거죠.

직장 생활로 비유하면요, 부하 직원이 보고서 가져왔을 때 "이 숫자 출처가 어디야?" 하고 한 번 물어보는 거랑 똑같아요. 그 질문 하나가 보고서 품질을 확 올리잖아요. AI한테도 똑같이 해주시면 됩니다. 무조건 믿지 말고, "근거 보여줘." 이 한 마디. 꼭 습관으로 만드세요. 이게 여러분을 AI한테 안 속는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이건 다음 6강 '거짓말에 안 속기'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본학습] 왜 이게 환각을 줄일까? (LLM 구조와 연결)

왜 이 방법이 통하는지 구조로 짚어볼게요. 1강에서 배웠죠. AI는 아는 걸 꺼내는 게 아니라 그럴듯한 다음 단어를 맞히는 기계예요. 그러니 자료가 없으면 빈칸을 '그럴듯함'으로 채워버립니다. 그게 바로 환각이에요.

그런데 내가 진짜 자료를 주고 "이 안에서만" 울타리를 치면, AI가 빈칸을 채울 근거가 생겨요. 지어낼 여지가 확 줄어드는 거죠. 거기다 출처까지 되물으면, 근거 없는 답은 바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자료 주기 + 울타리 + 출처 되묻기' 이 세트가 환각을 줄이고 신뢰를 높이는 겁니다. 요령이 아니라 구조에 딱 맞는 대응이에요. 오늘 배운 것들이 그때그때 떠오른 잔기술이 아니라, AI가 원래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에 나온 대응이라는 걸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현장 노트] 반나절 뒤지던 자료를, 5분 만에

제 옛날 이야기 하나 할게요. AI라는 게 아예 없던 시절에 회사를 다녔어요. 그때 제가 무슨 일을 했냐면, 분기마다 임원 보고용 자료를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지난 분기 회의록이며 보고서며 이런 게 폴더 여기저기, 메일함 구석구석에 흩어져 있어요. 그걸 하나하나 다 열어보면서 "아, 이 내용이 어디 있더라" 하고 찾아 헤매는 거예요. 진짜로요, 자료 하나 찾으려고 반나절을 꼬박 뒤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점심도 거르고 폴더만 뒤지다가, 해 질 녘에야 "아 여기 있었네" 하고 발견하는 거죠. 그러고 나면 진이 다 빠져요. 정작 중요한 '분석'은 시작도 못 했는데 말이에요.

그러다가 AI를 처음 제대로 써본 날이 있어요. 제가 그동안 모아둔 회의록 파일들이랑 보고서를 주섬주섬 한 번에 올렸어요. 그리고 이렇게 쳤죠. "이 문서들을 근거로, 지난 분기 주요 결정사항이랑 다음 분기 과제를 표로 정리해줘. 문서에 없는 내용은 넣지 마." 그랬더니요, 5분이에요. 5분 만에, 제가 반나절씩 끙끙대던 정리가 표로 딱 나오는 거예요.

처음엔 제 눈을 의심했어요. "이게 진짜 맞아?" 싶어서, 바로 아까 배운 그 질문을 던졌죠. "이 결정사항, 어느 회의록 몇 번째 내용에서 가져온 거야?" 그랬더니 하나하나 출처를 대는 거예요. 진짜로 제 자료를 읽고 말한 거였어요. 그 순간의 그 짜릿함을, 저는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등골이 서늘했어요. 반나절이 5분이 됐다는 게.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이제 나는 자료 찾는 사람이 아니라, 자료를 가지고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 이게 바로 오늘 배운 "내 문서를 읽혀서 대화하기"의 힘입니다. AI가 똑똑해서가 아니에요. 내가 내 자료를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거예요.

[실습] ✋ 직접 해보기: 내 자료 읽혀서 요약·FAQ 만들기

자,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해보는 게 낫죠. 지금 각자 손에 있는 자료 아무거나 하나 꺼내세요. 내 보고서든, 사내 규정 한 장이든, 제품 설명서든 다 좋아요. 그걸 AI 대화창에 붙여넣거나 파일로 첨부하세요.

그다음 순서대로 가볼게요. 먼저 울타리부터 칩니다. "이 자료 안에서만 답해. 자료에 없으면 모른다고 해." 이 한 줄 꼭 넣으세요. 그리고 시킵니다. "이 자료 기반으로 3줄 요약하고, 사람들이 물어볼 만한 예상 질문 5개를 FAQ로 만들어줘." 답이 나오면 그냥 믿지 말고 되물으세요. "그 답, 자료 어디 보고 한 거야? 어느 문단인지 짚어줘."

다 됐으면 비교해 보세요. 똑같은 걸 자료 없이 시키면 그럴듯한데 가짜인 게 섞여요. 자료를 주고 울타리를 치니까 지어내는 게 확 줄죠? 오늘 배운 '자료에 근거하게 만들기'가 환각을 어떻게 잡는지, 직접 손끝으로 느껴보시는 겁니다.

06

6강. 그럴듯한 거짓말에, 안 속기: 환각을 거르는 검증 3박자

제6강. 그럴듯한 거짓말에, 안 속기

자, 여러분. 다시 만났습니다. 반가워요.

지난 5강에서 우리 뭘 배웠는지 잠깐 떠올려 볼까요? 내 문서를 직접 보여주고, "이 안에서만 답해줘" 하고 울타리를 치고, 마지막엔 "어디 보고 한 말이야?" 하고 근거를 되묻는 습관까지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 되묻는 습관, 사실 AI가 애초에 왜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지어내는지를 알아야 제대로 써먹을 수 있어요. 오늘이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오늘 시작하기 전에, 제가 질문 하나 던질게요. 혹시 회사에 이런 후배 한 명쯤, 다들 떠오르는 사람 있으시죠. 뭘 물어봐도 절대 "모르겠는데요"라는 말을 안 하는 친구요. 항상 눈을 똑바로 보면서, 목소리에 힘을 딱 주고, "아, 그건요, 이렇게 하면 됩니다" 하고 막힘없이 대답하는 친구. 그래서 처음엔 "야, 이 친구 일 좀 하는데?" 싶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자신 있게 한 말의 절반이 사실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냥 분위기상 그럴듯한 말을 지어낸 거죠.

여러분, 솔직히 이런 사람이 제일 위험하지 않습니까. 차라리 "잘 모르겠습니다" 하는 후배는 제가 한 번 더 확인이라도 하죠. 그런데 너무 당당하게 틀린 말을 하는 사람은, 제가 그냥 믿어버려요. 그러다 사고가 나는 거예요.

그런데 말이죠. 우리가 매일 쓰는 이 AI가, 바로 그런 후배예요. 그것도 아주 심한. 오늘 우리가 다룰 주제가 바로 이겁니다. AI는 모르면서도 너무나 자신 있게 거짓말을 한다. 이걸 어려운 말로 '환각'이라고 부르는데요. 오늘은 이 환각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거기에 안 속을 수 있는지, 그 요령을 같이 배워볼 거예요.

미리 한 가지만 마음에 새기고 가시면 좋겠어요. 오늘 배우는 건 "AI를 못 믿겠으니 쓰지 말자"가 아니에요. 정반대예요. "AI를 제대로 믿고 쓰기 위해서, 어떻게 의심하고 확인할 거냐"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사전학습 (생각해보기!)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같이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모르는 게 있으면 머뭇거리잖아요. 그 머뭇거림이 사실 굉장히 중요한 신호예요. "아, 이 사람 이건 확실치 않구나" 하고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AI한테는 그게 없어요. 목소리 떨림도, 자신 없는 표정도 없어요. 아는 걸 말할 때나 모르는 걸 지어낼 때나 똑같이 당당해요. 그래서 우리가 글만 봐서는 구분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오늘은 이게 왜 그런지, 그리고 어떻게 안 속을지를 같이 풀어볼게요.

학습내용 및 목표

오늘 갈 길을 먼저 보여드릴게요. 먼저 AI가 왜 자신 있게 거짓말을 하는지, 그 구조를 들여다봐요. 1강에서 배운 네 번째 약점, '환각' 기억나시죠? 그게 오늘 주인공이에요. 그다음 그 거짓말이 실제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보고요. 마지막으로 거기에 안 속는 검증 요령 세 가지를 손에 쥐여드릴 거예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오늘은 AI를 못 믿어서 멀리하자는 시간이 아니라 제대로 믿고 쓰기 위한 검증 요령을 쥐여드리는 시간이라는 것만 다시 한번 새기고 가세요.

[본학습] AI는 '맞히는' 기계다 — 목표는 사실이 아니라 그럴듯함

먼저 이걸 짚고 가야 해요. AI가 거짓말을 하는 게 얘가 멍청해서일까요? 아니면 나쁜 마음을 먹어서일까요? 둘 다 아니에요. 이건 AI가 만들어진 구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말하자면 '타고난 부작용'이에요. 여기를 이해하셔야 앞으로 안 속습니다.

1강에서 우리가 뭘 배웠죠. AI는 말의 뜻을 곱씹어서 이해하는 게 아니라, 다음에 올 가장 그럴듯한 단어를 확률로 맞히는 기계라고 했어요. "오늘 점심은 김치…" 하면 그 다음에 '찌개'가 올 확률이 높으니까 '찌개'를 딱 붙이는 거죠. 뜻을 알아서가 아니라, 그게 제일 자연스러우니까요.

자, 그럼 여기서 생각해 봅시다. 이 친구의 목표가 뭐예요? '사실을 말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에요. '그럴듯하게 말이 이어지는 것'이 목표예요. 이게 핵심입니다. AI한테는 "맞는 말"과 "그럴듯한 말"이 똑같이 보여요. 구분이 안 돼요. 오늘 배울 모든 이야기가 결국 이 한 문장에서 출발합니다.

[본학습] '빈칸 채우기'의 함정 —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AI

그러니 무슨 일이 벌어지냐면요. 여러분이 "세종대왕이 쓴 책 세 권만 알려줘" 하고 물으면, AI는 머릿속에서 이렇게 작동해요. "음, 이 질문 뒤에는 책 제목 같은 단어들이 그럴듯하게 이어져야겠네." 그러고는 진짜 있는 책이든 없는 책이든, 책 제목처럼 생긴 단어를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내놓는 거예요. 빈칸을 채우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애초에 신경 쓰지도 않은 거죠.

그런데 더 무서운 게 뭔지 아세요. 이 친구는 자기가 모른다는 걸 몰라요. 우리는 모르는 게 있으면 "어… 이건 좀 자신이 없는데" 하고 머뭇거리잖아요. 그 머뭇거림이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신호예요. AI한테는 그게 없어요. 아는 걸 말할 때나, 모르는 걸 지어낼 때나, 똑같이 매끄럽고 똑같이 당당해요. 목소리 떨림 하나 없어요. 그러니 우리가 글만 봐서는 "이건 진짜고 저건 가짜네" 하고 구분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자, 직장인 비유로 다시 정리해 볼게요. 신입 사원한테 "거래처 김 부장님 생신이 언제지?" 하고 물었어요. 모범적인 신입이라면 "제가 확인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겠죠. 그런데 우리 AI 신입은요, 절대 그렇게 안 해요. "아, 5월 12일입니다" 하고 바로 대답해요. 어디서 봤냐고요? 안 봤어요. 그냥 '5월 며칠'이라는 게 생신 답변으로 제일 그럴듯하니까 만들어낸 거예요.

여기까지가 첫 번째 핵심이에요. AI의 거짓말은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얘는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고쳐 쓰겠다"가 아니라 "이런 애인 걸 알고 대비하겠다"가 정답인 거예요.

[본학습] 환각의 전형적인 3가지 모습

그럼 이 거짓말이 실제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보여드릴게요. 앞서 말씀드린 '빈칸 채우기' 구조가 실제 업무 대화에서는 크게 세 가지 얼굴로 나타납니다.

첫째, 가짜 논문이나 연구예요. 제목, 저자 이름, 심지어 발표 연도까지 딱딱 붙여서 아주 멋지게 정리해 주는데, 실제로는 그런 논문 자체가 없는 경우입니다. 둘째, 없는 통계입니다. "이 시장은 매년 23% 성장합니다" 하고 숫자를 딱 던지는데, 그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 출처가 어디에도 없어요.

셋째는 틀린 인용이에요. 진짜 유명하고 실존하는 사람 이름을 가져다가, 그 사람이 실제로는 하지도 않은 말을 붙여버립니다. 이름은 진짜인데 말은 가짜인, 제일 헷갈리는 유형이죠.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이 뭐냐면요, 전부 아주 자신 있고 매끄럽게 나온다는 거예요. 머뭇거림도 없고, 어색한 구석도 없어요. 그래서 더 위험한 겁니다. 지금부터 이 세 가지 얼굴이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사고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걸러내는지를 순서대로 보여드릴게요.

[본학습] [비교 사례] 속은 김 대리 vs 검증한 박 대리

같은 상황에서 두 사람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AI가 "○○연구 2021년 자료에 따르면 30% 향상됐다"라는 답을, 김 대리와 박 대리 두 사람에게 똑같이 내놨다고 해봅시다.

김 대리는 어떻게 했을까요. "오, 역시" 하면서 그 문장을 그대로 보고서에 복사했어요. 그리고 그대로 윗선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그 출처 하나를 확인했더니, 그런 연구 자체가 없었어요. 김 대리의 신뢰는 그 자리에서 끝났습니다.

박 대리는요? 똑같은 답을 받았지만 딱 한마디를 더 던졌어요. "그 연구 어디서 나온 거야? 출처 대 봐." 그랬더니 AI가 슬슬 흔들리다가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말씀드렸습니다" 하고 답을 바꿨습니다. 박 대리는 그 자리에서 바로 폐기했죠.

두 사람의 차이가 뭐였을까요. 딱 5분, 그리고 한마디였습니다. 이 5분이 있고 없고가, 신뢰가 무너지느냐 지켜지느냐를 갈랐습니다. 지금부터는 이 "한마디"를 포함해서, 우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검증 요령 세 가지를 순서대로 배워보겠습니다.

[본학습] 검증 요령 ① 받고 나서 '되묻기'

자,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 해법으로 넘어갈게요. AI가 구조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면, 우리가 할 일은 딱 하나예요. 그대로 믿지 않는다. 한 번 더 확인한다. 이걸 습관으로 만드는 거예요. 그중에서도 제일 쉽고 제일 강력한 게 '되묻기'예요.

AI가 뭔가 그럴듯한 답을 내놓으면, 그냥 받지 마시고 한마디를 더 던지세요. "그거 어디서 나온 얘기야? 근거가 뭐야?" 이 한마디예요. 왜 이게 효과가 있냐면요, 진짜 근거가 있는 내용이면 AI가 그 근거를 비교적 또박또박 댑니다. 그런데 지어낸 내용이면요, 되물었을 때 슬슬 말이 흔들려요. 출처가 두루뭉술해지거나, 심지어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말씀드렸습니다" 하고 답을 바꾸기도 해요.

방금 자신 있게 말하던 친구가 한 번 되물었더니 말을 바꿔요? 이거 엄청나게 중요한 신호예요. 그 정보는 일단 빨간불이 켜진 거예요.

또 하나 좋은 되묻기가 있어요. "네가 방금 한 말에서, 확실하지 않은 부분만 골라서 표시해 줘." 이렇게 시키면, AI가 자기 답을 한 번 더 훑어보면서 "이 부분은 좀 불확실합니다" 하고 스스로 빨간 깃발을 꽂아줘요. 완벽하진 않지만, 우리가 어디를 집중해서 확인해야 할지 길을 잡아주죠.

[본학습] 검증 요령 ② 교차로 확인하기 — 어디까지 확인할 것인가

두 번째는 교차로 확인하기예요. 이건 더 간단해요. 중요한 정보일수록, AI 한 군데 말만 믿지 마세요. AI가 "이 통계는 이렇습니다" 하고 알려줬으면, 그 숫자는 진짜 출처, 그러니까 통계청 사이트라든가, 공식 보도자료라든가, 사람이 만든 원본을 한 번 들여다보고 확인하는 거예요.

생각해 보면 이거, 우리가 회사에서 원래 하던 일이에요. 후배가 가져온 보고서 숫자, 그냥 결재 안 하잖아요. "이 숫자 출처가 어디야?" 물어보고, 원본 한 번 대조해 보고 사인하죠. AI한테도 똑같이 해주면 되는 거예요. 새로운 기술이 아니에요. 원래 일 잘하는 사람이 하던 검수 습관을, AI한테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뿐이에요.

자, 여기서 기준을 하나 정해드릴게요. 모든 답을 다 이렇게 확인하면 너무 피곤하잖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 이 정보가 틀렸을 때 내가 곤란해지는 정도로 판단하세요. 가벼운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이나 글의 초안 잡기 같은 건 좀 틀려도 괜찮아요. 그냥 쓰세요. 그런데 보고서에 들어갈 숫자, 외부에 나갈 사실관계, 법이나 규정, 사람 이름, 날짜 같은 건요? 무조건 의심하고, 무조건 확인하세요. 여기서 사고가 나는 거예요. 검증도 결국 선택과 집중입니다.

[본학습] 검증 요령 ③ 아예 미리 '못 박기'

지금까지는 답을 받은 다음에 검증하는 방법이었어요. 그런데 더 좋은 게 있어요. 처음부터 거짓말을 못 하게 미리 못을 박아두는 것. 이게 세 번째예요.

방법은 정말 간단해요. 질문할 때 이 한 문장을 같이 넣어주는 거예요.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만 답하고, 모르거나 근거가 없으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해 줘. 추측이면 추측이라고 표시해 줘." 이 한 줄이요, 생각보다 효과가 커요.

왜냐면 앞서 말씀드렸죠. AI의 목표는 '빈칸을 그럴듯하게 채우는 것'이라고요. 그런데 우리가 미리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것도 정답이야" 하고 규칙을 정해주면요, AI 입장에서는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그럴듯한 선택지가 돼요. 빈칸을 억지로 채우는 압박이 줄어드는 거예요.

직장인 비유로 하면요, 신입한테 일 시키기 전에 미리 한마디 해두는 거예요. "야, 모르는 거 있으면 아는 척하지 말고 꼭 물어봐. 모른다고 하는 게 혼나는 거 아니야." 이렇게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그 친구가 마음 놓고 "이건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할 수 있잖아요. AI한테도 똑같은 멍석을 깔아주는 거예요.

여기에 하나만 더 얹으면 완벽해요. "답할 때 어디서 가져온 정보인지 출처도 같이 적어 줘." 출처를 같이 쓰라고 하면, AI가 아무 말이나 막 하기가 좀 더 어려워져요. 그리고 우리도 그 출처만 따라가서 확인하면 되니까, 검증이 훨씬 빨라지죠.

[본학습] 검증 3박자, 한눈에 보기

자, 이 세 개를 묶으면 오늘의 완성된 검증 습관이에요. 하나, 받고 나서 되묻기. 둘, 교차로 확인하기. 셋, 미리 못 박기. 이 세 박자면, 여러분은 이제 AI의 그럴듯한 거짓말에 어지간해서는 안 속아요. 그리고 이 세 가지 전부, 1강에서 배운 네 번째 약점 '환각'에서 나왔다는 걸 기억해 두세요. 약점이 있으니까 대응이 있는 거예요. 오늘도 그 인과관계는 똑같습니다.

이걸 당장 내일 쓸 수 있게 체크리스트로도 정리해 뒀어요. 네 칸이에요. 중요한 질문엔 못을 박았는가. 그럴듯한 답엔 되물었는가. 숫자랑 이름, 날짜는 원본으로 확인했는가. 그리고 "이게 틀리면 내가 곤란한가?"로 강도를 정했는가.

이 네 칸이 몸에 배면요, 환각은 더 이상 무서운 게 아니에요. 그냥 "아, 얘 또 그러네" 하고 거를 수 있는, 다룰 줄 아는 약점이 되는 거예요.

[본학습] '검증'은 불신이 아니라 신뢰의 조건

여기서 오해 하나를 풀고 갈게요. "그렇게 매번 의심하면 AI를 어떻게 믿고 쓰냐" 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이건 불신이 아니에요. 오히려 신뢰의 조건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일 잘하는 사람일수록 결재 전에 한 번 더 보잖아요. 그게 부하 직원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사고 없이 일을 굴리기 위해서죠. AI도 똑같아요. 이 작은 확인 절차가 있어야, 비로소 우리가 AI를 마음 놓고 쓸 수 있어요.

검증할 줄 아는 사람만이 AI를 제대로 부려 쓸 수 있는 거예요. 오늘 배운 세 박자는 결국 AI를 밀어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AI를 더 깊숙이, 더 오래 곁에 두고 쓰기 위한 도구입니다.

[현장 노트] 제가 식은땀 흘린 그날

이쯤에서 제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게요. 솔직히 좀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여러분한테는 꼭 해드리고 싶어요.

제가 AI를 한창 재미있게 쓰기 시작했을 무렵이었어요. 어떤 보고서를 하나 쓰는데, 제 주장을 좀 뒷받침할 근거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AI한테 물었죠. "이 주제에 관련된 연구나 통계 자료 좀 알려줘." 그랬더니 이 친구가요, 아주 그럴듯한 연구 제목이랑, 저자 이름이랑, 심지어 연도까지 딱딱 붙여서 멋지게 정리를 해주는 거예요. 어찌나 그럴듯하던지요. 저는 "오, 역시" 하면서 그걸 그대로 보고서에 옮겨 적었어요.

그런데요, 보고서를 거의 다 완성하고, 마지막에 마음이 좀 찜찜하더라고요. 그 연구 원본을 한 번 직접 찾아보자, 한 거예요. 그냥 정말 우연히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런 연구가 없는 거예요. 저자도 없고, 그런 제목의 논문도 없고. AI가 통째로 지어낸 거였어요. 그렇게 당당하게, 연도까지 붙여서요.

여러분, 그때 제 등에 식은땀이 쫙 흘렀어요. 만약 제가 그 찜찜함을 무시하고 그냥 그 보고서를 윗선에 올렸으면요? 없는 연구를 근거랍시고 들이민 거잖아요. 누가 그 출처 하나만 확인했어도 저는 그 자리에서 신뢰를 다 잃었을 거예요. 생각만 해도 아찔하죠.

그날 이후로 제 습관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지금은요, AI가 아무리 그럴듯하게 사실관계나 숫자나 출처를 말해도, 제 머릿속에 자동으로 빨간불이 켜져요. "그래, 너 또 지어냈을 수도 있지?" 하고요. 그러고는 꼭 되물어요. "이거 진짜 있는 거 맞아? 출처 정확히 대 봐." 그리고 중요한 건 제 손으로 원본을 한 번 확인하고요. 이게 귀찮을 것 같죠? 전혀요. 한 5분이면 돼요. 그 5분이 저를 식은땀에서 구해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은요, 저처럼 식은땀 흘리지 마시고, 처음부터 그냥 의심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실습] ✋ 직접 해보기: AI의 '그럴듯한 거짓말' 색출하기

자, 눈으로만 보면 안 남아요. 직접 한 번 잡아봐야 "아, 진짜 이러는구나" 하고 몸에 박힙니다. 지금 5분만 같이 해볼게요. 먼저 AI한테 아무 주제나 하나 던지고 "통계랑 인용을 넣어서 한 문단 써 줘" 하세요. 그러면 숫자도 척, 출처도 척, 아주 그럴듯한 문단이 나옵니다.

자, 이제 사냥을 시작하는 거예요. 그 안의 숫자 하나 딱 집어서 "이 숫자 근거 대 봐", 인용 하나 집어서 "원문 그대로 인용해 봐", 논문 제목 보이면 "그 논문 진짜 있어?" 하고 하나씩 추궁하세요. 못 대거나 "죄송합니다" 하고 말 바꾸면 그게 환각이고, 방금 잡으신 거예요. 요즘 모델은 되묻기도 전에 "정확한 출처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하고 스스로 먼저 밝히기도 하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결과예요 — 검증받을 걸 미리 알고 조심하는 거니까요. 어느 쪽이든, 우리가 "그대로 믿지 않고 확인한다"는 오늘의 원칙이 작동한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이번엔 처음부터 "모르면 모른다고 해" 하고 못을 박고 똑같이 시켜 보세요. 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시면, 오늘 배운 3박자가 왜 통하는지 손에 잡힐 거예요.

07

7강. '좋은 답'인지, 내 기준으로 가려내기

제7강. '좋은 답'인지, 내 기준으로 가려내기

자, 안녕하세요. 일곱 번째 시간입니다. 여기까지 따라오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지난 시간, 우리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나시죠. AI가 모르면서도 너무나 자신 있게 지어낸다, 그 '그럴듯한 거짓말'에 안 속는 법을 배웠습니다. 되묻고, 근거를 대게 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해"라고 미리 못 박는 거요. 한마디로 6강은 '틀린 답을 걸러내는' 시간이었어요. 틀린 걸 잡아내는 거죠.

그런데요, 제가 오늘 여러분께 좀 짓궂은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틀리지만 않으면 다 좋은 답일까요? 잠깐 생각해 보세요. AI가 사실관계는 하나도 안 틀렸어요. 거짓말도 안 했어요. 그런데 내가 물어본 거랑 살짝 비껴간 답을 줬어요. 혹은 다 맞는 말인데 정작 내가 꼭 필요했던 한 가지가 쏙 빠져 있어요. 아니면, 맞긴 맞는데 출처가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이거… 좋은 답인가요? 아니죠. 틀리진 않았는데, 쓸 수가 없는 답이에요.

자, 여기서 오늘의 핵심이 나옵니다. '안 틀린 답'하고 '좋은 답'은 완전히 다른 얘기예요. 6강이 '거짓말 거르기'였다면, 오늘 7강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틀린 걸 걸러내는 걸 넘어서, "이게 내가 쓸 만큼 좋은 답인가?"를 내 기준으로 가려내는 시간이에요. 그럼 지금부터, 우리가 왜 그동안 '감'에만 의존해 왔는지부터 짚어보고, 그걸 흔들리지 않는 기준표로 바꾸는 방법을 하나씩 같이 만들어 보겠습니다.

사전학습 (생각해보기!)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같이 생각해 봅시다. AI가 사실관계는 하나도 안 틀렸어요. 거짓말도 안 했어요. 그런데 내가 물어본 거랑 살짝 비껴간 답을 줬어요. 혹은 다 맞는 말인데 정작 내가 꼭 필요했던 한 가지가 쏙 빠져 있어요. 아니면 맞긴 맞는데 출처를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이거, 좋은 답인가요? 아니죠. 틀리진 않았는데 쓸 수가 없는 답이에요. 여기서 오늘의 핵심이 나옵니다. '안 틀린 답'하고 '좋은 답'은 완전히 다른 얘기예요.

왜 이런 답이 자꾸 나올까요. 우리 대부분이 AI 결과물을 볼 때 그냥 '감'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쓱 읽어보고 "음, 괜찮네" 아니면 "에이, 별로네." 그런데 이 '감'이라는 게 참 못 믿을 물건이에요. 내 기분이 좋은 날엔 후하게 보고, 피곤한 날엔 짜게 보고, 어제 통과시킨 수준을 오늘은 퇴짜 놓습니다. 오늘은 정확히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감으로 보던 걸, 흔들리지 않는 내 기준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학습내용 및 목표

오늘 갈 길을 먼저 보여드릴게요. 세 가지를 가져갑니다. 첫째, 도대체 '좋은 답'이란 뭔가 — 그 기준을 직접 정하는 법입니다. 둘째,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매번 같은 기준으로 보는 법입니다. 셋째, 좀 영리한 방법인데요, AI한테 AI의 답을 채점시키는 법입니다.

오늘의 목표는 외우기가 아니에요. AI 결과물 앞에서 "이거 괜찮은 건가" 하고 헤매던 그 시간을 없애는 거예요. 그게 진짜 목표입니다. 이거 하나 만들어 두면요, 일이 빨라지고 마음이 편해져요. 제가 장담합니다. 그 이유는 이따 제 경험담에서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이 강의가 끝났을 때 여러분은 "이 답이 왜 괜찮은지, 혹은 왜 부족한지"를 스스로의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감으로 대충 통과시키던 습관에서, 다섯 줄짜리 기준표로 5초 만에 판단하는 습관으로 넘어가는 것, 그게 오늘의 목표입니다.

[본학습] '안 틀린 답' ≠ '좋은 답'

6강이 '거짓말 거르기'였다면, 오늘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틀린 걸 걸러내는 걸 넘어서, "이게 내가 쓸 만큼 좋은 답인가?"를 내 기준으로 가려내는 시간이에요.

그리고 오늘 가장 중요한 단어가 하나 있어요. 바로 '내 기준'입니다. 이 단어를 오늘 내내 붙잡고 갈 거예요. 왜냐하면 앞으로 보시겠지만, '좋다'는 게 AI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결국 일을 시키는 사람이 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확하다고, 거짓말이 없다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답이 되는 건 아닙니다. 정확함은 최소 조건일 뿐, 그 위에 '내가 쓸 수 있는가'라는 또 하나의 층이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 층을 손에 잡히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본학습] 왜 '감'은 못 믿을까

먼저 짚고 갈게요. 제가 자꾸 '감으로 보지 마라' 그러는데, 왜 그럴까요. 여러분, 회사에서 후배가 보고서를 가져왔다고 쳐봐요. 여러분은 그걸 어떻게 검토하세요? 사실 대부분 머릿속에 자기도 모르게 체크 항목이 돌아가고 있어요. "어, 숫자 맞나?", "이거 내가 시킨 내용 맞나?", "결론이 빠졌네?" 이렇게요. 경험 많은 분일수록 이 머릿속 항목이 촘촘해요. 그래서 '감이 좋다'는 소리를 듣는 거예요.

문제는 이게 머릿속에만 있다는 것이에요. 머릿속에만 있으면 두 가지가 새어 나갑니다. 하나, 내 컨디션 따라 들쭉날쭉해요. 둘, 남한테 넘겨줄 수가 없어요. 후배한테 "이렇게 좀 봐줘" 하고 전수가 안 되는 거죠.

AI 결과물도 똑같아요. 아니, AI는 한 술 더 떠요. 하루에도 수십 번 결과물을 쏟아내잖아요. 후배 보고서는 일주일에 한 번 보지만, AI 답은 하루에도 열 번씩 봅니다. 그러니 '감'으로 매번 보면 금방 지쳐요. 판단이 흐트러져요.

그래서 우리는 머릿속 기준을 밖으로 끄집어내서, 글자로 적어둬야 합니다. 그게 오늘의 출발점이에요. 감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그 감이 원래 담고 있던 항목들을 눈에 보이는 글자로 옮겨 적자는 겁니다.

[본학습] 좋은 답의 네 기둥

자, 그럼 무엇을 적어둘까요. '좋은 답'이라는 게 막연하잖아요. 이걸 제가 네 개의 질문으로 딱 쪼개서 드릴게요. 저는 이걸 '좋은 답의 네 기둥'이라고 불러요. 외우기 쉽게, 네 개의 질문입니다.

첫째, 정확한가. 사실관계가 맞느냐는 거예요. 날짜, 숫자, 이름, 인용. 이건 6강에서 다룬 그거죠. 가장 기본이에요, 안 틀려야 한다는 것. 둘째, 근거가 있나. 이게 정확성하고 미묘하게 달라요. 맞는 말이라도 "그걸 어디서 봤는데?"라고 물었을 때 출처를 댈 수 있어야 좋은 답이에요. 근거 없이 "원래 그래요" 하는 답은요, 지금은 맞아도 다음엔 못 믿어요.

셋째, 질문에 맞나. 답이 정확하고 근거도 있는데, 내가 물어본 게 아닌 경우요. 넷째, 빠진 건 없나. 답은 맞는데 반쪽짜리인 경우요. 이 두 기둥은 의외로 자주 놓치는데, 바로 다음에 구체적으로 짚어드릴게요.

정리하면 네 개예요. 정확한가, 근거가 있나, 질문에 맞나, 빠진 건 없나. 이 네 가지로 보면, 막연하던 '좋은 답'이 갑자기 손에 잡히죠. "음, 괜찮네"가 아니라 "정확성은 합격, 근거는 약함, 관련성은 합격, 완결성은 절반" 이렇게 구체적으로 보이는 거예요.

[본학습] 셋째·넷째 기둥, 의외로 자주 놓친다

셋째, 넷째 기둥은 의외로 자주 놓쳐요. 관련성부터 볼까요. 제가 "이 제품의 단점을 알려줘" 했는데 장단점을 둘 다 줄줄 늘어놓는다든가, "한 줄로 요약해" 했는데 다섯 줄로 답한다든가. 다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내 질문에 안 맞아요. 그럼 좋은 답이 아니에요.

완결성도 그래요. "이 일을 처리하는 절차를 알려줘" 했는데 1번부터 4번까지만 알려주고 마지막 5번 '제출'을 빼먹는 거죠. 틀린 건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그대로 따라 하면 일이 안 끝나요. 빠진 게 있으면 좋은 답이 아닙니다.

이 두 기둥을 자주 놓치는 이유는, 정확성이나 근거는 문장 하나하나를 보면 눈에 띄지만, 관련성과 완결성은 답 전체를 내 원래 질문·내 원래 일과 맞춰봐야 비로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부분만 보면 흠잡을 데가 없는데, 통째로 놓고 보면 못 쓰는 답인 경우가 바로 이 두 기둥에서 생깁니다.

[본학습] 기준의 '무게'는 일마다 내가 정한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말씀을 드릴게요. 방금 네 기둥을 알려드렸지만요, 이게 정답표는 아니에요. 무슨 말이냐면, 일마다 무게가 다르다는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내가 사내 회식 장소 추천받는 거랑, 고객사에 나갈 제안서 초안 받는 거랑, 같은 잣대로 보면 안 되잖아요. 회식 장소는 '근거'가 뭐 그렇게 중요하겠어요. 그냥 분위기 좋고 가까우면 되죠. 그런데 고객 제안서는 '근거'하고 '완결성'이 생명이에요. 출처 없는 숫자 하나 잘못 들어가면 큰일 나니까요.

그래서 좋은 답의 기준은요, 제가 정해드리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일마다 정하는 거예요. "이 일에서는 이 네 가지 중에 뭐가 제일 중요하지?" 이걸 먼저 정하는 거죠. 어떤 일은 정확성이 90점이고, 어떤 일은 완결성이 90점이고. 그 무게를 내가 정합니다.

이게 오늘 첫 번째로 가져가실 핵심이에요. 좋은 답의 기준은 AI가 정하는 게 아니라, 일을 시키는 내가 정한다. 그래야 매번 흔들리지 않아요.

[본학습] 나만의 체크리스트 만들기 (예: 주간 업무 보고 요약)

자, 네 기둥을 알았으니 이제 이걸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봅시다. 거창한 거 아니에요. 메모장이든 포스트잇이든, 내가 자주 시키는 일 한 가지를 정해서, 그 일의 '합격 조건'을 글자로 적어두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제가 매주 '주간 업무 보고 요약'을 AI한테 시킨다고 쳐볼게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다섯 줄을 적어둬요. 이번 주 핵심 성과가 세 줄 이내로 들어가 있나, 숫자가 들어갔다면 출처나 근거가 같이 있나, 다음 주 할 일이 빠지지 않고 들어갔나, 윗분이 바로 읽을 수 있게 존댓말·간결체인가, 내가 안 준 정보를 지어낸 건 없나.

보세요. 별거 없죠? 그냥 내가 '이 일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을 다섯 줄로 적은 거예요. 그런데 이게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예요. 이제 AI가 답을 주면, 저는 고민 안 해요. 이 다섯 줄을 위에서 아래로 쭉 훑으면서 체크만 하면 되니까요. 5초면 끝나요. 그리고 오늘이나 다음 주나 똑같은 기준으로 봅니다. 기분 따라 안 흔들려요.

[본학습] 체크리스트의 두 가지 쓰임새

이 체크리스트가요, 두 군데서 힘을 발휘해요. 첫째, 답을 받은 다음에 검수할 때. 방금 말한 거죠. 받은 답을 다섯 줄에 비춰보는 거예요.

그런데 더 영리한 두 번째 쓰임새가 있어요. 둘째, 질문할 때 아예 같이 주는 거예요. 무슨 말이냐면, AI한테 일을 시킬 때 이 체크리스트를 미리 보여주는 거죠. "이런 조건을 다 만족하게 써줘. 다 쓴 다음에 이 조건들을 스스로 점검해 줘." 이렇게요.

이게 왜 좋냐면요, 6강에서 우리가 "모르면 모른다고 해"라고 미리 못 박았잖아요. 그거랑 똑같은 원리예요. 채점 기준을 미리 알려주면, AI가 그 기준에 맞춰서 답을 만들어요.

시험 보기 전에 채점 기준표를 본 학생이랑 똑같죠. 훨씬 좋은 답이 나옵니다. 검수할 거리가 확 줄어요.

[본학습] '잘된 예시(본보기)' 하나의 힘

체크리스트에 하나만 더 얹으면 완벽해져요. 바로 '잘된 예시'입니다. 저는 이걸 '본보기'라고 불러요.

내가 예전에 받았던 답 중에 "아, 이거다!" 싶은 게 하나 있잖아요. 그걸 버리지 마시고 따로 모아두세요. 그리고 다음에 같은 일을 시킬 때 "이런 식으로 써줘" 하면서 그 본보기를 같이 보여주는 거예요. 말로 백 마디 설명하는 것보다, 잘된 결과물 하나 보여주는 게 훨씬 강력해요. 우리 3강에서 '잘된 예시 하나로 톤을 맞춘다'고 했던 거, 기억나시죠? 그걸 평가에도 그대로 쓰는 거예요.

그러니까 정리하면요. 체크리스트(합격 조건) 더하기 본보기(잘된 예시). 이 둘을 묶어서 내 서랍에 넣어두면, 그게 바로 '나만의 품질 관리 도구'가 됩니다. 매번 새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져요.

[본학습] AI에게 AI의 답을 채점시키기

자, 이제 좀 영리한 기술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듣고 나면 "아, 이런 손이 있었네" 하실 거예요. 지금까지는 내가 체크리스트로 채점했죠. 그런데요, 그 채점 자체를 AI한테 시킬 수가 있어요. AI가 답을 주잖아요? 그럼 그 답을, 같은 AI한테 다시 보여주면서 "이 답을 내 기준으로 채점해 봐"라고 하는 거예요.

좀 이상하게 들리시죠? "지가 쓴 걸 지가 채점한다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게 꽤 잘 먹혀요. 왜냐면 무언가를 만드는 일하고, 만든 걸 평가하는 일은 머리 쓰는 방식이 달라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내가 쓴 글을 '독자의 눈으로' 다시 읽으면 어색한 게 보이죠. AI도 "이제 너는 까다로운 평가자야"라고 역할을 바꿔서 시키면, 만들 때는 안 보이던 허점을 의외로 잘 짚어내요.

이렇게 시키시면 됩니다. "방금 네가 준 답을, 이제부터 너는 깐깐한 검토자가 되어서 평가해 줘. 평가 기준은 네 가지야. 정확한가, 근거가 있나, 질문에 맞나, 빠진 건 없나. 각 항목을 점수로 매기고, 부족한 부분은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알려줘." 이렇게요.

그러면 AI가 자기 답을 쭉 뜯어보면서 "정확성은 괜찮은데, 근거가 약합니다. 3번 항목에 출처가 없네요. 그리고 완결성 측면에서 마지막 단계가 빠졌습니다." 이렇게 짚어줘요. 그걸 받아서 "그럼 그 부분 고쳐줘" 하면 답이 한 단계 좋아지죠.

[본학습] 두 답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볼게요. 이게 오늘의 마지막 기술이에요. 두 답을 비교하는 방법입니다. 가끔 AI 답이 그 자체로는 좋은지 나쁜지 가늠이 잘 안 될 때가 있어요. 점수를 매기기가 애매한 거죠.

그럴 땐요, 답을 두 개 받아서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판단이 훨씬 쉬워져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이 옷 어때요?" 하면 대답하기 어려운데, "이 옷이랑 저 옷 중에 뭐가 나아요?" 하면 바로 고르죠. 절대평가는 어려워도 상대평가는 쉬워요.

같은 질문을 AI한테 두 번 시켜서 답을 A, B 두 개 받으세요. 그리고 그 둘을 다시 AI한테 주면서 "이 두 답을 내 네 가지 기준으로 비교해서, 어느 쪽이 왜 더 나은지 말해줘"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면 "B가 근거를 더 잘 댔고, 질문에 더 정확히 답했습니다. 다만 A가 완결성은 조금 낫네요." 이런 식으로 비교표가 나와요. 이걸 보면 내가 어떤 답을 골라야 할지, 혹은 두 답의 장점만 합치면 되는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본학습] 잊지 마세요 — 최종 판단은 사람

자, 그런데 여기서 제가 꼭, 정말 꼭 당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AI한테 채점을 시켰다고 해서, 그 채점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왜요? 6강에서 배웠잖아요. AI는 채점할 때도 그럴듯하게 지어낼 수 있어요. 자기 답한테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AI의 채점은 '1차 검토 의견'일 뿐이에요. 부지런한 보조 검토자가 먼저 훑어준 거죠. 최종 도장은 항상 사람이 찍습니다.

AI가 "이 답 95점입니다" 해도, 내 체크리스트로 마지막 한 번은 내가 봐야 해요. AI한테 채점을 시키는 건 내 일을 줄이려는 거지, 내 판단을 통째로 넘기려는 게 아니에요. 이 선을 꼭 기억해 주세요.

[현장 노트] 다섯 줄이 저를 편하게 해줬습니다

자, 여기서 잠깐 제 부끄러운 옛날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게요. 제가 예전에 말이죠, AI 결과물을 검수하는 걸 그냥 순전히 '감'으로 했어요. 받은 답을 쓱 읽어보고 "음, 괜찮네" 하면 통과, "에이, 좀 아니다" 싶으면 다시. 그게 검수의 전부였어요.

그런데 이게요, 진짜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게 뭐냐면… 일관성이 없어요. 똑같은 수준의 답인데, 제가 컨디션 좋은 날엔 "오, 잘했네" 하고 넘어가고, 야근하고 피곤한 날엔 "이게 뭐야" 하고 세 번을 다시 시켰어요. 기준이 제 안에서 매일 출렁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일이 끝이 안 나요. 같은 작업을 붙잡고 "이게 괜찮은 건가, 아닌가"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는 거죠. 결정 못 하고요. 그게 제일 피곤했어요. 판단을 못 내리는 그 상태요.

그러다 어느 날, 하도 답답해서 제가 자주 시키는 일 하나를 딱 잡고, 합격 조건을 다섯 줄로 적어봤어요. 거창한 것도 아니었어요. "출처 있나, 세 줄 이내인가, 빠진 단계 없나…" 딱 그 정도. 그런데 이게요, 신세계였어요.

뭐가 달라졌냐면, 일단 빨라졌어요. 답을 받으면 그 다섯 줄에 비춰보고 5초 만에 합격, 불합격이 나와요. 더 이상 "이게 괜찮나" 하고 멍하니 들여다보지 않아요. 그리고 더 좋았던 건요, 마음이 편해졌어요. 통과를 시키든 다시 시키든, "내 기준에 따라 판단했다"는 확신이 있으니까요. 죄책감도 없고, 불안함도 없어요. 감으로 통과시키면 늘 찜찜했거든요. "내가 대충 본 거 아닐까" 하고요. 그게 사라진 거예요.

그때 제가 깨달은 게 있어요. 품질이라는 게 결국 '내 기준이 분명한가'의 문제더라는 거예요. AI가 좋은 답을 주냐 마냐 이전에, 내가 '좋다'를 정의하고 있느냐. 기준표 다섯 줄이 저를 그렇게 편하게 해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여러분도 꼭 한번, 자주 하는 일 하나만 잡고 다섯 줄을 적어보세요. 진짜로요.

[비교표] 기준 없이 vs 기준 갖고

자, 한 표로 비교해 볼게요. 왼쪽이 기준 없이 감으로 볼 때, 오른쪽이 체크리스트를 갖고 볼 때예요.

보세요. 기준이 없으면 컨디션 따라 출렁이고, 멍하니 들여다보고, 찜찜하고, 나만 아는 노하우로 끝나요. 그런데 기준 다섯 줄만 있으면, 매번 같은 잣대로, 5초 만에, 확신을 갖고, 심지어 후배한테 넘겨줄 수도 있어요.

이 차이가 오늘 강의의 전부라고 해도 됩니다. 감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감을 글자로 옮겨 적어서 누구나 같은 기준으로 쓸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게 오늘 우리가 한 일입니다.

[실습] ✋ 직접 해보기: 체크리스트로 두 답 채점·선택하기

자, 이제 머리로만 들었던 걸 직접 손으로 해볼 시간이에요. 오늘 핵심이 '내 기준으로 좋은 답 가려내기'였죠. 그걸 그대로 연습해 봅시다.

먼저 체크리스트부터 만드세요. 거창할 거 없어요. 네 기둥 가져와서 항목마다 한 줄씩만 적으면 돼요. "숫자에 출처 있나", "내가 물어본 거에 답했나" 이런 식으로요. 그다음이 재밌어요. 똑같은 과제를 AI한테 주고 답을 두 개 받으세요. 그리고 방금 만든 체크리스트로 두 답을 항목별로 쭉 채점해 보는 거예요. 어느 쪽이 왜 나은지 점수로 나오죠? 더 나은 걸 고르고, 모자란 항목은 보완하라고 다시 시키면 돼요.

해보시면 느낄 거예요. 기준 없이 감으로 고를 때랑, 다섯 줄 체크리스트 갖고 고를 때랑 판단의 무게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리고 마지막 도장은요? 네, 항상 사람이 찍습니다. AI가 점수 매겨줬어도 최종 선택은 내가 하는 거예요.

08

8강. 검증한 실수는 두 번 하지 않는다: 스스로 고쳐 쓰는 지시서(하네스 루프)

제8강. 검증한 실수는 두 번 하지 않는다: 스스로 고쳐 쓰는 지시서(하네스 루프)

반갑습니다. 여덟 번째 시간입니다. 여기까지 잘 따라와 주셨어요.

지난 6강, 7강에서 우리 뭘 배웠죠? 6강에서는 AI의 그럴듯한 거짓말에 안 속는 법, 되묻고 교차확인하는 법을 배웠고요. 7강에서는 한발 더 나가서, '좋은 답'인지 내 기준으로 가려내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되짚어 보면 이 두 시간은 전부 "AI가 준 답을 어떻게 의심하고 걸러낼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 안 드셨어요? "이거, 결국 매번 내가 해야 되는 거잖아." 맞습니다. 6강, 7강에서 배운 건 전부 내가 그때그때 검증하는 법이었어요. 아주 좋은 요령이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대화창을 닫으면요, 그 검증의 결과가 어디로 갈까요? 딱 제 머릿속에만 남습니다. 다음번에 똑같은 일을 시킬 때, 저는 또 처음부터 똑같이 되묻고 확인해야 해요. 어제 걸러낸 실수를 오늘 또 걸러내고, 내일도 또 걸러내야 하는 거죠. 검증이라는 노동이 줄어들 기미가 안 보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그 검증 결과를, 제가 매번 반복 안 해도 지시서 자체가 기억하고 스스로 고쳐 쓰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지난 시간까지가 "결과물을 걸러내는 필터"였다면, 오늘은 그 필터가 걸러낸 정보를 다시 위로 올려보내서, 애초에 그런 결과물이 덜 나오게끔 지시서 자체를 손보는 이야기입니다.

미리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오늘부터는 조금 더 엔지니어링 쪽으로 들어갑니다. 낯선 용어가 몇 개 나오는데, 나올 때마다 바로바로 풀어드릴 테니까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 이야기가 뜬구름 잡는 소리로 안 들리셨으면 해서 제 얘기를 잠깐 드릴게요. 저는 10억 원대 SI 프로젝트를 PM으로 네다섯 차례 이끌어봤는데요, 그때마다 겪은 게 이거예요. 실무자 한 명이 실수한 게 아니라, 애초에 요구사항(지시서) 자체가 애매하게 적혀 있어서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사람만 다그쳐서는 안 고쳐지고, 문서 자체를 고쳐야 비로소 끝나더라고요. 오늘 배울 하네스 루프는 그 경험에서 나온 방법론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검증이 왜 매번 반복될 수밖에 없었는지부터 짚어보고, 그걸 끊어내는 구조를 하나씩 같이 만들어 보겠습니다.

사전학습 (생각해보기!)

본격적인 학습에 앞서 같이 생각해 봅시다. 회사에서 신입이 같은 실수를 세 번 반복하면요, 우리는 그 사람만 나무라지 않습니다. "혹시 매뉴얼이 애매하게 쓰여 있나?" 하고 매뉴얼 자체를 의심하죠. 매뉴얼을 고치면, 그다음부터 오는 모든 신입이 똑같은 실수를 안 합니다. 이건 사실 우리가 조직 생활을 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익힌 습관입니다. 사람 한 명을 계속 혼내는 것보다, 그 사람이 참고하는 문서 한 줄을 고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AI를 쓸 때는 어땠을까요? 6강, 7강에서 배운 대로 매번 되묻고, 매번 체크리스트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그 검증의 결과가 어디에 쌓입니까? 딱 우리 머릿속에요. 대화창을 닫으면 날아갑니다. 신입사원한테는 매뉴얼을 고쳐주면서, 정작 AI한테는 매번 똑같은 잔소리를 반복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마 "AI한테 무슨 매뉴얼이야" 하고 별생각 없이 넘겼기 때문일 겁니다.

만약 AI한테 똑같은 종류의 일을 매번 시키는데, 매번 똑같은 지점에서 틀린다면요? 이건 AI 탓이 아니라, 우리가 준 지시서 자체가 애매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 조직에 적용하던 상식을, 이제 AI한테도 그대로 적용할 때가 된 겁니다.

오늘은 정확히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그 검증 결과를 지시서에 되먹일 수는 없을까?"

학습내용 및 목표

오늘 갈 길, 세 덩어리입니다. 첫째, "닫힌 루프"라는 개념 — 검증 결과가 어떻게 지시서로 되먹임되는지 봅니다. 둘째, 모든 실수가 같은 실수가 아니라는 것 — 결과물이 틀렸을 때랑, 지시서 자체가 애매했을 때는 다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셋째, 이게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 지금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흐름이라는 걸, 몇 가지 실화로 보여드릴게요.

오늘 목표도 단순합니다. "검증을 한 번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그 결과가 다음번 지시서를 더 좋게 만드는 구조"를 이해하시는 겁니다. 이 강의가 끝났을 때 여러분은 "왜 저는 매번 같은 지적을 반복하고 있었을까요"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본학습] 매번 검증, 언제까지 사람이 할까

6강에서 되묻고 교차확인하는 법, 7강에서 나만의 체크리스트로 채점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잘 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그 검증의 결과가 어디에 남습니까? 딱 우리 머릿속에만 남습니다. 대화창을 닫으면 날아가요.

만약에 매번 똑같은 지점에서 AI가 틀린다면, 그건 AI 탓이 아니라 우리가 준 지시서, 그러니까 프롬프트나 업무 매뉴얼 자체가 애매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그때그때 고쳐주는 게 아니라, 그 지시서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걸 어려운 말로 "닫힌 루프(closed-loop)"라고 부릅니다. 검증한 결과가 다시 지시서로 돌아가서, 다음번엔 그 지시서가 스스로 더 나아져 있는 구조입니다. 오늘 배울 핵심이 바로 이겁니다.

[본학습] [Case 1] 카파시의 "바이브 코딩": 감으로 짠 것의 최후

여기서 실존 인물 한 명을 소개하겠습니다. 안드레이 카파시라고, OpenAI 창립 멤버이자 테슬라 자율주행 AI를 이끌었던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어떤 말을 하면 업계가 그대로 따라가는, 그런 영향력이 있습니다.

2025년 2월, 이 사람이 트위터에 이런 말을 올립니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새로운 코딩 방식이 있다고요. 코드가 어떻게 생겼는지 신경도 안 쓰고, 그냥 느낌대로 AI한테 맡겨버리는 겁니다.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요, "새로운 종류의 코딩이 있다, 완전히 느낌에 몸을 맡기고, 코드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다들 신기해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작은 프로젝트에선 편했는데, 회사 단위 큰 시스템으로 가니까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어요. 의도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새고, 있지도 않은 기능을 있다고 지어내고, 시간이 갈수록 품질이 조금씩 썩어갔습니다. 6강에서 배운 환각이, 코드에서도 똑같이 벌어진 겁니다.

[본학습] [Case 2] 그래서 나온 반작용: "지시서부터 제대로 쓰자"

이 실패에 대한 반작용으로 뭐가 떴을까요. "지시서부터 제대로 쓰자"는 흐름입니다. 어려운 말로 스펙 주도 개발이라고 하는데, 별거 아닙니다. "코드보다 지시서를 먼저 꼼꼼히 쓰고, 그 지시서를 계속 살아있는 문서로 관리하자"는 겁니다.

2026년 지금, 이름 들어보셨을 만한 AI 코딩 도구들 — 깃허브의 Spec Kit, 아마존의 Kiro, Tessl 같은 곳들 — 이 전부 이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예전엔 코드가 진짜고 문서는 곁다리였는데, 이젠 거꾸로 지시서가 진짜고 코드는 거기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보는 겁니다. 우리가 6·7강에서 배운 검증이라는 개념이, 산업 규모에서는 이렇게 "지시서를 계속 고쳐 쓰는 구조"로 확장된 셈입니다.

[본학습] 실수도 두 종류다

요리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레시피대로 요리했는데 오늘따라 요리사가 실수로 소금을 두 번 넣었습니다. 이건 요리사 잘못이죠. 다시 만들면 됩니다. 그런데 만약 레시피 자체에 "소금 적당량"이라고만 애매하게 쓰여 있어서, 요리사가 매번 다른 양을 넣는다면요? 이건 요리사를 몇 번을 바꿔도 똑같이 반복됩니다. 레시피를 고쳐야만 해결됩니다.

이 두 가지를 꼭 구분해야 합니다. 첫째, 산출물만 잘못된 경우 — 지시서는 맞는데 이번에 AI가 실수한 겁니다. 그냥 다시 시키면 끝나요. 둘째, 지시서 자체가 부족한 경우 — 이건 아무리 다시 시켜도 똑같이 틀립니다. 지시서를 고쳐야만 해결돼요.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해줘, 다시 해줘"만 반복하면서 같은 실수를 영원히 되풀이하게 됩니다. 마치 신입사원이 계속 같은 실수를 하는데 매번 "다시 해와" 소리만 지르고, 정작 그 실수의 원인이 교육 자료에 있다는 걸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상황과 똑같습니다.

이 구조를 하네스 루프 방법론에서는 이 둘을 각각 산출물 결함, 지시서 결함이라고 부르고 완전히 다르게 처리합니다. 여기서 하나 더 있습니다. 지시서 결함 중에서도 "틀린 규칙이 있는 경우"와 "아예 규칙 자체가 빠져 있는 경우"를 구분하는데, 후자를 특별히 "지시서 공백(SPEC_GAP)"이라고 부릅니다. 레시피에 아예 소금 얘기가 없어서 요리사가 알아서 판단해야 했던 경우죠. 틀린 걸 고치는 것과, 아예 없던 걸 새로 채워 넣는 것. 둘 다 지시서를 손봐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실무에서는 이 구분이 나중에 "무엇을 왜 고쳤는지" 기록을 남길 때 아주 중요해집니다.

[본학습] 소루프와 대루프

그래서 대응도 두 갈래로 나뉩니다. 산출물 결함이면요, 사람 개입 없이 AI가 자동으로 다시 시도합니다. 사람이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이걸 소루프라고 부릅니다. 마치 요리사가 소금을 실수로 두 번 넣었을 때, 옆에서 지켜보던 부주방장이 "다시 한번 만들어 봐" 하고 바로 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주방장한테까지 보고할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시서 결함이면요? 이건 AI가 마음대로 레시피북을 고치게 두면 안 됩니다. 대신 AI가 "이 지시서를 이렇게 고치면 어떨까요?" 하고 개정안만 제안하고, 사람이 "그래, 그렇게 고치자" 하고 승인해야만 실제로 바뀝니다. 이걸 대루프라고 부릅니다. 왜 이렇게 할까요. 레시피북을 한 번 잘못 고치면 그다음 만드는 모든 요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부주방장 재량으로 오늘 요리 하나를 다시 만드는 것과, 식당 전체의 레시피북을 바꾸는 것은 무게가 완전히 다르죠. 그래서 여기만큼은 반드시 주방장, 즉 사람이 마지막 도장을 찍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승인 구조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AI가 "이 규칙이 자꾸 문제를 일으키니 아예 삭제하겠습니다" 하고 스스로 결정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 규칙이 사실은 법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조항이었다면요? 대루프에 사람 승인이 빠지는 순간, 우리는 지시서의 품질을 AI의 판단에만 맡기게 되는 셈이고, 이건 우리가 8강 내내 경계해 온 바로 그 지점입니다.

🎙️ 제 경험을 하나 말씀드릴게요. 저도 이 문제를 오래 겪었습니다. 팀원한테든 AI한테든, 보고서를 받으면 매번 똑같은 걸 지적했어요. "출처 좀 명확히 써줘", "숫자 단위 통일해줘." 처음엔 그냥 제가 꼼꼼한 사람이라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제가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는 건, 문제가 받는 사람이 아니라 제가 준 업무 요청서 자체에 있다는 신호였던 겁니다. "출처 명시"라는 규칙을 요청서에 아예 못 박아버렸더니, 그다음부터는 그 지적을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사람한테도 통하는 원리가, AI한테는 더 잘 통합니다. 여러분도 최근 일주일 사이에 AI한테 똑같은 말을 두 번 이상 반복하신 적이 있는지 한번 떠올려 보세요. 있다면, 그게 바로 오늘 우리가 손봐야 할 지시서입니다.

[본학습] [Case 3] 카파시의 "LLM 위키": 결과물이 스스로 자라난다

카파시 이야기를 하나 더 하겠습니다. 이번엔 2026년 4월 3일입니다. 이 사람이 원자료를 폴더에 던져놓고 AI한테 맡기면, AI가 알아서 위키 사이트를 만들고, 새 자료가 들어올 때마다 계속 갱신하는 시스템을 공개했습니다. 글을 쓰고, 관련 글끼리 서로 링크를 걸고, 분류까지 스스로 합니다. 그렇게 몇 달 지나니까 한 주제 리서치 위키가 글 100개, 단어 40만 개짜리로 자라 있었다고 합니다.

다음 날엔 이 구조를 통째로 공개했습니다. "아이디어 파일"이라고 부르는데, 이걸 복사해서 아무나 자기 에이전트한테 붙여넣으면 똑같이 따라 만들 수 있게요. 이게 왜 중요할까요. 결과물이 사람이 매번 다 챙기지 않아도 스스로 정교해진다는 겁니다. 오늘 배우는 대루프랑 정확히 같은 정신입니다.

[본학습] [Case 4] 카파시의 "Agentic Engineering": 그래도 사람이 명세와 판단은 쥔다

그런데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되는 게 하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사람은 손 놓고 있어도 되나?" 절대 아닙니다. 카파시가 한 달도 안 지나서, 2026년 4월 30일에 세쿼이아라는 유명 벤처캐피털 행사에서 자기 생각을 한 단계 더 정리합니다. "Agentic Engineering"이라는 개념입니다.

이 사람이 자기 블로그에 쓴 말을 그대로 옮기면요. "에이전트와 함께 자세한 명세를 설계하고, 그 문서를 에이전트가 쓰게 한다. 당신은 감독을 책임진다." 그리고 이어서, "안목, 엔지니어링, 설계, 그리고 이 시스템이 말이 되는지를 당신이 책임진다"고 했습니다.

정리하면, AI한테 일은 시키되, 지시서를 설계하고, 감독하고, 마지막 안목으로 판단하는 건 사람 몫이라는 겁니다. 방금 우리가 배운 소루프, 대루프랑 완전히 같은 그림이죠. 자동으로 돌아가는 건 산출물 재시도까지고, 지시서를 고치는 마지막 도장은 언제나 사람이 찍습니다.

[현장 노트] 이 서버 안에서 이미 한 번 시도됐던 이야기

마지막 실화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 먼 나라 얘기가 아닙니다. 2026년 4월, 이 회사 서버 안에서 정확히 오늘 배운 구조를 실제로 구현해서 돌려본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요청을 구조화된 실행 명세로 바꾸고, 검증 결과를 그 명세에 되먹이는 파이프라인이었는데요, 366번이나 실제로 돌렸습니다. 그런데 4월 23일에 멈췄습니다. 왜 멈췄을까요. 스스로 "선언한 기능 중 일부는 아직 구현이 안 됐다"고 정직하게 밝혀둔 상태였습니다.

완벽하게 성공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이게 더 값지다고 봅니다. 아이디어가 그냥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 손에 쥐고 부딪혀봤다는 증거니까요. 오늘 배운 개념이 먼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도 이미 한 번 시도됐던 겁니다.

[정리 프레임] 왜 "하네스"라고 부르는가 — 다섯 조각

여기서 이번 강의 이름을 한 번 짚고 넘어갈게요. 왜 6강부터 계속 "하네스"라는 말을 썼을까요.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이런 말을 씁니다. "에이전트는 모델과 하네스의 합이다." 말이 아무리 힘이 세도, 몸에 마구를 채우지 않으면 마차를 못 끌죠. AI도 똑같습니다. 아무리 똑똑한 모델도, 그걸 통제하는 장치 없이는 복잡한 일을 끝까지 못 해냅니다.

개발자들은 이 장치를 다섯 조각으로 나눠서 코드로 짭니다. 무엇을 하라는 지침, 손발이 되는 도구, 돌아가는 환경, 지금까지 뭘 했는지 남기는 상태, 그리고 잘했는지 확인하는 검증. 이 중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건 딱 세 조각이에요. 지침은 7강의 체크리스트와 본보기로, 검증은 6강의 검증 3박자와 7강의 네 기둥으로, 상태는 오늘 8강의 닫힌 루프로 이미 손으로 만들어 보셨습니다.

나머지 두 조각, 도구와 환경은 일부러 안 다뤘습니다. 그건 터미널이나 샌드박스처럼 코드를 직접 다루는 사람의 몫이거든요. 이 강의는 코드를 한 줄도 안 쓰고, 대화만으로 통제할 수 있는 조각에만 집중한 겁니다. 그래서 "하네스"라는 이름이 그냥 멋져 보이려고 갖다 붙인 말이 아니라, 실제로 다섯 조각 중 세 조각을 여러분 손으로 직접 만들어 왔다는 뜻입니다.

[비교표] 6·7강 vs 8강

표로 정리하겠습니다. 6·7강에서는 검증의 결과가 우리 머릿속에만 남았습니다. 8강에서는 그 결과가 지시서 자체의 버전으로 쌓입니다. 그래서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다음번엔 지시서가 먼저 "이거 고쳐야 할 것 같은데요" 하고 제안을 해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바뀝니다. 매번 똑같은 걸 검증하는 대신, 지시서를 고칠지 말지 최종 판단만 하면 되는 겁니다.

[실습] ✋ 직접 해보기

이제 직접 만져볼 시간입니다. 실습 사이트에 하네스 루프 미니 시뮬레이터를 준비해 뒀습니다. 짧은 지시서 하나로 AI를 실행시켜 보고, 결과가 통과인지 실패인지, 실패라면 산출물 문제인지 지시서 문제인지 화면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지시서 문제로 나오면, 제안된 개정안을 보고 여러분이 직접 승인 버튼을 눌러보시면 됩니다. 이게 바로 오늘 배운 대루프를 손으로 느껴보는 겁니다.

09

9강. 넣어도 되는 것 vs 넣으면 큰일 나는 것

제9강. 넣어도 되는 것 vs 넣으면 큰일 나는 것

자, 여러분. 오늘은 제가 좀 표정 관리를 하면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번 9강은요, 지금까지 배운 것 중에 제일 무거운 이야기거든요. 그런데 동시에,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꼭 들려드리고 싶었던 시간이기도 해요.

잠깐 제 얘기를 하나 하고 갈게요. 저는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서 개인채권, 그러니까 개인신용정보를 다루는 관리 시스템을 직접 개발하고 운영한 적이 있어요. 그때 개인정보라는 게 얼마나 무거운 책임인지 몸으로 배웠습니다. 오늘 드릴 이야기는 그래서 막연한 걱정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데이터를 다뤄본 사람의 감각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지난 시간까지 우리가 뭘 했죠? AI한테 일을 잘 시키는 법, 거짓말 걸러내는 법, 좋은 답을 가려내는 법, 그리고 바로 지난 8강에서는 검증하다 걸린 실수를 지시서에 되먹여 두 번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법(하네스 루프)까지 쭉 배워왔어요. 한마디로 "AI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부려 먹을까"였죠. 그런데 오늘은 방향이 좀 달라요. 오늘은 "AI한테 뭘 주면 안 되는가", "어디까지가 선인가" 하는 이야기예요. 말하자면 액셀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배우는 시간이에요.

오늘 끝나고 나면요, 여러분은 AI 앞에서 뭔가를 입력하기 직전에 "어, 이거 넣어도 되나?" 하고 한 번 멈칫하실 수 있게 될 거예요. 저는 이 멈칫하는 능력이, 오늘 강의 전체보다 더 값지다고 생각해요. 그럼 시작해 볼게요.

사전학습 (생각해보기!)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같이 생각해 봅시다. 운전 학원 가면요, 처음에 액셀부터 안 가르치잖아요. 브레이크부터 가르치죠. 왜냐? 못 가서 사고 나는 사람보다, 못 멈춰서 사고 나는 사람이 훨씬 많거든요.

AI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지금까지 "어떻게 더 잘 시킬까"만 배웠는데, 사실 더 무서운 건 따로 있어요. 한 번의 잘못된 입력이 회사를, 고객을, 나 자신을 곤란하게 만드는 거예요. 오늘은 그 브레이크를 배웁니다.

학습내용 및 목표

오늘 갈 길을 먼저 보여드릴게요. 먼저 AI가 왜 위험한 것도 아무렇지 않게 받는지 그 정체를 봅니다. 그다음 절대 넣으면 안 되는 정보를 딱 세 덩어리로 묶어드리고요. 그러고 나서 "그럼 회사 일은 아예 못 시키냐", 아니에요, 안전하게 쓰는 요령을 알려드려요. 마지막으로 편향·저작권·책임 같은 좀 애매한 회색지대까지 짚을게요.

오늘의 진짜 목표는 겁주기가 아니에요. 입력 직전에 한 번 멈칫하는 습관, 그 안전벨트 하나 챙겨 가시는 게 목표입니다.

[본학습] AI는 위험한 것도 아무렇지 않게 덥석 받는다

먼저 오늘도 우리가 늘 해온 질문부터 던져보겠습니다. "AI는 왜 이런 애일까?" 오늘의 출발점도 똑같습니다. AI는 다음에 올 단어를 확률로 맞히는 기계라고 배웠죠. 뜻을 헤아리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럴듯한 말을 빠르게 이어 붙이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한 사실이 하나 따라 나옵니다. AI한테는 '이건 위험한데' 하는 양심의 가책이 없습니다. 죄책감도 없고, 부담감도 없고, "이거 받아도 되나?" 하는 머뭇거림이 없어요.

생각해 보세요. 회사에 신입사원이 들어왔는데, 이 친구가 일은 엄청 빠르고 시키는 건 다 해요. 그런데 분별력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이 고객 주민번호 좀 정리해 줘" 하면, 어떤 표정 변화도 없이 그냥 "네!" 하고 받습니다. "이 경쟁사 깎아내리는 글 좀 써줘" 해도 "네, 알겠습니다!" 하고 술술 써 옵니다. 이 친구는 그게 위험한 일인지, 해도 되는 일인지를 스스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아니, 못 합니다.

그러니까 AI는 위험한 정보를 줘도 덥석 받고, 민감한 자료를 줘도 덥석 받고, 이상한 부탁을 해도 일단 받아 보려고 합니다. 받는 것 자체에 브레이크가 없어요. 요즘 AI들이 좀 똑똑해져서 명백하게 나쁜 요청은 거절하기도 하는데요, 그건 회사들이 일부러 막아놓은 울타리지, AI가 스스로 양심이 생겨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그 울타리도 생각보다 허술하고, 무엇보다 우리가 무심코 넣는 '회사 자료' 같은 건 AI가 위험한 줄도 모르고 그냥 받습니다.

자, 그러면 결론이 나옵니다. AI한테 양심이 없으니까, 그 선을 우리가 그어줘야 합니다. 받는 쪽이 안 멈추면, 주는 쪽인 우리가 멈춰야 하는 거예요. 이게 오늘의 핵심 한 문장입니다.

[본학습] 첫 번째 안전장치: 말로 브레이크를 달아주기

그래서 우리가 쓸 수 있는 첫 번째 안전장치가 뭐냐면요, '미리 선을 그어주는 문장'이에요. 무슨 말이냐면, 일을 시키기 전에 AI한테 울타리를 쳐주는 거예요.

"내가 준 자료 안에 있는 내용으로만 답해줘. 없는 건 지어내지 말고 '자료에 없다'고 말해줘." 이게 지난 시간에 배운 거죠? 근거만 쓰게 하는 거. 이게 거짓말 막는 안전장치이기도 하지만, 사실 안전 측면에서도 중요해요. AI가 제멋대로 인터넷 어디선가 긁어온 부정확한 정보를 섞지 않게 막아주는 거니까요.

또 이런 문장도 있어요. "확실하지 않으면 단정하지 말고, 확인이 필요하다고 알려줘." "법이나 의료, 돈에 관한 건 일반적인 설명만 하고,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고 덧붙여줘." 이렇게 미리 울타리를 쳐두면요, AI가 위험한 영역으로 막 달려가다가도 그 선 앞에서 한 번 멈춰요.

정리하면요, AI는 브레이크가 없는 애예요. 그러니 우리가 말로 브레이크를 달아준다. 이게 첫 번째예요.

[본학습] 두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원리: "넣은 건 내 손을 떠난다"

자, 이제 제일 중요한 두 번째예요. 오늘 딱 하나만 가져가신다면 이걸 가져가셨으면 좋겠어요. 바로 "AI한테 넣은 건, 내 손을 떠난다"는 거예요.

많은 분들이 이걸 착각하세요. AI 채팅창이 꼭 나랑 둘이서만 비밀 이야기 나누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화면도 조용하고, 나 혼자 키보드 치고 있고. 그래서 마치 내 일기장에 적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여러분이 AI 채팅창에 입력하는 그 글자들은요, 인터넷 건너편에 있는 어떤 회사의 컴퓨터로 전송이 됩니다. 내 책상이 아니라 남의 회사 서버로 가는 거예요.

이걸 직장인 비유로 풀어볼게요. AI한테 회사 자료를 넣는다는 건요, 마치 처음 보는 외부 업체 직원한테 우리 회사 서류를 통째로 복사해서 건네주는 것과 비슷해요. 그 사람이 그걸 어떻게 보관하는지, 누구한테 보여주는지, 나중에 뭘 배우는 데 쓰는지, 우리는 잘 몰라요. 그냥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하고 넘기는 거죠.

한번 건네준 서류는 내가 "아, 돌려주세요" 한다고 깨끗하게 회수가 안 돼요. 이미 복사가 됐을 수도 있고, 어딘가 저장이 됐을 수도 있죠. 이 그림을 머리에 딱 넣어두세요.

[본학습] 절대 넣으면 안 되는 정보 ① 개인정보

그럼 구체적으로 뭘 조심해야 하느냐. 제가 딱 세 덩어리로 묶어드릴게요.

첫째, 개인정보예요.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예요.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주소, 계좌번호, 카드번호, 건강 정보, 이런 거요.

특히 고객 명단이나 직원 명부 같은 거, 무심코 "이 표 좀 정리해 줘" 하고 통째로 넣기 쉬운데요, 이거 정말 위험합니다. 이건 단순히 회사가 손해 보는 차원이 아니라, 법을 어기는 일이 될 수 있어요.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게 있어서, 남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외부에 넘기면 회사도 나도 책임을 지게 됩니다.

[본학습] 절대 넣으면 안 되는 정보 ② 회사 기밀, ③ 남의 자료

둘째, 회사 기밀. 아직 발표 안 한 신제품 정보, 계약서 내용, 매출이나 원가 같은 내부 숫자, 영업 비밀, 소스가 되는 핵심 자료. 이런 건 회사의 경쟁력 그 자체잖아요. 이걸 외부 AI에 넣는다는 건, 회사 금고 비밀번호를 모르는 사람한테 알려주는 거랑 비슷해요.

실제로요, 해외 어느 큰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AI한테 내부 소스랑 회의 내용을 넣었다가 그게 외부로 새는 바람에, 회사가 아예 사내에서 AI 사용을 한동안 금지시킨 일도 있었어요. 한 사람의 무심함이 회사 전체를 멈춰 세운 거죠.

셋째, 남의 정보와 자료. 거래처가 비밀로 해달라고 준 자료, 다른 사람이 만든 보고서, 이런 것도 내 마음대로 AI한테 넘기면 안 돼요. 그건 내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이니까요.

[본학습] 무심함이 만든 사고들

이런 사고들, 무서운 게 뭐냐면요, 다 나쁜 마음에서 시작된 게 아니에요. "이거 AI한테 넣으면 5분이면 끝나겠는데?" 하는 그 무심함에서 시작돼요.

고객 표 하나 정리하려다 수천 명 개인정보를 외부로 흘리고, 소스 요약 좀 시키려다 회사 영업비밀이 새고, 거래처가 믿고 준 자료를 넣었다가 신뢰를 깨버리고요. 본인은 그냥 일 빨리 끝내려던 것뿐인데 결과는 어마어마하죠.

그래서 우리한테 필요한 건 의도가 아니라 '습관'이에요. 멈칫하는 습관.

[본학습] 안전하게 쓰는 법 ① 가려서 넣기 (가명처리)

자, 그럼 "회사 일은 아예 시키지 말라는 거예요?" 하실 텐데요. 아니에요. 방법이 있어요. 제가 평소에 쓰는 요령을 알려드릴게요.

가장 쉬운 건 '가려서 넣기'예요. 자료를 넣기 전에, 사람 이름은 'A씨', 'B부장'으로 바꾸고, 회사 이름은 '우리 회사', '거래처'로 바꾸고, 진짜 숫자는 비슷한 가짜 숫자로 바꿔요. 그러니까 AI가 일은 도와줄 수 있되, 누구 일인지는 모르게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고객 김철수님이 3월 5일에 500만 원 미납"이라고 넣을 게 아니라, "고객 A가 특정일에 일정 금액 미납"이라고 바꿔서 "이런 상황에 보낼 정중한 안내문 써줘" 하면, 내가 원하는 도움은 똑같이 받으면서 위험한 정보는 하나도 안 넘어가요.

[본학습] 안전하게 쓰는 법 ② 내부용 도구 구분 + 판단 기준 한 문장

또 하나, 회사에 공식적으로 허락된 AI 도구가 있는지 꼭 확인하세요. 요즘 회사들이 보안이 강화된 전용 AI를 따로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건 내부 자료를 넣어도 외부로 안 새게 계약이 돼 있어요.

회사 규정이 있으면 그걸 따르는 게 제일 안전합니다. 규정이 곧 여러분을 지켜주는 방패예요.

그리고 한 문장으로 정리할게요. AI한테 넣기 전에, "이게 신문에 실려도 괜찮은 내용인가?" 하고 한 번 자문해 보세요. 괜찮으면 넣고, 조금이라도 찜찜하면 가리거나 멈추세요. 이 질문 하나가 여러분을 정말 많이 지켜줄 거예요.

[본학습] 회색지대 ① 편향, ② 저작권

자, 이제 좀 더 미묘한 이야기로 갈게요. 앞에서는 "이건 넣지 마세요" 하는 명확한 선이었다면, 이번엔 "이건 좀 애매한데, 그래도 알아둬야 하는" 회색지대 이야기예요. 세 가지만 짚을게요.

첫째, 편향. AI는 인터넷에 있는 어마어마한 글을 보고 배웠다고 했죠. 그런데 그 인터넷이라는 게, 세상을 공평하게 담고 있질 않아요. 어떤 입장은 글이 엄청 많고, 어떤 입장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AI는 자기도 모르게 다수의 목소리, 흔한 생각으로 기울어요. 특정 직업이나 성별, 나라에 대해 은근히 치우친 말을 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해야겠어요? AI 답을 '세상의 정답'으로 받아들이면 안 돼요. 특히 사람을 평가하거나, 채용을 정하거나, 누구를 판단하는 일에 AI를 쓸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해요. AI가 "이런 사람은 이렇다" 하고 단정 지어 말해도, 그건 그냥 인터넷에 흔하던 편견을 따라 말한 걸 수도 있거든요. 중요한 판단은 결국 사람이 한다. AI는 참고만 하는 거예요.

둘째, 저작권. 이건 두 방향이 다 있어요. 들어가는 쪽이랑 나오는 쪽이요. 들어가는 쪽은, 남이 쓴 책이나 기사 전문을 막 넣어서 쓰는 거. 이건 상황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어요. 나오는 쪽은 더 헷갈리는데요, AI가 만들어 준 글이나 그림이요, 이게 완전히 새것 같지만 사실 어디서 본 걸 비슷하게 흉내 낸 걸 수도 있어요. 그래서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가져다 회사 공식 자료나 외부에 내보낼 때는, "혹시 누가 봐도 어디서 베낀 티가 나진 않나" 한 번 점검하시는 게 좋아요. 특히 그림이나 로고 같은 건 더 조심하시고요.

[본학습] 회색지대 ③ 책임은 결국 내 몫

셋째, 이게 제일 중요한데, 책임. 자, 여러분 AI가 틀린 답을 줬어요. 그걸 그대로 보고서에 넣어서 윗선에 올렸어요. 사고가 났어요. 그럼 누가 책임질까요? AI가 책임질까요? 아니에요. 그 결과물에 내 이름을 달고 내보낸 순간, 책임은 100% 나한테 있어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요, AI는 도구예요. 계산기랑 똑같아요. 계산기가 틀린 답을 냈다고 우리가 계산기 탓을 하진 않잖아요. 검산 안 한 내 탓이지. AI도 마찬가지예요. AI를 썼다는 게 면죄부가 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AI한테 일을 시키되, 마지막에 그 결과물을 책임지는 건 나라는 마음으로 일해야 해요. AI가 써준 글이라도 내가 읽고, 확인하고, 고치고, 그러고 나서 "이건 내가 책임진다" 할 수 있을 때 내보내는 거죠.

좀 무겁게 들리셨을 수도 있는데요, 저는 이게 오히려 마음 편한 길이라고 생각해요. AI한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고 착각하면 오히려 방심하게 돼요. 처음부터 "어차피 내 책임이야" 하고 일하면, 자연스럽게 한 번 더 보고, 한 번 더 챙기게 되거든요. 그게 결국 나를 지켜줘요.

[현장 노트] 손가락이 멈칫했던 그날

제 부끄러운 이야기 하나 해드릴게요. 사실 이 강의 전체에서 제일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야기예요. 제가 AI를 한창 재미 들려서 쓸 때였어요. 그날 제가 뭘 하고 있었냐면요, 고객사 한 곳에 보낼 제안서를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자료가 좀 많고 복잡한 거예요. 고객사 담당자들 이름, 연락처, 그 회사 내부 사정, 우리가 제시할 가격, 이런 게 엑셀에 쫙 정리돼 있었어요. 제가 그걸 보면서 생각했죠. "아, 이거 AI한테 통째로 넣고 '이 내용으로 제안서 초안 써줘' 하면 5분이면 끝나겠는데?"

그래서 그 엑셀을 통째로 복사했어요. 그리고 AI 채팅창에 딱 붙여넣기를 하고, 마우스 커서가 그 '보내기' 버튼 위에 올라갔어요. 손가락이 막 누르려는 그 순간이요.

갑자기 손가락이 안 눌러지더라고요. 진짜로요. 뭔가 등골이 서늘한 거예요. 머릿속에서 누가 "야, 그거 고객 연락처잖아. 그거 남의 회사 가격 정보잖아. 그거 너 마음대로 외부에 넘겨도 되는 거 맞아?" 하고 묻는 것 같았어요. 화면에 이미 붙여넣어진 그 글자들을 보는데, 갑자기 그게 무섭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요, 누르려던 손을 떼고, 붙여넣은 걸 싹 다 지웠어요. 그리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아... 나 방금 큰일 날 뻔했다." 만약에 그날 제가 그냥 눌렀으면요, 그 고객사 정보가 통째로 외부 서버로 넘어가는 거였어요. 들키고 안 들키고를 떠나서, 그건 제가 고객사랑 한 약속을 깨는 일이었어요. 신뢰를 배신하는 일이었죠.

그날 이후로 제 습관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지금은요, AI 채팅창에 뭘 넣기 전에 무조건 한 번 멈춰요. 그리고 스스로한테 물어봐요. "이거, 신문 1면에 실려도 나 괜찮아?" 괜찮으면 넣고, 조금이라도 찜찜하면 이름이랑 숫자를 다 가려서 넣어요. 그 멈칫하는 1초가요, 제 직장 생활을 지켜주는 안전벨트 같은 거예요. 여러분은 그런 아찔한 순간 안 겪으셨으면 좋겠어요.

[비교표] 위험한 입력 vs 안전한 입력

이 표가 오늘의 핵심 실습이에요. 왼쪽이 위험한 입력, 오른쪽이 안전한 입력인데 잘 보세요. 받는 결과물은 똑같아요. 안내문도 받고, 분류도 받고, 보도자료도 받아요. 그런데 오른쪽은 위험한 정보만 쏙 빠져 있죠.

첫 줄 보세요. "김철수님이 3월 5일 500만 원 미납" 대신 "고객 A가 특정일에 일정 금액 미납"이라고 해도 정중한 안내문은 똑같이 나와요. 이름과 날짜와 금액이 AI한테 갈 이유가 없는 거예요. 이 감각을 몸에 익히시는 게 오늘 제일 중요합니다.

[실습] ✋ 직접 해보기: 위험 정보를 '안전 입력'으로 바꾸기

자, 눈으로만 보던 걸 직접 손으로 해볼 시간이에요. 어렵지 않아요. 먼저 일부러 '위험한 문장'을 하나 만들어 보세요. 고객 이름, 연락처, 계약 금액, 주민번호나 사번까지 다 때려 넣은 문장이요. "김OO 고객, 010-XXXX, 500만원 미납" 이런 식으로요. 일부러 더럽게(?) 만들어 보는 거예요.

그다음이 진짜예요. 이걸 AI에 넣기 전에 '세탁'을 합니다. 실명은 A고객으로 바꾸고, 500만원은 '수백만원대'로 뭉개고, 연락처랑 주민번호는 아예 지워버려요. 아니면 "고객 A가 일정 금액을 미납한 상황"처럼 핵심만 요약본으로 줄여도 돼요. 그리고 이 '안전본'으로만 일을 시켜보세요. "정중한 안내문 써줘" 해보면, 결과물은 위험본 넣었을 때랑 똑같이 나와요.

마지막으로 위험본이랑 안전본을 위아래로 나란히 놓고 보세요. 내가 뭘 지웠고 뭘 남겼는지. 그러고 스스로 물어보세요. "안전본만 봐도 AI가 일을 해주네?" 네, 해줘요. 이름과 숫자는 AI한테 갈 이유가 없었던 거예요. 이 감각, 오늘 꼭 손에 익혀 가세요.

정리하기

오늘 배운 걸 정리할게요. 첫째, AI는 위험한 것도 양심 없이 덥석 받아요. 받는 쪽에 브레이크가 없으니 주는 우리가 선을 그어줘야 합니다. 둘째, AI한테 넣은 건 내 손을 떠나요. 개인정보, 회사 기밀, 남의 자료는 함부로 넣지 마세요. 꼭 써야 하면 이름과 숫자를 가려서, 회사에 허락된 도구로요. 판단 기준은 "이거, 신문에 실려도 괜찮은가?" 한 문장이에요.

그리고 편향은 그대로 믿지 말고, 저작권은 내보내기 전에 점검하고, 책임은 결국 내 몫이라는 것. 오늘 핵심을 딱 한마디로 줄이면 "넣기 전에 한 번 멈칫하자"예요. 잘 쓰는 사람보다 안전하게 쓰는 사람이 진짜 고수입니다.

10

10강. 흐름으로 일하고, 나만의 AI 비서 만들기 — [워크플로우]

제10강. 흐름으로 일하고, 나만의 AI 비서 만들기

반갑습니다. 벌써 열 번째 시간입니다. 여기까지 따라오셨다는 건, 이제 AI한테 말 거는 게 제법 손에 익으셨다는 뜻이에요. 단어 하나하나 골라서 쓰고, 역할을 정해주고, 예시를 보여주고, 단계를 나눠서 시키는 것까지 — 이제 여러분은 AI랑 '대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겁니다.

그런데 오늘은 한 단계 더 올라가 봅니다. 지금까지가 '말 한 번 잘 거는 법'이었다면, 오늘은 '일을 통째로 맡기는 법'입니다. 신입사원한테 "이 문장 좀 다듬어줘" 시키는 것과, "이 보고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네가 한번 만들어봐" 시키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잖아요. 후자는 한 마디로 안 끝납니다. 여러 번 주고받고, 중간에 고치고, 또 고쳐야 하죠.

오늘 배울 게 정확히 그겁니다. 큰일을 AI한테 어떻게 맡기느냐, 그리고 매주 반복되는 그 지긋지긋한 일을 어떻게 'AI한테 한 번 가르쳐 놓고 두고두고 부려먹느냐' — 이 두 가지입니다. 여기서부터 오늘의 핵심 질문이 출발합니다. AI는 왜 복잡한 일을 한 번에 못 끝낼까요?

사전학습 (생각해보기!)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같이 생각해 봅시다. AI한테 짧은 일은 다들 곧잘 시키실 겁니다. 그런데 "기획서를 통째로 써줘" 같은 큰일을 한 방에 던지면, 처음엔 그럴듯하다가 뒤로 갈수록 슬슬 엉뚱해지는 걸 경험해 보셨을 거예요. 왜 그럴까요?

또 하나 있습니다. 일을 시킬 때마다 "너는 우리 회사 마케팅 담당이고, 말투는 이렇고…" 하는 설명을 새 대화창을 열 때마다 매번 처음부터 다시 쓰고 계시진 않나요? 이거, 은근히 지치는 일입니다.

오늘은 이 두 가지 답답함을 한꺼번에 풀어드릴 겁니다. 혹시 AI를 '매번 새로 시키는' 게 아니라 '한 번 가르쳐 두고 부려먹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오늘 강의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학습내용 및 목표

오늘 갈 길을 먼저 보여드릴게요. 크게 두 덩어리입니다. 앞부분은 '흐름으로 일하기' — 큰일을 어떻게 돌리고 쪼개서 맡기느냐를 다룹니다. 뒷부분은 '나만의 비서 만들기' — 매번 반복하던 설명을 어떻게 한 번 저장해서 두고두고 부려먹느냐를 다룹니다.

오늘의 목표는 코딩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지금 쓰고 있는 그 AI 도구에서, 당장 내일 업무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 그게 목표입니다. 강의가 끝나면 반복 업무와 대형 업무를 '한 번에'가 아니라 '흐름'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하고, 재사용 가능한 프롬프트 템플릿과 나만의 비서를 만들어 일관성과 속도를 함께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즉흥으로 시킬 때와 흐름화했을 때가 결과물에서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오늘의 목표입니다.

[본학습] AI는 복잡한 일을 한 번에 못 끝낸다

여러분, 우리가 1강에서 뭐라고 했죠? AI는 다음에 올 단어를 확률로 맞히는 기계다, 그랬습니다. 이 친구는 앞에서부터 쭉, 한 단어 한 단어 "다음엔 이게 올 확률이 높겠네" 하면서 글을 뱉어냅니다. 미리 전체 설계도를 그려놓고 쓰는 게 아니에요. 그냥 앞 단어를 보고 다음 단어, 또 그걸 보고 그다음 단어. 이렇게 앞으로만 달려나가는 겁니다.

그래서 무슨 문제가 생기냐면요, 복잡하고 긴 일을 한 방에 시키면 이 친구가 중간에 길을 잃습니다. 처음엔 좋았는데 뒤로 갈수록 슬슬 엉뚱한 데로 새고, 앞에서 한 약속을 까먹고, 디테일이 뭉개져요.

우리 인간도 그렇잖아요. "기획서 한 장에 시장분석, 경쟁사 분석, 우리 전략, 예산, 일정까지 지금 당장 한 번에 다 써!" 이러면 못 합니다. 머리가 안 따라가요. AI도 똑같습니다. 아니, 어떤 면에선 더 심합니다.

[본학습] 비유: 신입사원에게 "딱 한 번 써와"?

제가 자주 드는 비유가 있습니다. AI한테 복잡한 일을 한 번에 시키는 건, 신입사원을 회의실에 딱 앉혀놓고 "자, 지금부터 30분 줄 테니까 완벽한 사업계획서 한 번에 써와. 중간에 나한테 물어보지도 말고, 고칠 기회도 없어. 딱 한 번 써서 그게 끝이야" 이렇게 시키는 것과 똑같습니다. 어떻게 될까요? 망하죠. 당연히 망합니다.

그럼 우리는 신입사원한테 실제로 어떻게 일을 시키나요? 먼저 "일단 초안 한번 만들어와 봐." 그러면 신입이 초안을 가져옵니다. 그걸 보고 "음, 여기 이 부분은 근거가 약하네. 경쟁사 얘기가 빠졌고. 결론이 두루뭉술해" 이렇게 빨간펜을 들고 코멘트를 달아주죠. 그러면 신입이 "아 넵!" 하고 그 코멘트를 반영해서 다시 고쳐옵니다. 그럼 또 보고, 또 고치고. 이렇게 몇 바퀴 돌면 어느새 꽤 괜찮은 결과물이 나와 있습니다.

보셨죠? 이게 핵심입니다. 초안 만들고 → 비평하고 → 고치고. 이걸 우리는 한 번에 안 합니다. 빙글빙글 돌립니다. 이걸 어려운 말로 '흐름' 또는 '워크플로우'라고 부르는데, 어려운 말은 잊어버리셔도 됩니다. 그냥 "한 방에 끝내려고 하지 말고, 돌려가면서 일해라" 이 한 문장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본학습] 흐름① 초안·비평·수정, 세 바퀴를 돌려라

그럼 AI한테 이걸 어떻게 적용하는지 실제로 해볼게요. 여러분이 신제품 출시 보도자료를 써야 한다고 쳐요. 첫 번째 바퀴, 초안입니다. 그냥 시킵니다. "우리 신제품 A에 대한 보도자료 초안을 써줘. 주요 특징은 이거, 이거, 이거." 그러면 AI가 그럴듯한 초안을 뱉어냅니다. 여기서 보통 사람들은 이 초안을 받고 "음, 좀 별론데?" 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새 질문을 던지는데, 그게 함정입니다.

두 번째 바퀴, 비평입니다. 여기가 제일 중요합니다. 초안을 받은 다음, 같은 대화창에서 AI한테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방금 네가 쓴 그 보도자료를 이번엔 까칠한 기자 입장에서 한번 비평해줘. 어디가 약하고, 어디가 뻔하고, 어떤 정보가 빠졌는지 냉정하게 지적해줘." AI한테 자기가 쓴 글을 자기더러 까라고 시키는 셈인데, 이게 진짜 잘 먹힙니다. AI는 글 쓰는 것도 잘하지만, 남이 쓴 글을 평가하는 것도 의외로 잘하거든요. 그러면 "도입부가 너무 광고 같습니다, 구체적인 수치가 없습니다, 고객에게 주는 실질적 혜택이 안 보입니다" 같은 날카로운 코멘트가 쭉 나옵니다.

세 번째 바퀴, 수정입니다. 이제 간단합니다. "좋아, 방금 네가 지적한 그 문제점들을 전부 반영해서 보도자료를 다시 써줘." 그러면 처음 초안과는 비교가 안 되게 좋아진 두 번째 버전이 나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이 비평-수정 바퀴를 두세 번 더 돌릴 수도 있습니다. "한 번 더 비평해줘", "또 고쳐줘" 이렇게요. 보통 두세 바퀴 돌리면 더 이상 크게 좋아지지 않는 지점이 옵니다. 그럼 거기서 멈추시면 됩니다.

[본학습] 왜 '비평' 단계가 마법인가

왜 비평 단계가 마법 같을까요. AI한테 "까칠한 기자가 돼서 비평해" 하고 역할을 딱 줘버리면, 앞서 본 것처럼 날카로운 코멘트가 쭉 쏟아집니다. 원래 이건 우리가 빨간펜을 들고 직접 해야 할 일이잖아요. 그 수고를 AI가 대신 해주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뭘 하면 될까요. 그 코멘트를 보고 확인만 하면 됩니다. AI가 지적한 게 타당한지, 우리 상황에 맞는지만 판단하면 되는 거죠. 빨간펜 드는 노동은 사라지고, 판단하는 일만 남습니다.

정리하면요, AI가 첫 끗발에 완벽한 걸 못 주는 건 당연한 겁니다. 그게 이 기계의 한계예요. 그러니까 우리는 그 한계를 인정하고, '한 번에'가 아니라 '돌려가면서' 일을 시키는 겁니다. 초안, 비평, 수정. 이 세 바퀴, 꼭 기억해 두세요.

[본학습] 흐름② 큰일을 작은 단계로 쪼개기

방금 건 같은 결과물을 빙글빙글 돌려서 다듬는 거였죠. 이번엔 좀 다른 얘기입니다. 아예 일 자체를 여러 토막으로 쪼개서, 한 토막씩 끝낸 다음 그걸 이어 붙이는 방식입니다.

왜 이게 필요할까요. 앞서 말씀드렸듯 AI는 한 번에 긴 일을 시키면 뒤로 갈수록 길을 잃습니다. 그럼 답은 간단합니다. 길을 안 잃을 만큼 짧게 끊어서 시키면 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여러분이 '다음 달 팀 워크숍 기획'을 통째로 맡았다고 쳐요. 이걸 AI한테 "워크숍 기획안 만들어줘" 한 방에 던지면, 두루뭉술한 것 하나가 나옵니다. 별로 쓸모가 없어요. 그러지 말고 토막을 냅니다.

[본학습] 단계 이어 붙이기 실전 (워크숍 기획)

1단계, "워크숍의 목표와 핵심 주제 후보 다섯 개만 뽑아줘." 이렇게 시켜서 결과를 받고, 그중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고릅니다. 2단계, "좋아, 그중에 팀 소통 강화로 가자. 이 주제로 하루짜리 일정표를 시간대별로 짜줘." 1단계 결과를 받아서 2단계 재료로 넣는 겁니다.

3단계, "이 일정표에서 오후에 할 팀 활동, 구체적인 게임 세 개를 진행 방법까지 자세히 짜줘." 4단계, "자, 이제 이 전체 내용을 가지고 팀원들한테 보낼 안내 메일을 써줘."

보이시나요? 큰 덩어리 하나를 네 토막으로 쪼갰습니다. 그리고 앞 토막에서 나온 결과를 다음 토막의 재료로 넣어가면서,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쭉 이어 붙인 겁니다.

이렇게 하면 각 단계마다 AI가 집중을 딱 하니까 결과 품질이 확 올라갑니다. 그리고 또 좋은 게, 중간에 마음에 안 드는 단계가 있으면 거기만 다시 시키면 됩니다. 전체를 다 엎을 필요가 없어요.

[본학습] 3강 '단계 나누기'와 뭐가 다른가

이게 3강에서 배운 '단계 나누기'랑 뭐가 다르냐고요? 좋은 질문입니다. 3강에서 배운 건 한 번의 질문 안에서 "차근차근 단계 밟아서 생각해" 하고 부탁하는 거였어요. AI가 알아서 순서를 밟아 나가도록 맡기는 방식이었죠.

지금 이건, 아예 여러분이 사회자가 돼서 단계마다 결과를 받아보고, 확인하고, 골라가면서 다음 단계로 넘기는 겁니다. 한마디로 운전대를 여러분이 더 꽉 쥐는 거예요.

큰일일수록, 중요한 일일수록 이렇게 토막 내서 직접 운전하시는 게 좋습니다. 자, 여기까지가 '흐름으로 일하기'입니다. 한 방에 끝내려 하지 말고, 돌리거나 쪼개라. 이제 오늘의 두 번째 큰 주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본학습] 매번 똑같이 설명하기 지겹다면

이제 오늘의 두 번째 큰 주제입니다. 혹시 이런 적 없으세요? AI한테 일을 시킬 때마다 매번 똑같은 설명을 앞에 줄줄이 붙이는 것 말입니다. "너는 우리 회사 마케팅 담당자야. 우리 회사는 30대 직장인 대상으로 건강식품을 팔아. 말투는 친근하지만 너무 가볍지는 않게. 항상 존댓말로. 이모지는 쓰지 마." 이런 거요. 새 대화를 열 때마다 이걸 또 쓰고, 또 쓰고, 또 씁니다. 안 그러면 AI가 또 자기 멋대로 굴거든요. 매번 처음 본 사람처럼 굴어요.

왜 이럴까요. 또 한계 얘기입니다. AI는 기본적으로 '기억상실증'이 있어요. 대화창 하나가 끝나면, 거기서 나눴던 얘기를 싹 잊어버립니다. 새 창을 열면 여러분이 누군지, 무슨 일을 하는지 하나도 몰라요. 백지상태입니다. 그래서 매번 자기소개를 다시 시켜야 하는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이거 완전 비효율이잖아요. 회사로 치면,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옆자리 동료한테 "안녕하세요, 저는 마케팅팀 김대리고요, 우리 회사는 건강식품을 팔고요…" 하고 자기소개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거예요. 미치죠. 그쵸?

[본학습] 해법: 한 번 적어 저장하는 '나만의 AI 비서'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오늘의 주인공, '나만의 AI 비서'를 만들어 저장해 두는 기능입니다. 도구마다 이름이 조금씩 달라요. 어디는 '맞춤 설정'이라고 하고, 어디는 '커스텀 지침'이라고 하고, 또 'GPTs'니 뭐니 하는데, 그 이름들은 다 잊어버리셔도 됩니다.

핵심은 딱 하나입니다. AI한테 매번 설명하던 내용을, 한 번 적어서 저장해 두는 것. 그럼 그다음부터는 AI가 그걸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자기소개를 안 시켜도 됩니다.

재사용의 효과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일관성 — 매번 같은 품질의 결과를 얻습니다. 다른 하나는 속도 — 설명을 생략할 수 있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본학습] 두 가지 방법: 기본 설정 vs. 전용 비서

이게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어렵지 않아요. 첫 번째는, 나에 대한 정보를 한 번 적어두는 기본 설정입니다. 보통 AI 도구 설정 메뉴에 들어가면 "당신에 대해 알려주세요" 같은 칸이 있어요. 거기다가 "나는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답변은 항상 한국어로, 핵심만 간단히, 존댓말로 해줘" 이런 걸 한 번 적어두는 겁니다. 그러면 그다음부터 모든 대화에서 AI가 이걸 기본으로 깔고 갑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기본 프로필'을 등록해두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두 번째가 진짜 강력한 겁니다. 특정 업무 전용 비서를 통째로 하나 만들어서 저장해두는 거예요. 흔히 'GPTs'라고 부르는 것인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름은 잊으셔도 됩니다. 쉽게 말하면, '특정 일만 전문으로 하는 나만의 AI 직원을 한 명 채용해서 책상에 앉혀두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여러분이 매주 월요일마다 주간보고서를 씁니다. 형식이 정해져 있고, 말투도 정해져 있고, 들어가야 할 항목도 정해져 있죠. 그럼 '주간보고서 작성 비서'를 하나 만드는 겁니다. 거기다가 한 번만 자세하게 적어놔요. "너는 우리 팀 주간보고서를 쓰는 전문 비서야. 보고서는 항상 이번 주 한 일 / 다음 주 할 일 / 이슈 사항 세 칸으로 나눠. 말투는 이렇게. 분량은 이 정도로." 이렇게 한 번 셋업을 해놓는 거죠.

그러면 그다음부터는요. 월요일 아침에 그 비서를 딱 열고, "이번 주 한 일은 A, B, C야" 이 한 줄만 던지면, 알아서 그 형식에 맞춰서 완성된 보고서를 뚝딱 만들어줍니다. 매번 형식 설명하고 말투 설명하고 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그 비서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요. 한 번 가르쳐 놓으면 두고두고, 몇 번이고 똑같이 일해주는 겁니다.

[본학습] 어떤 일을 비서로 만들까

그러니까 판단 기준은 간단합니다. "이거, 나 다음에도 또 똑같이 시키겠는데?" 싶은 일. 그게 바로 나만의 비서로 만들어둘 후보입니다.

한 번 하고 말 일은 그냥 대화로 하시면 되고, 반복되고 형식과 말투가 고정된 일은 비서로 저장합니다. 이 기준 하나만 가지고 가시면 됩니다.

셋업할 때 팁을 하나 드리자면, 4강에서 배웠던 것처럼 좋은 예시 하나가 백 마디 설명보다 낫습니다. 비서를 만들 때 원하는 결과물 예시를 하나 붙여주면, 설명을 길게 쓰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게 따라 합니다.

[현장 노트] 공포의 금요일이 십 분으로

여기서 제 옛날 이야기를 하나 풀어보겠습니다. 이거 실제로 제가 겪은 일입니다. 예전에 한 회사에서 일할 때, 매주 금요일이 저한테는 공포의 날이었어요. 한 주 동안 우리 팀 활동이랑 업계 소식을 싹 정리해서, 윗분들한테 보내는 '주간 동향 리포트'를 제가 써야 했거든요. 형식이 빡빡했습니다. 항목도 정해져 있고, 말투도 정중하고 딱딱하게, 분량도 딱 한 장. 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이거 붙잡고 두세 시간씩 끙끙댔어요. 다른 일 다 제쳐두고요. 퇴근이 매번 늦어졌습니다.

처음에 AI를 쓰기 시작했을 때도, 솔직히 별로 안 줄었어요. 왜냐면 제가 매번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거든요. 새 대화창을 열고, "너는 정중한 보고서 작성자야, 형식은 이거고, 말투는 이렇고, 항목은 이거 이거…" 이 긴 설명을 매주 처음부터 다시 타이핑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놓고도 가끔 AI가 형식을 틀리게 잡아서 다시 시키고. 아, 이게 무슨 짓인가 싶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날, 딱 마음먹고 '주간 리포트 전용 비서'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좀 귀찮았어요. 30분 정도 들여서, 제가 원하는 형식이랑 말투랑 항목을 아주 자세하게 적어서 비서한테 한 번 제대로 가르쳐 놨죠. 예시 보고서도 하나 붙여줬고요. 좋은 예시 하나가 백 마디 설명보다 낫다는 걸 그때 써먹은 겁니다.

그랬더니 그다음 주 금요일에 무슨 일이 벌어졌냐면요. 제가 그 비서를 딱 열고, 한 주 동안 메모해 둔 내용을 그냥 줄줄이 붙여넣고 "이걸로 이번 주 리포트 써줘" 한 줄 보냈어요. 그랬더니 30초 만에, 형식 완벽하게 맞고 말투도 딱 그 톤인 보고서가 나오는 거예요. 제가 한 거라곤 사실관계 몇 군데 확인하고 숫자 하나 고친 게 전부였어요. 두세 시간 걸리던 일이 십 분으로 줄었습니다.

그날 제가 정시 퇴근을 했거든요. 회사 문을 나서는데, 그 해방감이 진짜 지금도 기억납니다. 그 30분 투자가 그 뒤로 몇 달 동안 매주 몇 시간씩을 저한테 돌려준 셈이죠. 여러분도 '나 이거 매주 하는데' 싶은 일 하나쯤 떠오르신다면, 오늘 강의 끝나고 딱 그거 하나만 골라서 나만의 비서로 만들어 보세요.

[비교표] 즉흥 vs. 흐름화

표로 오늘의 핵심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왼쪽이 즉흥, 오른쪽이 흐름화입니다. 큰 보고서를 즉흥으로 한 방에 던지면 두루뭉술한 게 나옵니다. 흐름화하면 초안·비평·수정으로 돌리거나 단계로 쪼갭니다.

매주 반복되는 업무를 즉흥으로 하면 매번 긴 설명을 다시 타이핑합니다. 비서를 만들어두면 한 줄만 넣으면 끝입니다.

결과를 보시면, 즉흥은 품질이 들쭉날쭉하고 속도도 매번 처음부터입니다. 흐름화는 품질이 일정하고, 셋업을 한 번 해두면 그다음부턴 즉시입니다. 이 차이가 오늘 강의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습] ✋ 직접 해보기: 나만의 템플릿 만들고, AI에게 자동화 시키기

이제 직접 해볼 시간입니다. 두 가지를 해볼 텐데, 첫 번째는 어렵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매주, 매번 똑같이 하는 일 하나를 떠올려 보세요. 주간보고든 고객 응대 메일이든요. 그걸 '빈칸만 채우면 되는' 템플릿으로 한 번 정리해 두는 겁니다. 그럼 다음 주엔 빈칸만 채워서 던지면 끝입니다. 앞에서 배운 비서에 그대로 고정해 두면 더 좋고요.

그런데 진짜 재밌는 건 두 번째입니다. 이거 보시면 "어? 이게 돼?" 하실 거예요. 엑셀 수식, 다들 머리 아파하시잖아요. 함수 외우고 괄호 맞추고. 그거 이제 AI한테 시키세요. "매출이 100만 원 넘으면 우수, 아니면 보통이라고 표시하는 수식 만들어줘" 하면, AI가 IF 수식을 딱 만들어 줍니다. 우리는 그걸 복사해서 엑셀에 붙여넣기만 하면 끝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우리가 코딩을 배우는 게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코드는 AI가 짜고, 우리는 그걸 받아서 부려먹는 거예요. 이게 바로 '자동화 맛보기'입니다. 오늘 딱 이 맛만 보셔도, 앞으로 일하는 게 완전히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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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강. 배운 걸 다 합쳐, 실제 업무 하나 끝내기

제11강. 배운 걸 다 합쳐, 실제 업무 하나 끝내기

자, 드디어 왔습니다. 마지막 시간이에요. 여러분, 여기까지 오신 거 정말 대단한 겁니다. 열 강을 다 들으셨어요. 그런데요, 제가 솔직히 한 가지 걱정이 있어요. 뭐냐면,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것들이 머릿속에서 따로따로 흩어져 있을까 봐서요.

생각해 보세요. 1강에서는 "AI는 이해하는 게 아니라 다음 단어를 확률로 맞히는 기계다" 했고요. 2강, 3강에서는 "그러니까 정확하게 시켜야 한다, 단계로 시켜야 한다" 했죠. 4강, 5강에서는 "AI는 매번 백지에서 시작하니까 맥락을 챙겨줘야 한다, 내 자료를 직접 보여줘야 한다" 했어요. 6강, 7강에서는 "그럴듯한 거짓말을 하니까 검증하고, 내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했고요. 8강에서는 "검증하다 걸린 실수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내지 말고 지시서에 되먹여라" 했고, 9강에서는 "위험한 것도 덥석 받으니까 선을 그어줘야 한다", 10강에서는 "한 번에 못 끝내니까 흐름으로 쪼개고, 나만의 비서를 만들어 두자" 했습니다.

자, 이렇게 쭉 나열하니까 어때요? 좀… 많죠? 솔직히 좀 부담스럽기도 하실 거예요. "이걸 언제 다 기억하고 쓰지?" 싶으실 거예요.

그런데 제가 오늘 보여드리고 싶은 건 바로 이거예요. 이 열 개가 사실은 따로 노는 열 개가 아니라, 실제로 일을 할 때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줄줄이 꿰어진다는 거요. 마치 우리가 운전을 배울 때, 처음엔 "사이드 미러 보고, 깜빡이 켜고, 핸들 돌리고, 액셀 밟고" 이걸 하나하나 따로 외우잖아요. 그런데 몇 달 지나면요? 그냥 '운전'이에요. 하나하나 생각 안 하죠. 몸이 알아서 흐릅니다.

오늘 우리가 할 일이 딱 그거예요. 흩어진 부품들을 하나의 '운전'으로 합치는 거. 그래서 오늘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에요. 배운 걸 다 합쳐서, 실제 업무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로 끝내보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제가 좀 사적인 이야기를 하나 드릴 거예요. AI를 만나기 전과 후로 제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 이야기로 이 강의 전체를 따뜻하게 닫아볼게요. 자, 그럼 시작해 봅시다.

사전학습 (생각해보기!)

먼저 오해 하나를 풀고 가요. 오늘은 복습 시간이 아니에요. 복습은 배운 걸 다시 떠올리는 거잖아요. 통합은 달라요. 배운 걸 한 줄에 꿰어서 실제로 굴려보는 거예요.

비유를 하나 들어볼게요. 요리 학원에서 칼질을 배우고, 불 조절을 배우고, 간 맞추기를 배웠어요. 그런데 그걸 따로따로 배웠다고 요리를 할 줄 아는 건 아니잖아요. 실제로 손님상에 낼 한 접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봐야 비로소 "아, 내가 요리를 할 줄 아는구나" 하게 되죠.

오늘이 그 '한 접시'를 만드는 날이에요. 그리고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진짜 실력은 기법을 아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기법을 언제 꺼내 쓸지 아는 데서 나오거든요. 그건 통합 연습을 한 번이라도 해봐야 생깁니다.

학습내용 및 목표

오늘 시간은 크게 세 덩어리예요. 첫째, 실제 업무 하나를 골라서 1강부터 10강까지를 전부 써서 끝까지 완성해 봅니다. 이게 오늘의 메인이에요. 둘째, "그래서 나는 언제 어떤 도구를, 어떤 모델을 골라야 하는가" 하는 감을 잡습니다. 셋째, 가장 중요해요. AI가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뀌든 흔들리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그런 태도를 챙깁니다.

오늘 목표는 새 지식이 아니에요. "아, 이렇게 다 이어지는구나"를 손으로 직접 꿰어보는 것, 그게 목표입니다. 그럼 첫 번째, 통합 시연부터 가볼게요.

[본학습] 오늘의 일감: 평범한 분기 보고서, 그리고 그냥 시키면 벌어지는 일

자, 통합 연습을 하려면 일감이 하나 필요하겠죠. 제가 오늘 고른 일은요, 아주 평범한 거예요. 많은 분들이 매달, 매주 하는 일. "이번 분기 우리 팀 실적을 정리해서, 다음 주 팀 전체 회의에 쓸 보고서 초안을 만든다." 이거예요. 특별할 거 없죠? 그런데 바로 이런 평범한 일이 통합 연습엔 딱이에요. 왜냐하면 이 안에 우리가 배운 게 전부 들어가거든요. 정확히 시켜야 하고, 내 자료를 보여줘야 하고, AI가 헛소리 안 하게 검증해야 하고, 민감한 숫자를 다뤄야 하고, 한 번에 안 끝나니까 흐름으로 굴려야 해요.

여러분도 지금 머릿속에 본인 일을 하나 떠올려 보세요. 주간 보고든, 고객 응대 메일이든, 행사 기획안이든, 뭐든 좋아요. 제 시범을 보시면서 "아, 이 단계를 내 일에 대면 이렇게 되겠구나" 하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그런데 먼저 안 좋은 예부터 볼게요. 제가 AI한테 그냥 "이번 분기 팀 실적 보고서 좀 써줘" 하면 어떻게 될까요? 1강에서 배웠죠. AI는 백지 상태고, 제 마음을 못 읽어요. 그러니까 뭘 줄까요? 어디서 본 듯한, 아무 회사에나 갖다 붙여도 되는, 알맹이 없는 보고서를 그럴듯하게 뱉어냅니다. 숫자는 다 지어내고요.

자, 지금부터 같은 일을 '제대로' 해볼 거예요. 미리 말씀드리면, 결과가 달라지는 건 AI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제가 일을 건네는 방식을 바꿔서예요. 그 차이를 지금부터 단계별로 보여드릴게요.

[본학습] [1단계] 일을 흐름으로 쪼갠다 — 10강을 맨 앞에 꺼내다

재밌는 게 뭐냐면요. 우리가 10강에서 마지막으로 배운 게 오늘은 제일 먼저 나와요. 일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이 일을 한 덩어리로 던지지 말고, 단계로 쪼개는" 거니까요.

만약에 제가 앞서 본 것처럼 AI한테 "이번 분기 팀 실적 보고서 좀 써줘" 하고 통째로 던지면 어떻게 되는지는 이미 봤죠. 그래서 저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혹은 메모장에 흐름을 먼저 그려요. 이렇게요. 첫째, 내 실적 자료(엑셀, 메모)를 AI한테 보여주고 핵심 숫자를 정리하게 한다. 둘째, 그 숫자를 바탕으로 "잘된 점 / 아쉬운 점 / 다음 분기 계획" 세 덩어리로 구조를 잡게 한다. 셋째, 그 구조에 살을 붙여 보고서 초안을 쓰게 한다. 넷째, 초안을 검증하고, 내 기준으로 다듬게 한다. 다섯째, 회의 발표용으로 말투와 분량을 조정한다.

보이시죠? 큰일 하나가 다섯 개의 작은 일로 쪼개졌어요. 이렇게 쪼개 놓으면요, AI도 길을 안 잃고, 저도 중간중간 결과를 확인하면서 갈 수 있어요. 10강에서 배운 그 흐름 설계, 이게 통합의 뼈대가 됩니다.

[본학습] [2단계] 맥락과 자료를 손에 쥐여준다 — 4강·5강

흐름을 그렸으니 첫 단계로 가볼게요. 실적 자료를 AI한테 보여주는 일이에요. 여기서 4강과 5강이 나옵니다. 4강에서 뭐라고 했죠? "AI는 매번 백지에서 시작하는, 작업 기억이 부족한 친구다. 그러니 필요한 배경을 그때그때 쥐여줘야 한다." 5강에서는 "내 손에 있는 자료를 직접 보여주고 그걸 근거로 말하게 하라" 했고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시작해요. 제 실적 엑셀에서 핵심 표를 복사해서 AI한테 붙여넣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우리 팀의 실적을 정리하는 일을 돕는 보조예요. 아래는 우리 팀 2분기 실적 데이터예요. 이 안에 있는 숫자만 근거로 쓰고, 없는 숫자는 절대 지어내지 마세요. 먼저, 이 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다섯 가지를 뽑아서 목록으로 정리해 주세요."

여기서 잠깐. 이 한 마디 안에 우리가 배운 게 몇 개나 들어갔는지 같이 세어볼까요? "당신은 우리 팀 실적을 돕는 보조예요" — 이게 2강에서 배운 역할 부여예요. AI한테 자리를 정해주는 거죠. "아래는 우리 팀 2분기 실적 데이터예요" — 이게 5강의 내 자료로 근거 주기고요. "이 안에 있는 숫자만 근거로 쓰고, 없는 숫자는 지어내지 마세요" — 이게 6강의 환각 방지, 그리고 9강의 가드레일 문장이에요. 한 문장에 두 개가 같이 들어갔죠. "변화 다섯 가지를 목록으로 정리해 주세요" — 이게 2강의 출력 형식 지정이에요. 다섯 개, 목록으로. 모양을 정해준 거죠.

봤어요? 저는 그냥 자연스럽게 한 문단을 말했을 뿐인데, 그 안에 네 개의 기법이 녹아 있어요. 이게 통합이에요. 따로 외워서 끼워 넣는 게 아니라, 익숙해지면 한 호흡에 줄줄 나오는 거예요. 여기서 하나 더. 4강에서 "많이 준다고 좋은 게 아니다, 쓸데없는 걸 잔뜩 주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친다" 했죠. 그래서 저는 엑셀 전체를 통째로 안 넣어요. 회의에 필요한 핵심 표만 골라서 넣습니다. 신호는 넣고, 소음은 빼는 거예요. 이것도 4강이죠.

[본학습] [3단계] 구조를 잡되, 단계로 생각하게 한다 — 3강

AI가 핵심 숫자 다섯 개를 뽑아줬어요. 이제 두 번째 단계, 보고서 구조를 잡을 차례예요. 여기서 3강이 나와요. 3강에서 "한 번에 시키지 말고 단계로 시켜라, 차근차근 생각하게 하라" 했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해요. "좋아요. 방금 뽑은 다섯 가지를 가지고, 보고서 구조를 잡아볼게요. 곧바로 글을 쓰지 말고, 먼저 이 다섯 가지를 '잘된 점 / 아쉬운 점 / 다음 분기 계획' 세 칸으로 나눠서 분류만 해주세요. 각 항목이 왜 그 칸에 들어가는지 한 줄씩 이유도 붙여서요."

"곧바로 글을 쓰지 말고" — 이 한마디가 중요해요. AI는 가만 놔두면 성격이 급해요. 바로 완성된 글을 뱉으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일부러 "분류부터 하자"고 단계를 끊어주면, AI가 생각을 정리하고 가요. 그러면 결과가 훨씬 탄탄해집니다. 이게 3강의 '생각의 사슬'이에요.

그리고 이 단계에서 제가 결과를 한번 봐요. "어? 이건 아쉬운 점이 아니라 잘된 점 아닌가?" 싶으면 바로 고쳐 말해요. 통째로 다 시켜놓고 마지막에 한꺼번에 고치는 것보다, 이렇게 단계마다 점검하는 게 훨씬 빠르고 정확해요.

[본학습] [4단계] 초안을 쓰고, 곧바로 검증한다 — 6강·7강

구조가 잡혔으면 이제 초안을 씁니다. "이 구조에 살을 붙여서, 팀 회의에서 발표할 보고서 초안을 써주세요. 분량은 A4 한 장, 말투는 담백하게." — 2강의 분량·톤 지정이 또 나오죠.

자, 그런데 초안이 나왔다고 끝이 아니에요. 여기서 6강과 7강이 들어옵니다. 가장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이에요. AI가 글을 그럴듯하게 써주면, 우리 마음이 약해져요. "오, 잘 썼네" 하고 그냥 쓰고 싶어지죠. 그런데 6강에서 배웠잖아요. AI는 그럴듯할수록 의심해야 한다고. 그래서 저는 초안을 받고 이렇게 되물어요. "이 초안에 들어간 숫자랑 사실들이, 제가 처음에 드린 데이터랑 정확히 일치하는지 한 줄 한 줄 다시 확인해 주세요. 제가 준 자료에 없는 내용이 슬쩍 들어간 게 있으면 표시해 주세요." 이게 6강의 자기검증, 되묻기예요. 실제로 이렇게 시키면요, AI가 "아, 여기 이 수치는 추정해서 넣은 거예요" 하고 자백할 때가 있어요. 그 자백을 받아내는 게 우리 일이에요.

그리고 7강이 나옵니다. 7강에서 "좋은 답인지 내 기준으로 가려내라" 했죠. 저는 제 머릿속에, 혹은 메모에 보고서 체크리스트가 있어요. 숫자가 자료와 정확히 맞는가, 팀장님이 궁금해할 '왜'가 들어가 있는가, 다음 분기 계획이 막연한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가, 우리 팀만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아무 데나 붙일 수 있는 일반론인가.

이 체크리스트로 초안을 훑어요. 그리고 막히면 AI한테 채점을 시켜요. "이 네 가지 기준으로 이 보고서를 스스로 점수 매기고, 부족한 항목은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알려줘." 7강에서 배운 'AI한테 AI 답을 채점시키기'죠. 내 기준이 있어야 AI를 부릴 수 있어요.

[본학습] [5단계] 이번 실수를 '지시서'에 되먹인다 — 하네스 루프(8강)

자, 여기서 8강에서 배운 요령 하나를 꼭 다시 꺼내 써야 해요. 하네스 루프입니다. 방금 전 단계에서 AI가 뭐라고 자백했죠? "이 수치는 추정해서 넣었어요." 이걸 그냥 "아, 그럼 그 부분만 고쳐주세요" 하고 이번 한 번만 넘어가면, 다음 분기에 또 똑같은 실수가 반복돼요. 하네스 루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이 실수가 이번 산출물만의 문제인가, 아니면 애초에 내가 준 지시서 자체에 구멍이 있었던 건가?" 하고 뒤집어 물어보는 거예요.

생각해 보면 답이 나와요. 제가 처음에 준 지시에는 "이 안의 숫자만 쓰고, 없는 건 지어내지 마세요"라고는 했지만, "추정이 필요하면 반드시 [추정]이라고 표시해라"라는 규칙까지는 없었거든요. 바로 이 빈틈이 지시서의 공백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번 산출물 하나만 고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이 분기 보고서를 만들 때 앞으로 계속 쓸 '지시서 템플릿' 자체에 이 규칙을 새로 박아 넣어요. "숫자는 반드시 원자료를 인용하고, 부득이 추정할 땐 [추정]이라고 표시할 것." 이렇게요.

8강에서 배웠죠. 이런 되먹임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AI가 스스로 다시 확인해서 그 자리에서 고치는 건 소루프, 지시서 자체를 사람이 검토하고 승인해서 고쳐 쓰는 건 대루프라고요. 지금 이건 대루프예요. 제가 직접 판단해서, 다음 분기·다음 담당자도 쓸 지시서를 고친 거니까요. 그리고 이 지시서는 어디에 저장해두면 좋을까요? 맞아요, 10강에서 배운 '나만의 비서'예요. 저장해둔 프롬프트에 이 규칙을 반영해두면, 다음 분기 보고서부터는 매번 "추정치 표시해줘" 하고 새로 당부할 필요가 없어요. 실수 하나가 이번 산출물만 고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앞으로의 모든 산출물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자산으로 남는 거예요. 이게 하네스 루프가 오늘 통합 흐름에서 실제로 하는 일입니다.

[본학습] [6단계] 마지막으로 안전을 점검한다 — 9강

거의 다 왔어요. 보고서가 거의 완성됐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꼭 한 번 멈춰서 점검할 게 있어요. 9강이에요. 이 보고서 안에 혹시, 밖에 나가면 안 되는 게 들어 있진 않나? 특정 고객사 이름이 그대로 노출돼 있진 않나? 아직 발표 안 된 내부 숫자가 있진 않나? 개인 실적이라 누군가에게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은 없나?

9강에서 "AI는 위험한 것도 덥석 받으니까 우리가 선을 그어줘야 한다" 했죠. 사실 이건 더 앞단에서부터 신경 썼어야 하는 거예요. 자료를 넣을 때부터요. 그래서 저는 처음 데이터를 붙여넣을 때, 고객사 실명 같은 건 'A사', 'B사'로 미리 바꿔서 넣어요. 통합 흐름에서 9강은 '마지막 관문'이자 동시에 '맨 처음 습관'인 거예요.

[본학습] 되짚어보기: 한 일에 1~10강이 다 일했다

보세요. 우리가 방금 뭘 했죠? 평범한 분기 보고서 하나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 안에서 1강부터 10강까지가 전부 한 번씩 일을 했어요. AI가 백지라는 걸 알았으니까(1강) 맥락과 자료를 줬고(4·5강), 말귀를 정확히 못 알아듣으니까(2강) 역할·형식·분량을 정해줬고, 한 번에 길을 잃으니까(10강의 흐름 설계로 먼저 쪼개고) 단계로 나눠 분류부터 시켰고(3강), 그럴듯하게 지어내니까(6강) 자료와 대조해 검증했고, 내 기준이 있어야 하니까(7강) 체크리스트로 채점했고, 검증에서 걸린 실수를 이번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지시서 자체에 되먹였고(8강 하네스 루프), 위험한 걸 덥석 받으니까(9강) 민감정보에 선을 그었어요.

전부 다 "AI가 이렇게 생긴 기계라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해준" 거예요. 이게 이 강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단 하나의 이야기예요. 한계가 있으니까, 요령이 있다. 오늘 그걸 한 줄로 직접 꿰어보신 거예요.

[본학습] 도구·모델은 이동수단처럼 고른다

통합을 해보면 꼭 드는 궁금증이 있어요. "그래서 나는 도대체 어떤 AI를 써야 하지? 종류가 너무 많은데?" 하는 거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요즘 AI 도구랑 모델, 진짜 많죠. 그리고 한 달만 지나도 새 게 나와요. 그래서 제가 오늘 "이거 쓰세요, 저거 쓰세요" 하고 제품 이름을 콕 집어드리는 건 의미가 없어요. 다음 달이면 바뀔 테니까요. 대신 고르는 기준, 변하지 않는 감을 드릴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도구를 고르는 건 마치 이동수단을 고르는 거랑 같아요. 편의점 갈 때 비행기 안 타잖아요. 해외 갈 때 자전거 안 타고요. 거리와 목적에 맞는 걸 고르죠. AI도 똑같아요. 가볍고 빠른 일은요 — 짧은 메일 다듬기, 맞춤법 고치기, 간단한 요약 같은 거요 — 가볍고 빠른 모델을 쓰세요. 정확히 말하면, 굳이 제일 비싸고 무거운 걸 꺼낼 필요가 없어요. 빠른 게 장땡이에요. 동네 마실에는 슬리퍼가 최고죠.

깊이 생각해야 하는 일은요 — 복잡한 보고서 구조 잡기, 긴 자료 분석, 논리가 꼬인 문제 풀기 — 이럴 땐 무겁고 똑똑한, '추론'을 잘하는 모델을 쓰세요. 좀 느려도 괜찮아요. 깊이 생각하라고 시간을 주는 거니까요. 장거리엔 비행기죠. 내 자료를 다뤄야 하는 일은요 — 5강에서 배운 거죠 — 문서를 통째로 넣고 대화할 수 있는, 긴 자료를 잘 받아주는 도구를 고르세요. 그리고 여기서 9강 다시 나와요. 회사 자료를 넣을 거면, 그 도구가 내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해요. 보안이 보장되는 업무용 환경인지요. 반복하는 일은요 — 10강에서 배운 '나만의 비서'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고르세요. 매번 똑같이 설명하기 싫은 일은 저장해 두는 게 남는 장사예요.

자, 정리하면 이거예요. 도구 이름을 외우려 하지 마세요. 대신 "지금 이 일은 가벼운 일인가 깊은 일인가, 내 자료가 필요한가, 반복되는 일인가" 이 세 가지만 스스로 물어보세요. 그러면 새로운 도구가 나와도, "아, 이건 이런 일에 맞는 거구나" 하고 척 보면 감이 와요. 도구는 바뀌어도 일의 성격은 안 바뀌거든요.

[본학습] AI가 또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법

자, 이제 오늘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할게요. 어쩌면 이 강의 전체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에요. 여러분, 솔직히 좀 불안하지 않으세요? "내가 지금 이렇게 열심히 배웠는데, AI가 또 확 바뀌면 이거 다 쓸모없어지는 거 아니야?" 하는 거요.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실제로 AI는 계속 바뀌니까요.

그런데 제가 오늘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이거예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 강의에서 배운 건 '특정 버튼을 누르는 법'이 아니었거든요. 다시 한번 떠올려 보세요. 우리가 배운 건 전부 "AI가 이렇게 생긴 기계라서, 우리가 이렇게 대해줘야 한다"는 거였어요. 정확히 시키고, 맥락을 주고, 의심하고, 검증하고, 선을 긋고, 흐름으로 일하고. 이게 다 뭐예요? 특정 제품 사용법이 아니라, AI라는 존재를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그게 '다음 단어를 확률로 잇는 기계'라는 본질이 바뀌진 않아요. 그러면 모호하게 시키면 모호하게 답하는 것도, 가끔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계속 남아요. 정도가 줄어들 뿐이죠. 그러니까 우리가 배운 태도는 AI가 바뀌어도 그대로 통합니다. 오히려 더 빛을 발해요.

그러면 앞으로 우리가 계속 배우는 자세는 어때야 할까요. 제가 세 가지만 당부드릴게요. 첫째, 새 기능이 나오면 일단 직접 만져보세요. 뉴스로만 보고 "오 대단하대" 하고 끝내지 마세요. 5분이라도 내 일에 직접 대보세요. "이게 내가 하던 그 일에 쓸 수 있나?" 손으로 만져봐야 진짜 내 것이 됩니다. 저는 이걸 '겁먹지 않고 일단 눌러보기'라고 불러요.

둘째, 그래도 의심하는 습관은 절대 버리지 마세요. AI가 똑똑해질수록 더 그럴듯해져요. 그럴듯해질수록 우리가 속기 쉬워지고요. 그러니까 6강에서 배운 그 검증 습관은, 시간이 갈수록 더 소중해집니다. 똑똑한 AI일수록 더 깐깐하게 보세요. 셋째, 마지막 판단은 항상 사람이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AI는 일을 도와주는 비서지,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니에요. 보고서에 들어간 그 숫자, 그 결정, 그건 결국 여러분 이름으로 나가요. AI한테 떠넘길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7강에서 '내 기준'을 그렇게 강조한 거예요. 도구는 바뀌어도, 판단의 주인은 끝까지 여러분이에요.

이 세 가지만 챙기시면요, 앞으로 어떤 새로운 AI가 나와도 여러분은 안 흔들려요. 도구를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도구를 부리는 사람으로 남으실 거예요.

[현장 노트] AI를 만나기 전과 후, 제 이야기

자, 이제 제 이야기를 좀 들려드릴게요. 마지막이니까, 솔직하게요. 제가 AI를 본격적으로 쓰기 전이 어땠는지 말씀드릴게요. 저는요, 야근을 참 많이 하는 사람이었어요.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시작'이 늘 무거웠거든요. 보고서 하나를 쓰려면 빈 화면 앞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어요. 첫 문장이 안 써져서요. 자료 정리도 다 손으로 했고, 회의록 풀어 쓰는 데만 한나절이 갔어요. 그렇게 하루의 절반을 '일을 하기 위한 준비'에 썼던 것 같아요.

그러다 AI를 만났는데요. 사실 처음엔 저도 시큰둥했어요. 1강에서 말씀드렸죠? 저도 처음엔 이걸 그냥 검색창처럼 썼어요. 단어 몇 개 던지고, 엉뚱한 답 받고, "에이, 별거 아니네" 하고 덮었죠. 그런데 어느 날, 마음먹고 제대로 대해봤어요. 오늘 우리가 한 것처럼요. 일을 쪼개고, 맥락을 주고, 검증하면서요. 그랬더니… 솔직히 좀 충격이었어요. 빈 화면 앞에서 한 시간 앓던 그 '시작'이, 5분 만에 초안으로 바뀌더라고요. 물론 그 초안이 완벽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고칠 게 있는 초안'이 '아무것도 없는 백지'보다 백배 낫잖아요. 일의 무게중심이 '만드는 것'에서 '다듬고 판단하는 것'으로 옮겨간 거예요.

그러면서 제 일하는 방식이 진짜로 달라졌어요. 가장 크게 바뀐 건 시간이 아니라, 솔직히 말하면 마음이었어요. 예전엔 일을 시작하기가 두려웠는데, 지금은 안 두려워요. "일단 AI랑 같이 초안부터 만들어보지 뭐" 하는 여유가 생겼거든요. 그리고 남는 시간에, 예전엔 못 하던 걸 해요. 더 깊이 고민하고, 사람을 더 챙기고요. 단순 작업을 AI한테 넘기니까, 정작 사람이 해야 할 일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요, 여기서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당부가 있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AI가 제 일을 대신해준 게 아니에요. AI는 제 일을 '거들어' 준 거예요. 그 보고서의 최종 판단, 그 숫자에 대한 책임, 그 결정은 여전히 제가 졌어요. 오히려 더 많이 졌어요. 단순 작업에서 풀려난 만큼, 더 중요한 판단에 제 에너지를 쏟았으니까요.

그러니까 여러분, AI한테 일을 '맡긴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AI랑 '같이 일한다'고 생각하세요. 똑똑하지만 가끔 엉뚱하고, 기억력 없는데 눈치는 빠른 그 신입 사원 있잖아요. 그 친구랑 한 팀이 돼서, 여러분이 팀장이 되는 거예요. 그 팀의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은 끝까지 팀장, 여러분이고요.

[비교표] before(그냥 시킴) vs after(6요령 적용)

before와 after를 나란히 놓고 볼게요. 왼쪽은 "보고서 써줘" 한 줄 던진 거, 오른쪽은 우리가 방금 한 거예요. 차이가 보이시죠? 똑같은 AI예요. 똑같은 모델, 똑같은 화면. 그런데 왼쪽은 알맹이 없는 일반론에 숫자도 가짜고, 오른쪽은 우리 팀 이야기에 검증까지 끝난 초안이에요. 이 차이를 만든 건 AI가 아니라 제가 일을 건넨 방식이에요. 이게 오늘 여러분이 가져가실 핵심 증거입니다.

[실습] ✋ 직접 해보기: 내 업무 1건, 6요령으로 끝내기

자, 마지막 실습입니다. 방금 제가 분기 보고서로 처음부터 끝까지 쭉 보여드렸죠? 이제 그걸 제 일이 아니라 여러분 일로 한번 해볼 차례예요. 머리로 "아 그렇구나" 하고 끝내면 내일이면 잊어버려요. 손으로 한 번 해봐야 진짜 내 것이 됩니다.

거창한 거 고르지 마세요. 당장 이번 주에 해야 할 일 하나면 돼요. 주간보고, 고객 메일, 기획안 한 줄짜리도 좋아요. 그걸 가지고 여섯 단계를 그대로 밟아보세요. 쪼개고, 맥락 주고, 단계로 시키고, 검증하고, 걸린 실수는 지시서에 되먹이고, 안전 점검하고. 각 단계에서 "어, 이게 10강이었지, 이건 6강이었지, 이건 8강 하네스 루프였지" 하고 스스로 짚어보면 더 좋아요.

그리고 꼭 비교해 보세요. 그냥 "이거 써줘" 한 줄 던졌을 때랑, 여섯 요령 얹었을 때랑. 그 차이를 여러분 본인 결과물로 느끼는 순간, 오늘 열 번의 수업이 진짜로 여러분 것이 됩니다. 완벽하게 안 해도 돼요. 어설퍼도 끝까지 한 번 굴려보는 것, 그게 시작이에요. 자, 여기까지 오신 여러분이라면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정리하기

우리 열 번을 함께 했어요. 시작은 좀 충격적이었죠. "AI는 사실 여러분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음 단어를 확률로 맞히는 기계일 뿐이다." 그 한 문장에서 출발했어요. 그런데 그게 실망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오히려 반대였죠. AI가 어떻게 생긴 기계인지 알았기 때문에, 우리는 잘 부리는 요령을 하나하나 익혔고, 오늘 그 모두를 하나로 꿰어 진짜 일 하나를 끝까지 해냈어요.

여러분이 가져가실 단 하나는 프롬프트 문장도, 도구 이름도 아니에요. 이 태도예요. "아, 이 친구가 이렇게 생긴 애니까 내가 이렇게 대해줘야겠구나." 이거 하나면 어떤 AI가 나와도 안 흔들려요. 기술은 바뀌어도 태도는 여러분 안에 남아요. 그게 제가 정말 드리고 싶었던 거예요.

과정을 마치며

자, 이제 정말 마지막이네요. 기술은 계속 바뀔 거예요. 오늘 한 이야기 중에도 1년 뒤엔 옛날 이야기가 될 게 있을 거예요. 그런데 'AI를 대하는 태도'는 안 바뀌어요. 그건 여러분 안에 남아요. 그게 제가 이 강의로 여러분께 정말 드리고 싶었던 거예요.

마지막으로요. 너무 잘하려고 부담 갖지 마세요. 완벽한 프롬프트 같은 거 없어요. 오늘부터 내일 당장, 여러분 업무 하나에 그냥 한번 써보세요. 어설퍼도 괜찮아요. 어설프게 시작한 그 한 번이, 몇 달 뒤엔 여러분을 'AI를 부리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예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여기까지 함께 와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일이, 오늘보다 조금 더 가벼워지고, 조금 더 즐거워지길 바랄게요.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 또 어딘가에서 만나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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